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 2019, 2020시즌 불운의 팀은 울산 현대(이하 울산)였다. 울산은 2019시즌 다잡았던 우승을 리그 마지막 경기 포항 스틸러스와의 맞대결에서 1-4로 대패를 당하면서 골득실 차로 우승을 전북 현대(이하 전북)에게 어부지리로 넘겨줬고, 2020시즌 25라운드에서도 우승 8부 능선에 올랐지만 또다시 포항에게 0-4로 무너진데 이어 우승 승부처였던 26라운드 전북과의 외나무다리 승부에서도 0-1로 패배해 결국 2년 연속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뿐만 아니라 울산은 '2020 FA컵'에서도 전북의 벽에 막혀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준우승 징크스에 빠진 셈이다. 그렇기에 울산에게 '2020 ACL' 우승 도전 김도훈(50) 감독과 선수들에게 남다른 각오와 의지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울산이 K리그1 2019, 2020시즌 전북에 밀려 연이은 역전 준우승의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된 이유는 수비 전환 미흡과 탈압박 능력 취약성과 무관치 않다. 공격성향이 강한 선수들이지만 뒷심부족을 줄곧 드러낸 것이다.

2020시즌 공격적인 투자로 완성된 이청용(32), 조현우(29), 불투이스(30.네덜란드), 원두재(23), 윤빛가람(30), 주니오(34.브라질) 등 선수 구성은 화려하다. 강팀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스쿼드를 갖췄다. 그러나 이같은 구성에서도 결정적인 순간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는데 이는 선수들 개인적인 단점과 심리적인 압박감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울산은 '2020 ACL'에서 만큼은 안정된 경기력을 바탕으로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결승까지 22골, 6실점의 9연승이라는 화끈한 '걸작축구'를 선보였다. 사실 울산의 '걸작축구'는 코로나19 영향과 부상 등으로 ACL 초반 핵심 자원이 결장한 영향도 있겠지만 김도훈 감독의 용병술과 배려의 리더십 덕이 크다.
  
한국프로축구연맹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우승을 견인한 울산 현대 김도훈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우승을 견인한 울산 현대 김도훈 감독 ⓒ 김병윤

 
김도훈 감독 지도력과 우승 주역들
 
김도훈 감독의 용병술과 리더십으로 신인 선수들은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고, 베테랑 선수들에게는 K리그1과 FA컵에서는 볼 수 없었던 위닝 멘털리티 회복이 됐다. 공격 옵션은 더욱 다양해졌고 불투이스가 이끈 수비 또한 안정감을 찾았다.

이중 대표적인 선수는 비욘 존슨(29, 미국)이다. K리그1과 FA컵에서 주니오에 밀려 존재감이 미미했던 비욘 존슨(5골)은 ACL 16강전, 호주의 멜버른 빅토리(3-0)를 상대로 세트피스에 의한 멀티 골을 기록하는 맹활약으로 주니오(ACL 9경기 7골 1도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해결사로 거듭났다.

중원의 사령탑 윤빛가람(4골 3도움) 또한 공수 연결고리 역할은 물론 직접 골까지 여럿 터뜨리며 공헌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는 일본 FC 도쿄와의 5차전에서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정확하고 날카로운 킥력으로 짜릿한 역전승(2-1)을 이끌어낸 바 있다.  K리그1에서 존재감이 없던 백업 골키퍼 조수혁(33) 역시 결정적인 순간 눈부신 선방으로 울산의 무패 행진에 핵심 역할을 했다.

궁극적으로 울산의 알토란 같은 선수 각 개인의 활약상은 경기력은 물론, 팀 분위기까지 끌어올리며 8강전에서 만난 중국 베이징 궈안 마져 2-0으로 완파하는 '걸작축구'를 이어가게 했다.

준결승전에서는 일본의 빗셀 고베를 맞아 수비진의 불안한 공격 빌드업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뒷심까지 자랑했다. K리그1에서의 뒷심 부족이라는 불명예 꼬리표를 떼며, 연장 접전 끝에 주니오의 극적인 페널티킥 결승골로 2-1 역전승을 거둔 것이다.

결국 19일 울산은 카타르 도하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서아시아 우승팀 이란의 페르세폴리스와의 결승전에서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VAR 끝에 전반 추가시간과 후반 10분 주니어의 페널티킥 골로 2-1로 승리하며, K리그1과 FA컵 준우승 한을 풀었다.

울산의 ACL 제패는 울산의 명예 회복은 물론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의미도 있다. 아울러 페어플레이(FAIR PLAY)상까지 수상하며 기쁨을 더했고, 윤빛가람은 영광의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으며 화려하게 피날레를 장식했다.

뿐만 아니라 울산은 '2020 ACL' 우승으로 2021년 2월 1일 카타르에서 개최되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출전권까지 획득하며 세계적인 명문 클럽들과 자웅을 겨룰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김도훈 감독의 계약 만료로 인한 울산과의 이별 건은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FIFA 클럽월드컵은 세계 최고 클럽을 가리는 토너먼트 대회로, 6개 대륙 클럽대항전 우승팀과 개최국 리그 우승팀이 참가한다. 특히 카타르 대회에는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독일 바이에른 뮌헨도 출전하기에  울산에겐 명문 구단들과 자웅을 겨루며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리그1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축구감독 35년 역임 현.스포탈코리아 편집위원&축구칼럼위원 현.대자보 축구칼럼위원 현. 인터넷 신문 신문고 축구칼럼위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