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직전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김정호가 온몸을 내던지며 울산 공격을 막아내는 순간

종료 직전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김정호가 온몸을 내던지며 울산 공격을 막아내는 순간 ⓒ 심재철


두 게임 연속 멀티골도 모자라 자신의 K리그 첫 해트트릭 기록을 남겼다. 꼴찌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근근이 먹여살리고 있는 몬테네그로 국가대표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가 그 주인공이다.

유상철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일 오후 7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9 K리그 원 28라운드 울산 현대와의 홈 게임에서 간판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의 후반전 추가 시간 극장골에 힘입어 3-3으로 비겼다. 이 덕분에 인천 유나이티드는 제주 유나이티드를 승점 1점차로 밀어내고 꼴찌에서 벗어났다.

울산, 다 잡은 승리 놓치다

퇴장 징계가 끝나지 않아 김도훈 감독이 벤치에 앉지 못하는 어웨이 팀 울산 현대는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1위 굳히기 기회를 잡았다. 

전반전이 끝나가던 41분에 김인성의 오른쪽 구석 크로스를 받은 골잡이 주니오가 감각적인 헤더 슛으로 먼저 골을 터뜨린 것이다. 강등권 피하기 싸움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에게 결정적인 상처를 안긴 순간이었다.

같은 시각 FC 서울과의 어웨이 게임을 펼치고 있는 전북 현대가 일찌감치 2골을 터뜨리며 선두로 달려나가고 있던 것을 감안하면 주니오의 결정타는 울산이 지키고 싶은 1위 자리를 확인하는 지표였다.

후반전 시작 후에도 울산의 선두 굳히기 분위기는 여전히 주니오가 주도했다. 54분에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받은 주니오가 인천 골문 바로 앞에서 헤더 슛을 날렸는데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정산이 슈퍼 세이브로 그 공을 쳐낸 것이다. 하지만 골대를 스치며 떨어지는 공을 향해 달려들어간 주니오가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하게 차 넣었다.
 
 81분, 울산 현대 골키퍼 김승규가 인천 유나이티드 무고사의 오른발 직접 프리킥을 슈퍼 세이브로 쳐내고 있다.

81분, 울산 현대 골키퍼 김승규가 인천 유나이티드 무고사의 오른발 직접 프리킥을 슈퍼 세이브로 쳐내고 있다. ⓒ 심재철

 
그러는 사이에 인천 유나이티드 센터백 조합(이재성, 여성해)은 주니오를 전혀 따라잡지 못했다. 일주일 전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5골을 내준 수비 라인이 심각하게 무너졌다는 반증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수비가 더 심각한 것은 상대 팀 간판 공격수에게 한꺼번에 여러 개의 공격 포인트를 허용했다는 점이다. 포항 스틸러스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들은 완델손에게 해트트릭도 모자라 2개의 어시스트까지 내줬다. 알면서도 눈 뜨고 호되게 당한 꼴이다. 이번에도 울산의 간판 골잡이 주니오에게 완벽한 헤더 슛을 두 차례나 허용했다는 사실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셈이다.

스테판 무고사, 꺼져가는 인천의 불씨를 살리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9월의 첫 날이자 일요일 저녁 7370명의 홈팬들 앞에서 0-2로 질질 끌려가던 인천 유나이티드를 다시 일으킨 주인공은 몬테네그로 국가대표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였다. 

지난 해 인천 유나이티드 FC에 입단하여 골잡이로 활약하기 시작하면서 35게임 19득점(게임 당 0.54골) 감각을 뽐냈던 무고사가 꼴찌까지 미끄러지며 꺼져가던 인천 유나이티드의 작은 불씨를 살려낸 셈이다. 

포항과의 지난 라운드에서도 2골을 몰아넣으며 부활 가능성을 뽐냈던 무고사가 67분에 지언학의 빠른 측면 크로스를 받아 달려들어가며 오른발 강슛을 울산 골문에 성공시켜 인천 극장이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 무고사(앉은 9번 선수)가 88분에 헤더 골로 2-2를 만드는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무고사(앉은 9번 선수)가 88분에 헤더 골로 2-2를 만드는 순간 ⓒ 심재철

 
인천의 무고사는 81분에도 자신이 얻은 직접 프리킥 기회를 오른발 감아차기로 처리하며 동점골을 노렸지만 국가대표 골키퍼 김승규의 슈퍼 세이브에 탄식을 내뱉었다. 

무고사의 골 감각이 절정에 오른 순간은 88분이었다. 아산 경찰청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미드필더 김도혁의 오른쪽 코너킥을 받아서 정확한 헤더 골을 울산 골문 오른쪽 구석에 꽂아넣은 것이다. 울산 미드필더 둘이 무고사를 밀어내기 위해 몸싸움을 걸었지만 빼어난 위치 선정 능력을 자랑하며 몸을 내던지는 헤더 슛을 성공시켰다.

이 순간만으로도 7천 명이 넘는 인천 홈팬들은 감격했다. 무고사가 터뜨린 극장 골 덕분에 1위 팀을 상대로 승점 1점을 따낼 수 있다는 희망이 부풀어오른 것이다. 

하지만 축구 게임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곧바로 울산의 슈퍼 서브 이근호가 신진호의 오른쪽 크로스를 받아 헤더 골을 터뜨린 것이다. 시계가 89분을 넘어 90분에 도달한 시각이었기 때문에 누가 봐도 1위 울산의 뒷심이 적중한 것이었다.

이대로 인천 유나이티드는 꼴찌 신세를 벗어나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추가 시간에 완성된 스테판 무고사의 해트트릭은 숭의 아레나를 오랜만에 인천 극장으로 만들어놓았다. 
 
 90+3분,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무고사가 오른발 슛으로 해트트릭을 완성하는 순간

90+3분,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무고사가 오른발 슛으로 해트트릭을 완성하는 순간 ⓒ 심재철

 
정말로 종료 직전인 90+3분에 총공세를 펼친 인천 유나이티드는 센터백 여성해까지 높은 지역으로 올라가 연계 플레이를 펼쳤고 울산 수비수 다리 사이로 절묘한 대각선 패스를 찔러주었다. 스테판 무고사가 마지막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울산 수비수들이 골문 가까운 가운데 쪽에 몰린 틈을 타 오른쪽 측면으로 빠져서 기다리던 스테판 무고사가 이 패스를 잡지도 않고 오른발로 성공시킨 것이다.

무고사의 발끝을 떠난 공은 울산 골키퍼 김승규가 도저히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오른쪽 기둥을 스치며 빨려들어갔다. 무고사는 노란딱지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기 유니폼 상의를 훌러덩 벗어서 들고 골문 바로 뒤 감격에 휩싸인 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즈와 기쁨을 나눴다.

무고사는 이 해트트릭 극장 골 덕분에 단숨에 득점 랭킹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22게임을 뛰면서 10골(게임 당 0.45골)을 넣었으니 대구 FC 세징야와 울산 김보경의 11골을 따라잡을 수 있는 6위가 된 것이다.

승점 1점을 나눈 인천 극장은 K리그 1 순위표 맨 꼭대기와 맨 아래쪽을 흔들어놓았다. 승점 차이가 미미하지만 순위표가 점점 영글고 있는 가을이 부쩍 다가왔기에 승점 1점, 1득점조차 가볍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는 스테판 무고사의 해트트릭 극장 골 덕분에 제주 유나이티드를 다시 밀어내고 11위에 올라섰고, 울산 현대는 같은 시각 FC 서울을 2-0으로 이긴 전북 현대에게 밀려나 2위 자리로 내려앉았다. 

어떤 팀은 비겼는데 이긴 기분, 어떤 팀은 비겼는데 진 기분으로 숭의 아레나 초록 그라운드를 걸어나간 셈이다.

2019 K리그 원 28라운드 결과(1일 오후 7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숭의 아레나)

인천 유나이티드 FC 3-3 울산 현대 [득점 : 스테판 무고사(67분,도움-지언학), 스테판 무고사(88분,도움-김도혁), 스테판 무고사(90+3분,도움-여성해) / 주니오(41분,도움-김인성), 주니오(54분), 이근호(90분,도움-신진호)]

2019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60점 17승 9무 2패 59득점 26실점 +33
2 울산 현대 59점 17승 8무 3패 55득점 27실점 +28
3 FC 서울 47점 13승 8무 7패 42득점 34실점 +8
4 강원 FC 42점 12승 6무 10패 43득점 40실점 +3
5 대구 FC 41점 10승 11무 7패 34득점 27실점 +7
6 상주 상무 39점 11승 6무 11패 34득점 40실점 -6
7 수원 블루윙즈 38점 10승 8무 10패 36득점 34실점 +2
8 포항 스틸러스 35점 10승 5무 13패 33득점 40실점 -7
9 성남 FC 34점 9승 7무 12패 23득점 30실점 -7
10 경남 FC 22점 4승 10무 14패 31득점 48실점 -17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20점 4승 8무 16패 22득점 43실점 -21
12 제주 유나이티드 19점 3승 10무 15패 30득점 53실점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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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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