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은 '노망주', 'U-40 유망주', '축구 도사' 등 나이가 무색할 정도의 활약을 펼친다는 이유로 팬들이 붙여준 애칭이 많은 선수이다. 다만, 리그와 국가대표를 오가며 팀을 여러 위기에서 구해낸 이동국이 아쉽게도 올 시즌에는 팬들이 만족할 만한 활약을 펼치지는 못하고 있다.

79년생, 한국 나이 41세라는 그의 나이를 고려해볼 때 경기력의 저하는 당연한 일로 보일 수도 있다. 이미 비슷한 나이대에 접어든 축구인들은 지도자, 방송인, 해설 위원 등 축구 선수가 아닌 외적인 부분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현역으로 뛰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동국은 찬사를 받을 만하다. 어쩌면 올 시즌 부진은 '급격한 노쇠화'로 인한 것일 확률이 큰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시즌 이동국과 올 시즌 이동국은 '나이 한 살' 그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차이점이 드러나고 있다.
 
 2019년 6월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전북 이동국의 모습.

2019년 6월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전북 이동국의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 시즌보다 많은 선발 출장, 그리고 다른 투입 시기

현재 18R, ACL 16강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이동국의 경기 출장 수를 놓고 보면, 올 시즌보다 지난 시즌 더욱 많은 경기를 출장했다. 지난 시즌에는 24경기 11득점 1도움을 기록했고, 올 시즌에는 현재까지 23경기 5득점 2도움(리그+ACL 기록, FA컵 제외)을 기록했다. 경기 수 대비 공격포인트에서 부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선발 출장 횟수를 놓고 본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지난 시즌에는 7회 선발, 1022분(18R, ACL 16강까지, 출전 시간의 경우 풀타임일 경우 추가시간 계산 X)을 출전한 반면, 올 시즌에는 11회 선발, 1008분을 소화하며 더욱 많은 선발 출전을 기록하고 있다. 고작 4경기밖에 차이 나지 않는 선발 출전 기록이지만, 지난 시즌 월드컵 휴식기가 있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는 이동국에게 큰 체력 부담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교체 투입의 경우 지난 시즌에는 평균 29.4분을 소화하며 조금씩 많은 기회를 부여받은 반면, 올 시즌에는 평균 14.3분으로 상당히 투입 시점이 늦어졌다. 이는 이동국의 조커 활용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뜻하며, 짧은 시간 내에 공격포인트를 기록해야 한다는 제한적인 기회를 부여받은 것을 의미한다.

모라이스 감독과의 조화

아직 부임한 지 한 시즌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완성'인 모라이스 감독의 색깔을 논하는 것은 시기 상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엄연히 최강희 감독 체제와는 차이를 보인다.

부임 초기 모라이스 감독은 "기존에 잘하는 것에 세부적인 것을 추가하겠다"라고 선언하며, 전북의 '닥공' 스타일은 유지한 채, 자신의 색깔을 조금씩 입히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포메이션도 전북이 기존에 사용했던 4-1-4-1이나 4-2-3-1을 활용했고, 라인업에서도 큰 변화는 느낄 수 없었다. 다만 벤투 감독처럼 후방 빌드업을 강조하며 높은 라인을 통한 빌드업을 강조했고, 발밑이 좋은 홍정호와 김민혁을 이용한 측면으로의 빌드업에 집중했다. 또한 양쪽 윙백들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며 빠른 공수 전환을 추구했다.

수비 라인과 마찬가지로 공격에서도 큰 변화는 없었다. 측면 쪽에서의 크로스를 향한 공격 방식이나, 측면 자원들에게 다소 자유를 부여하며 개인 능력에 이은 돌파까지 이어지는 루트는 최강희 감독과 같은 점이었다. 다만 공격 작업에서의 세부적인 전술이 조금 개선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최강희 감독은 경기가 풀리지 않을 경우,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공격 숫자를 늘리는 방식을 통해 상대의 수비를 무너뜨리려고 했다. 하지만 모라이스 감독은 최대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선 내에서 약속된 플레이를 만드는 쪽이었다. 이로 인해 측면 자원들과 최전방 공격수 간의 부분 전술을 통해 상대 수비를 풀어내려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전북 현대의 조세 모라이스 감독의 모습

전북 현대의 조세 모라이스 감독의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러한 큰 변화 없이 조금씩 자신의 색깔을 입혀가는 과정에서 이동국은 시즌 초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특히 2019 AFC 챔피언스리그 G조 1차전 베이징 궈안과의 경기에선 선발로 출장해 팀의 승리를 안겨주는 결승골을 기록했다. 또한 결정적인 슈팅, 김신욱의 추가 득점까지 도우며 여전히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라이스 감독의 축구는 달라졌다. 특히 한교원과 이승기의 부상, 윙 자원들의 부진 등 여러 요소가 겹치면서 전북의 축구는 급격하게 단순해졌다. 또한 더블 스쿼드를 자랑했던 전북이었지만 기대와 달리 로테이션 자원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밸런스를 중시한 모라이스 감독은 기존 자원들에게 큰 신뢰를 보냈고 한정된 선수층 안에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단순해진 축구 속에서 최근 모라이스 감독은 '무한 크로스'를 통한 김신욱의 머리를 노리는 전술만을 사용한다며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한승규, 최철순 등 걸출한 백업 자원들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는다는 소리도 듣고 있다.

이는 특히 ACL 16강 2차전 상하이와의 후반전에 극명하게 드러났다. 전반전 전북은 상하이를 압도하며 1-0으로 마무리했지만 후반전 전북의 운영은 달랐다. 밸런스를 중시한 모라이스 감독은 공격적으로 나오는 상하이를 상대로 과거 최강희 감독처럼 공격수를 투입하며 상대의 공격 의지를 무너뜨리는 선택을 하지 않고, 다소 라인을 내린 상태로 수비적 운영을 선택했다. 또한 교체 카드로 임선영을 빼고 최영준을 투입하며 더욱 수비적인 선택을 내렸다. 결국 다소 수비적인 운영 속에, 전북은 계속해서 상하이에 주도권을 넘겨줬고, 결국 후반 실점하며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전에 돌입한 전북은 무려 교체 카드가 2장이나 남은 상황에서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았고, 경기 종료 1분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이동국을 투입했다. 그러나 짧은 시간 속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없었고, 결국 승부차기 끝에 패배했다.

결국 올 시즌 이동국은 조커로의 활용이 아닌, 김신욱의 백업 선수로 활용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는 교체로 많은 기회를 부여받기보다는 선발을 통해 기회를 부여받았고, 이동국의 역할이 아닌 김신욱의 역할을 자신이 소화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또한 백업 멤버들과 함께 출전하다 보니, 다소 득점에 집중할 수 없었고 득점에 있어서 보다 적은 기회를 맞이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즉 지난 시즌 주로 조커로 활용되며 오로지 '득점'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올 시즌에는 더욱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7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가 끝난 후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전북 이동국이 환호하고 있다.

전북 이동국의 모습(자료사진) ⓒ 연합뉴스

 
추가적으로 지난 시즌 이동국은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비교적 이른 시간에 투입되며 김신욱과 투톱을 형성했다. 결국 4-4-2로의 전환을 통해 밸런스를 무너뜨린 전북은 다소 많은 공격 숫자를 통해 상대를 압박했고, 이를 통해 이동국에 대한 견제도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모라이스 감독은 후반전, 간혹 4-4-2를 활용하기도 했지만 주로 원톱으로 이동국을 선발 출전시켰고 이는 상대의 집중 견제의 대상이 됐을 가능성도 크다.

전북 통산 200호 골의 심리적 부담

심리적인 부담 또한 이동국의 최근 폼과 관련 있다고 할 수 있다. 7R 상주를 상대로 199호 골을 터뜨렸던 이동국이 200호 골을 터뜨린 건 14R에서 다시 상주를 만났을 때였다. 경기 수로 본다면 10경기(리그 7경기+ACL 3경기), 날짜로 본다면 43일 만의 득점이었다. 물론 43일 만의 득점이 결코 긴 시간은 아니지만, 상주전 득점에 성공한 이동국의 맘고생은 그 누구보다 심해 보였다.

5월 21일 부리람과의 경기를 마치고 이동국은 "최근 이상하게 득점포가 터지지 않는다"라는 인터뷰를 했고, 상주전 바로 직전 경기였던 5월 29일 강원전에서는 PK를 놓치는 불운까지 겪었다. 마치 '아홉수'에 걸린 느낌이었다.

특히 득점 이후 인터뷰 장면에서 그동안의 맘고생이 크게 드러나보였다. 물론 이동국이라는 베테랑 스트라이커라면 이는 충분히 극복 가능한 일이긴 했으나 조금이라도 득점에 부담을 느꼈고 이는 심리적 압박감으로 작용해 경기력의 부진까지 불러온 결과일 수도 있다.

폼이 떨어진 것이든, 모라이스 감독의 전술과 맞지 않는 것이든 언제나 이동국은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찾은 선수였다. 과거 이타적인 플레이가 없는 선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동국은 리그 도움왕을 기록했다. 과거 최강희 감독 시절에는 이동국을 플레이메이커로 활용하며 경기의 흐름을 바꾼 적도 있다. 이처럼 이동국은 항상 사람들의 시선과 감독의 요구 사항에 따라 자신을 진화시켜왔다.

매 시즌 이동국은 '노쇠화'라는 소리를 듣고 살았다. 그러나 매 시즌 이러한 우려를 자신 스스로 극복했고, 항상 후반기에 반등을 이뤄냈다. 현재 거의 리그 절반을 치른 시점에서 이동국은 자신의 폼을 끌어올리기 위해, 감독의 전술적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있는 예열 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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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전북현대 전북 최강희 모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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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전문 언론인을 꿈꾸는 시민 기자 김민재입니다. 부족한 기사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마음껏 피드백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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