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주고 선수를 수급할 수 있는 클럽팀과 달리, 국가대표팀은 선수를 영입할 수 없기 때문에 좋은 선수가 나오기를 바라야 한다. 특히 정상급 공격수가 하나라도 등장하기를 국가대표팀은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만큼 한 나라에서 그 팀의 득점을 책임질 정상급 공격수가 등장하는 것은 쉽지가 않지만 예외인 나라가 있으니 바로 폴란드이다. 축구 강국이라고 부르기는 힘든 폴란드는 현재 유례 없는 공격수 풍년을 맞이하고 있는데 하나도 둘도 아닌, 셋이나 등장했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골 세리머니를 펼치는 바이에른 뮌헨 소속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바이에른 뮌헨 소속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자료사진) ⓒ EPA/연합뉴스

 
폴란드 역대 최고의 선수인 88년생의 레반도프스키는 폴란드 리그에서 1, 2부리그 득점왕을 석권하고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로 넘어왔다. 초반에는 바리오스에 밀려 후보에만 머물렀지만 11-12 시즌부터 도르트문트 주전 공격수 자리를 차지하면서 도르트문트의 원톱 스트라이커로 활약한다. 무시무시한 득점포를 비롯해 오프 더 볼 움직임까지 활성화되면서 독일을 넘어 유럽이 주목하는 공격수로 성장한 레반도프스키는 도르트문트에서 라이벌 팀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고 그곳에서 도르트문트 버금가는 활약을 펼치며 여전히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레반도프스키는 분데스리가에서 198골(2019년 4월 4일 기준)을 기록하면서 역대 외국인 최다골이자 분데스리가 통산 득점 5위에 올라있다. 명실상부 유럽을 대표하는 원톱 스트라이커 레반도프스키는 클럽에서의 활약을 대표팀까지 이어나갔다. 레반도프스키는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도 득점 행진을 기록하면서 여기서도 맹폭을 이어나간다. 득점뿐만 아니라 공격의 기점 역할, 연계 역할까지 펼치면서 만능 공격수의 면모를 보인 레반도프스키 덕택에 폴란드는 유로 2016 8강에 오르고, 12년 만에 월드컵에 복귀하기도 하였다.

레반도프스키는 폴란드 국가대표팀 옷을 입고 104 경기 56골을 터뜨리면서 폴란드 역대 최다 득점자로 기록되어있고 조만간 최다 출장 기록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 올해의 축구 선수상을 7년 연속이나 받을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었지만, 폴란드에 문제점은 너무 레반도프스키만 있다는 것이었다. 독보적인 존재 탓에 집중 견제를 받아야 했고 정작 메이저 대회에서는 위용을 과시하지 못한 레반도프스키였다. 레반도프스키가 점점 힘에 부쳐갈 무렵, 정상급 공격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르카디유스 밀리크

폴란드 리그에서 성장한 1994년생의 밀리크는 레버쿠젠으로 기대를 받고 입성하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해 아우크스부르크, 아약스로 임대를 떠나게 되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아약스에서 주포로 활약하며 아약스에 정착했고 아약스에서 제2의 레반도프스키로 불리면서 대활약을 펼치게 된다. 유럽이 주목하는 유망한 공격수가 된 밀리크는 이과인의 대체자를 찾던 나폴리의 레이더망에 들었고 3200만 유로에 나폴리로 건너가게 되어 앞으로 창창한 미래가 펼쳐질 줄 알았지만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밀리크는 나폴리 이적 초반, 피지컬을 활용한 절정의 골 감각을 펼치며 기대감을 모았지만 월드컵 예선에서 십자인대가 파열되면서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리게 된다. 부상에서 회복한 밀리크는 이후에도 잔부상에 시달렸고 가장 큰 장점이던 피지컬을 활용한 플레이들이 잘 이루어지지 못해 미완의 대기로 남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었다. 하지만 2018-2019 시즌, 완벽하게 부활하며 나폴리의 주포로 활약하고 있다. 밀리크는 나폴리에 새로 부임한 안첼로티 감독과 찰떡 궁합을 보여주면서 리그 16골 7도움으로 나폴리 공격을 이끌고 있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를 짓누르고 골을 만드는 플레이, 라인을 파괴하는 침투 능력, 기막히게 골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그의 어린 시절 별명대로 레반도프스키를 떠올리게 만든다. 레반도프스키보다 둔탁한 면은 있지만 득점력으로 그 부분을 커버해주는 것이 밀리크이다. 대표팀에서 밀리크는 레반도프스키와 함께 투톱을 구성하여 활약하는데 총 46경기 13골로 선배 레반도프스키보다는 다소 미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부상을 딛고 최근에서야 부활에 성공한 만큼 앞으로의 밀리크 활약을 더욱 기대해볼 필요가 있다.

크르치초프 피아텍

레반도프스키, 밀리크만으로도 상대 팀은 폴란드를 상대하기 벅찰 테지만 또 하나의 무서운 공격수가 폴란드에 등장했다. 세리에A를 뒤흔든 크르치초프 피아텍이 그 주인공이다. 폴란드 리그 크라코비아에서 준수한 활약을 한 피아텍은 제노아에서 400만 유로를 투입해 영입하면서 세리에A에 입성했는데 시즌 초반, 호날두에 버금가는 득점력을 선보이면서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을 놀라게 만들었다. 반짝 활약에 그칠 줄 알았지만 꾸준한 득점으로 득점 랭킹 상위권에 올라서면서 빅클럽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과인이 밀란에서 첼시로 떠날 것이 기정사실화되며 공격수를 찾고 있던 AC밀란에게 피아텍은 좋은 선택이었다. 3500만 유로를 투입해 그를 영입했는데 6개월 만에 거의 9배 정도 몸값이 오른 셈이었다. 피아텍은 이적하자마자 6경기 7골을 폭발시켰고 팀을 4위권 안으로 끌어올려 주었으며 그동안 걱정거리였던 득점력 고민을 말끔하게 해소시켜주었다. 터치 횟수는 적더라도 갑자기 등장해 골을 만드는 능력은 AC밀란의 레전드 공격수 인자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하여 폴란드 인자기라는 별명도 붙은 피아텍이었다.
 
 폴란드 국적의 AC 밀란 소속 공격수 크르지초프 피아텍(Krzysztof Piatek) 선수. 지난 2019년 4월 3일 오전 2시(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란 산시로 경기장에서 열린 이탈리아 리그 세리에A 경기에서 우디네세를 상대로 피아텍이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폴란드 국적의 AC 밀란 소속 공격수 크르지초프 피아텍(Krzysztof Piatek) 선수. 지난 2019년 4월 3일 오전 2시(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란 산시로 경기장에서 열린 이탈리아 리그 세리에A 경기에서 우디네세를 상대로 피아텍이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하지만 피아텍의 진정한 별명은 건슬링거, 즉 총잡이이다. 피아텍이 골 셀레브레이션으로 하는 쌍권총 세리머니 때문인데 이 때문에 밀란의 보안관, 밀란의 총잡이, 건슬링거라는 애칭이 붙게 되었다. 당연히 폴란드 대표팀으로도 소집된 피아텍은 아직 4경기밖에 소화하지 않았지만 2골을 터뜨리면서 가능성을 보여줬고 폴란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쌍권총 셀레브레이션을 선보이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공격수 풍년을 맞이한 폴란드

유럽 정상급 공격수가 하나도 둘도 아닌 셋이나 대표팀에 있다는 것이 가히 축복에 가까울 것이다. 다른 팀들이 공격수를 찾느라 애를 먹고 있는데 이를 비웃듯 리그에서 20골에 가까운 득점을 선보이는 공격수가 셋이나 스쿼드에서 있으니 폴란드 국민들과 대표팀 입장에서는 행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점이 있는데 이들의 유형이 모두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폴란드 대표팀은 공생 법을 찾고 있다. 이제껏 그랬던 대로 레반도프스키에게 원톱의 임무뿐 아니라 공격 연계 임무까지 맡기면서 같이 나온 공격수에게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부여하고 피아텍이나 밀리크 둘 중 하나가 나와서 레반도프스키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레반도프스키 나이를 고려하면 이 셋이 합을 맞추는 것은 유로 2020, 혹은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마지막일 것이라 생각되는데 그때까지 폴란드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싶을 것이다.

유례 없는 공격수 풍년을 맞이한 폴란드의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폴란드산 폭격기 3인방이 각각 자신의 소속팀들에서 펼칠 활약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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