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싱크홀>에서 은주 역을 맡은 김혜준.

영화 <싱크홀>에서 은주 역을 맡은 김혜준. ⓒ 쇼박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리즈로 김혜준은 말 그대로 급부상했다. 그 전에 될성부른 떡잎이었던 그는 자신의 장편 영화 데뷔작 <미성년> 이후 벌써 세 번째 장편 영화에 도전했으니 그게 바로 <싱크홀>이다. 전작들에선 다소 무겁고 가라앉은 캐릭터였다면 이번엔 다소 엉뚱하면서도 통통 튀는 매력이 있는 인턴사원을 연기했다.

영화는 11년 만에 서울에 보금자리를 만든 동원(김성균)이 회사 팀원과 집들이를 한 직후 싱크홀로 집이 땅속으로 꺼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김혜준이 연기한 은주라는 캐릭터는 서울은커녕 수도권 원룸에서 혼자 사는 청년으로 그 자체로 대한민국 사회초년생의 현실을 반영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턴 사원의 애환을 코믹하게

직장 생활을 해본 적 없기에 김혜준은 <싱크홀>의 투자배급사 측에 요청해 실제로 막내 사원을 만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데 참고했다고 밝혔다. "뭔가 멍해 보이고, 부족해 보이는 모습이지만 회사 생활이 아직 적응 안 된 캐릭터로 이해했다"며 김혜준은 말을 이었다.

"제 나이 또래 배역이라 나름 사회 생활 하며 느낀 고충을 은주를 통해 표현하려 했다. 제가 아무래도 회사에서 막내 생활을 해본 적은 없기에 디테일 면에서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쇼박스에 부탁했다. 인턴 사원을 만나 같이 밥도 먹고 얘기하며 도움을 좀 얻었다. 사실 이 영화를 코미디 영화로 생각하진 않았다. 대놓고 웃기려 하기 보단 재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는 상황들로 받아들였다. 

재난 또한 제가 겪어본 게 아니라 표현하는 게 힘들더라. 다행히 세트가 실제감이 있었다. 스태프분들이 싱크홀에 빠진 집을 아주 생생하게 만들어주셔서 그 도움을 많이 받으며 촬영했다. 개인적으론 여러 재난영화를 볼 때마다 산소가 떨어지는 것에 큰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라 이 영화를 마치고 난 후 산소통을 꼭 구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웃음)."

 
 <싱크홀> 스틸컷

<싱크홀> 스틸컷 ⓒ 쇼박스

 
김성균, 회사 대리로 내오는 이광수, 그리고 동원의 이웃집 사람 정만수 역을 연기한 차승원을 보며 김혜준은 새삼 괜히 선배가 아님을 깨달았다고 한다. "촬영 전까지 광수 선배랑 수시로 통화하면서 대본을 수정했고, 극중 상황이 실제라고 가정하고 서로 질문하기도 했다"며 그는 "다른 선배님들과도 같이 밥도 먹고 수다도 떨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고 말했다.  

"촬영 때가 추운 겨울이었다. 성균 선배님은 촬영 끝나고 국밥을 드시는 게 낙이라고 하셨는데 전 핫초코를 좋아해서 매니저님께서 자주 사다주셨다. 그게 인기가 좋아져서 나중엔 선배님들과 같이 먹었다. 4잔씩 사서 나눠드리곤 했다.

김지훈 감독님께서도 많은 대화를 하려고 하셨다. 하고자하는 방향과 장면이 정확해서 현장에서 흔들리지 않으시더라. 제가 생각한 것과 다른 부분도 있었지만 감독님 말이 설득력 있었기에 나름 소통하며 했던 것 같다."


겸손과 부담의 마음

앞서 말한 대로 김혜준은 최근 자신의 역할 비중을 키워가며 대중에게 인지도를 올리고 있다. 영화 <미성년>으로 청룡영화상 신인상, MBC 연기대상에서 <십시일반>으로 신인상을 받으며 꾸준히 성장 중이다. 시청자 일부는 <킹덤>에서 안타깝게 사망한 계비 조씨를 다시 살려야 한다는 의견을 SNS 등에 내기도 했다. 그만큼 김혜준에 대한 대중의 애정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저도 솔직히 누구보다 살아났으면 싶은데 작가님께 구체적 이야기는 못 들었다(웃음). 계비의 예전 이야기, 사랑 등을 살짝 말씀해주셨는데 어서 써주셨으면 좋겠다! 예전엔 제가 할 역할을 소화하기에 급급했다면 이젠 조금씩 상대 배우와 캐릭터도 파악하려 하고, 작품 전체의 의도도 이해해보려고 한다. 범위를 그렇게 넓히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 조금은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데뷔 7년 차에 뭔가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겸손하자는 강박이 있었는데 그 마음이 더 커졌다. 좋은 선배님을 만날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역할이 점점 커지면서 부담도 커지는데 전 그 부담을 잘 느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제가 마냥 신인은 아니잖나. 전보다 연기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관객들께 공감을 주기 위해 그 정도의 부담은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 <싱크홀>에서 은주 역을 맡은 김혜준.

영화 <싱크홀>에서 은주 역을 맡은 김혜준. ⓒ 쇼박스

 
매번 자신이 하는 게 맞는지, 너무 쉬운 선택을 하는 건 아닌지 되묻는다는 모습에 여전한 연기 열정을 가늠할 수 있었다. 김혜준은 "그렇다고 너무 고민만 하는 건 아니다. 현장에서 즐겁게 털어내며 하는 편"이라 웃어 보였다.

<싱크홀> 이후에도 영화 <너와 나의 계절>, 드라마 <구경이> 등 그가 대중에게 내보일 작품이 많다. 배우 이영애 등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에 그는 "대선배님, 좋은 스태프분들과 작업한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며 "충분히 즐기면서도 설레고 걱정도 된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싱크홀 김혜준 김성균 이광수 킹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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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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