수라갯벌       새만금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생물 서식지

▲ 수라갯벌 새만금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생물 서식지 ⓒ 수라 공식 트레일러 스틸 컷

 
새만금은 끝났다?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환경에 관심을 둔 사람들이 볼 만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타났다. 새만금 갯벌을 다룬 영화 <수라>이다. <수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황윤씨가 7년에 걸쳐 새만금 갯벌을 촬영하고 만든 영화이다. 황윤 감독은 동물원의 문제점을 다룬 영화인 <작별>을 시작으로, 동물교통사고를 다룬 <어느 날 그 길에서>, 공장식 축산문제와 육식 문제를 다룬 <잡식 가족의 딜레마> 등을 만든 영화감독이다.    
          
황 감독은 남편의 직장과 가까운 군산으로 이사를 오면서 알게 된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을 촬영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되기 전인 2003년부터 일반 시민들이 새만금 생태 조사를 하는 자발적인 시민단체이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새만금 철새조사장면

▲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새만금 철새조사장면 ⓒ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황윤 감독은 군산에 이사 와서 참여하게 된 새만금시민생조사단을 통해서 새만금 갯벌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모두가 새만금 갯벌은 소생 불가라고 생각하고 있고 황윤 자신도 새만금 갯벌은 회복 불능이고 활동했던 사람들과 단체들은 모두 떠났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남아서 새만금 살리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니 희한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황윤 감독은 오랫동안 새만금 갯벌을 잊은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으로 다시 카메라를 꺼내 촬영을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번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활동을 기록하고 갯벌을 촬영했다. 그 7년의 기록을 담은 작품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한 <수라>이다.

아름다운 자연을 본 죄
 
영화는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원들의 새만금 갯벌에 관한 생각을 자세히 보여준다. 동화작가, 전직기자, 새 사진가, 지역 환경운동가, 목수 등 여러 사람의 생각을 들려준다.
 
새만금에서 많은 사진을 찍은 새 사진가 유승호씨는 아직 매립되지 않고 남아있는 새만금 갯벌에서 멸종위기 종으로 지정된 저어새, 황새, 고니 등 많은 새를 보았다고 증언한다. 정부가 새만금 갯벌을 개발할 수 있는 근거는 새만금 갯벌에는 법정보호종이 거의 없다는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서 한 장인데 새만금 갯벌에 오면 평가서에는 기록되지 않은 여러 생물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새만금갯벌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유승호씨가 새를 관찰하고 있다

▲ 새만금갯벌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유승호씨가 새를 관찰하고 있다 ⓒ 수라 공식 트레일러 스틸 컷

   
그는 사람들이 "새만금 갯벌을 인제 와서 왜 매립을 하지 말라고 하느냐고 말한다면, 이 현장에 직접 와 봤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정말"이라고 그는 말한다. 와서 보지도 않고 새만금 갯벌이 죽었다고 미리 짐작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말한다.

"새만금 갯벌에 와보기는 했습니까?"
 
오동필씨는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공동단장이다. 20년 전 대학생일 때부터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에 참여했다. 군산시민인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새만금을 찾아 새를 관찰하고 변하는 갯벌을 기록하였다. 지금은 조사단의 단장으로 새만금 조사단의 활동을 이끌고 있다. 영화에서 오동필은 새만금 갯벌과 생명에 대해 설명하는 화자로서 주인공 역할을 한다.
 
오동필은 쉬는 날에는 새만금 갯벌을 돌며 갯벌을 관찰하고 새를 촬영하고 있다. 갯벌과 새에 대한 지식은 전문가 못지않다. 영화에서는 도요새들의 행동을 소리와 손짓으로 실감이 나게 묘사한 장면이 나온다.

"부리가 작고 다리가 짧은 도요새 종류는 갯벌을 총총 뛰어다니며 갯벌을 콕콕 찔러 먹이를 잡지요. 반면에 부리가 길고 다리가 긴 마도요는 느긋하게 걸으며 큰 게를 사냥합니다."
 
도요새 무리 서해안 갯벌에서 도요새 무리가 하늘을 날고 있다

▲ 도요새 무리 서해안 갯벌에서 도요새 무리가 하늘을 날고 있다 ⓒ 수라 공식 트레일러 스틸 컷

 
그는 2003년 새만금 갯벌 하늘에서 엄청나게 큰 도요새 무리를 만났다고 말했다.

"하늘을 뒤덮은 도요새 무리가 나는 장면은 굉장했어요. 도요새가 하늘을 날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꿀 때면 휙휙 소리가 났어요. 그때는 이런 모습을 더 이상 보지 못할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는데 새만금방조제가 막히고 나서는 전혀 볼 수 없게 되었어요. 꿈에서 가끔 그 모습을 보기는 하지만 꿈에서 깨어나면 허탈해집니다. 지금 대학생인 내 아들 승준이는 이런 모습을 보지 못했어요. 저는 이런 아름다운 광경을 본 게 죄라서 그것을 잊지 못하고 새만금 갯벌을 찾고 있습니다."

오동필은 아름다운 새만금 갯벌을 본 죄로 다음 세대에게 아름다웠던 갯벌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을 가진 아버지이다. 아들인 오승준은 도요새가 하늘을 덮으며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아름다웠던 새만금 갯벌을 아버지에게 들으며 자랐다. 승준은 아버지를 아주 어렸을 때부터 따라다니며 새를 관찰하였기에 자연스럽게 새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대학에서 생물학과에 다니며 새를 연구하고 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영화 <수라>에서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주는 오씨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공항이 왜 필요할까?
 
방조제 완공 후 새만금 갯벌은 아까시나무와 소나무, 억새가 빽빽하게 자라게 되었다. 그렇게 변한 새만금 갯벌에서 아직 원래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곳이 군산 미군기지 앞의 갯벌이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이곳을 '수라 갯벌'이라고 부르고 있다.

수라 갯벌에서 멸종위기 2급인 금개구리, 흰발농게를 발견했고 물가에는 멸종위기 1급인 저어새, 황새를 볼 수 있다. 얼마 전 수라갯벌의 갯골에서 진흙에 묻혀있던 고려청자를 발견하기도 했다. 수라 지역은 새만금 갯벌에서 저서생물과 대형조류의 마지막 서식처이며 고려청자를 비롯한 문화재가 묻혀있는 곳이다.
 
새만금갯벌을 찾아 온 저어새 저어새는 부리로 얕은 수심의 물을 휘휘 저어 먹이감을 사냥한다고 해서 ‘저어새’라는 이름이 붙었다.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이다

▲ 새만금갯벌을 찾아 온 저어새 저어새는 부리로 얕은 수심의 물을 휘휘 저어 먹이감을 사냥한다고 해서 ‘저어새’라는 이름이 붙었다.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이다 ⓒ 오동필(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이렇게 중요한 곳인데도 정부는 이곳을 보존하는 대신에 공항을 짓는다고 한다.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하며 공항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누구를 위한 공항 건설인가?

기존에 있는 전국의 공항들도 이용객이 적어 활주로에 고추를 말린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는 상황인데 또 신공항을 여러 개 만들겠다는 계획은 세금을 헛된 곳에 펑펑 쓰겠다는 정치적인 욕심이다.

신공항 저지를 위해 환경부 앞에서는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회원들이 250일 이상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새만금의 문제는 새만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전국의 환경문제와 연결되고 있다.
 
신공항백지화 촉구 시위 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회원들이 수라갯벌 살리는 신공항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 신공항백지화 촉구 시위 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회원들이 수라갯벌 살리는 신공항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 전북녹색연합


아직 희망이 있다
 
황윤 감독도 새만금 갯벌에서 도요새들이 떼를 지어 날며 춤을 추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지 못했다. 아쉽게도 보지 못한 광경을 새만금과 아주 가까이 있는 충남의 유부도에서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휙휙 도요새가 하늘을 가르며 나는 소리가 환상적이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철새들의 군무를 이 작은 섬에서나 볼 수 있다니 반갑기도 하지만 슬프기도 하다. 이들의 춤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황 감독은 아들인 도영에게 아름다웠던 새만금 갯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부모 세대는 봤던 새만금 갯벌의 원래 모습을 어린 세대는 보지 못 하게 만든 원인은 사람들의 탐욕이다.

다른 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잊고 자연을 파괴하며 사람만이 사는 지구를 만드는 기성세대로 인해 다음 세대가 물려받을 것은 쓰레기로 가득하고 다른 생명이 없는 황량한 지구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영화는 그러한 암울한 미래보다는 지구를 보존해서 아름답게 만들자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쇠제비갈매기        어린새끼를 돌보는 쇠제비갈매기
둥지는 모래땅이나 자갈밭에 오목하게 만든다.

▲ 쇠제비갈매기 어린새끼를 돌보는 쇠제비갈매기 둥지는 모래땅이나 자갈밭에 오목하게 만든다. ⓒ 수라 공식 트레일러 스틸 컷

 
<수라>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경쟁작으로 나왔다. 새만금 갯벌을 몰랐던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환경보호에 눈을 뜬다면 좋은 일일 것이다. 이 영화로 다큐멘터리는 딱딱하고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을 깰 수 있다. 쇠제비갈매기의 번식과 육아 장면, 하늘에서 매의 눈으로 갯벌을 찍은 영상, 하늘을 가르며 나는 새들의 빠른 비행 장면과 정지비행 모습 등의 영상을 보는 재미가 있다.

황윤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이라고 한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입소문을 타서 전국의 상영관에서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말을 전한다. 올해로 새만금갯벌이 방조제로 막힌 지 15년이 되었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도 모른척했던 새만금 갯벌의 비극과 문제점을 끄집어낸 영화 <수라>가 환경문제를 다시 생각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브런치에도 보낼 예정입니다.
새만금갯벌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수라 황윤 다큐멘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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