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 대만에서 열린 제 40회 윌리엄 존스컵에서 6승 2패의 성적을 거두며, 캐나다 이란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윌리엄 존스컵은 대만(A,B), 일본, 이란, 필리핀, 리투아니아, 캐나다, 대한민국까지 8개팀이 참가한 대회로 올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의 전초전 성격을 띤다. 대부분의 팀들은 대학팀 또는 2군을 출전시켰지만, 대한민국만큼은 정예 멤버 모두가 출동했다.

<윌리엄 존스컵 경기 결과>
1경기 : 대한민국 vs. 인도네시아, 92-86 대한민국 승
2경기 : 필리핀 vs. 대한민국, 73-90 대한민국 승
3경기 : 대한민국 vs. 리투아니아, 108-87 대한민국 승
4경기 : 대만 B vs. 대한민국, 84-103 대한민국 승
5경기 : 대한민국 vs. 이란, 69-80 이란 승
6경기 : 일본 vs. 대한민국, 72-101 대한민국 승
7경기 : 캐나다 vs. 대한민국, 94-99 대한민국 승
8경기 : 대만 A vs. 대한민국, 77-73 대만 A 승


윌리엄 존스컵에서 의미있는 경기는 3경기다. 라틀리프가 40분을 소화한 3경기인 인도네시아, 이란, 캐나다전이다. 연습게임이라고 볼 수 있는 윌리엄 존스컵에서 가장 실전과 비슷한 경기 양상을 띠었다. 아시안게임의 전초전인 만큼 2017 FIBA 아시아컵과 비교해서 경기력을 진단했다.

1. 수비적인 측면

지난 2017 FIBA 아시아컵에서 7경기에서 평균 72점을 실점한 반면, 2019 FIBA 농구월드컵예선(3경기), 윌리엄존스컵(3경기) 최근 6경기에서 평균 86점을 실점하고 있다. 1년 사이에 무려 14점이나 많이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에 대한 원인으로는 먼저 평균 신장의 하락이 있다. 지난 FIBA 아시아컵 대표팀의 평균 신장은 196cm, 올해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평균 신장은 193cm로 3cm가 낮아졌다.

신장이 해당 팀의 수비를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는 아니지만, 실제 경기에서 수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실제로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경기력향상위원회는 대표팀의 장신화를 추구했다.

또 다른 이유는 1순위 빅맨들의 줄부상이다. 라틀리프가 가세하긴 했지만 오세근(발목), 김종규(무릎), 이종현(아킬레스건)이 부상으로 낙마한 것이 크다. 아시아컵에서 KOR든 스테이트라는 별칭을 얻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해 대표팀의 진정한 장점은 골밑이였다.

마지막으로 개개인의 수비 능력 부족이다. 이번 대표팀에서 KBL 수비 5걸 경험이 있는 선수는 라틀리프, 이승현, 박찬희 단 3명이다. 17-18시즌 수비 5걸인 이대성(종아리), 양희종(손가락), 오세근(발목), 송교창의 부재가 더욱 아쉬운 상황이다.

2. 공격적인 측면

라틀리프가 합류한 이후, 대한민국 대표팀은 라틀리프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졌다. 합류 후 첫 경기인 뉴질랜드전, 대표팀이 던진 75개의 야투 중 29개(38%)가 라틀리프의 것이었다. 다음 경기인 중국전, 54개의 야투 중 14개의 야투(25%)를 책임졌고 홍콩전에서는 72개의 야투 중 24개의 야투(33%)를 던졌다. 이번 존스컵 인도네시아전에서도 44개 중 16개(36%)를 던졌다. 마찬가지로 이란 전에서는 40개 중 15개(37%) 캐나다전에서도 48개 중 21개(43%)를 던졌다.

라틀리프 의존도가 심해진 것은 공격 전개가 단조롭다는 뜻이다. 라틀리프 말고는 혼자서 공격 전개를 할 수 있는 선수가 거의 없다. 현 대표팀에서 MVP 경험이 있는 선수는 김선형 단 1명이다. MVP급은 차치하더라도 리그 베스트5 경험이 있는 선수도 라틀리프, 김선형, 박찬희, 이정현, 이승현 단 5명이다. 한 국가의 대표팀이 이리 빈약할 수 있는가? 지난 시즌 MVP 두경민, 지지난 시즌 MVP 오세근의 부재가 더욱 아쉽다.

슈터의 부진도 아쉽다. 아시아컵에서 대표팀의 3점 성공률은 41.7%로 대단히 높았다. 하지만 라틀리프가 합류한 최근 6경기 대표팀의 3점슛 성공률은 32.6%다. 슈터 부진의 원인은 오프더볼 스크린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대표팀의 에이스인 오세근은 로우 포스트에서 수비수와 1대1을 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지만, 슈터들의 기회를 살려주는 스크린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영리한 오세근 덕에 전준범, 임동섭, 허웅이라는 슈터가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이번에 새로이 합류한 김준일, 강상재는 개인 공격 능력은 출중한 편이지만 슈터들을 살려주는 핸즈오프, 스크린 능력이 부족하다.

여러모로 굉장히 아쉬운 대표팀의 경기력이다. 이런 상황을 야기한 선수 선발에 대해 굉장히 의문이다. 지난 대회에서 대표팀의 핵심 아이덴티티로 수비와 슛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대표팀에서는 무엇을 중점으로 선수를 구성했는지 모르겠다.

허재 감독이 받는 지탄은 허 형제의 발탁 그 자체보다는 기회의 평등이 추구되지 않았다는 점이 크다. 실제로 허재 감독이 이끈 총 8개의 대회 중, 허웅·허훈 형제가 각각 7개 대회에 출전했다. (*허웅은 2016 동아시아 대회, 허훈은 2017 아시아컵 불참) 반면 포지션 경쟁자라고 불리는 송교창, 전성현 - 두경민, 이대성 등에는 비교적 박했다는 평가도 있다.

허재 감독은 지난 1월 대표팀 선발에 대해, "어린 선수를 선발하고 경험시킬 시간이 없다. 손발이 맞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로부터 6개월이 흘렀다. 아직도 손발 맞출 시간이 필요한가? 언제까지 손발만 맞출 건가. 대부분 대학팀 또는 2군이 출전하는 윌리엄 존스컵이야말로 송교창, 안영준, 양홍석, 허훈 등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대회에 가깝다.

물론 선수 구성은 전적으로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그러나 결과가 아무리 좋다 한들, 과정이 공정하지 않으면 질책은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는 책임감이 있는 자리다.

자카르타-팔렘방으로 향하는 허재호의 앞길에는 먹구름이 껴 마냥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레바논에서의 성공적인 향해를 재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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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존스컵 아시안게임 농구 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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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KBL, NBA를 다루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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