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

버닝 ⓒ cgv아트 하우스


영화 <버닝>은 제목이 상징하는 것처럼 태우는 것으로 시작하여 태우는 것으로 끝난다.
(오프닝 장면이 주인공인 종수가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블랙리스트 이창동 감독은 이명박-박근혜 8년 동안 자신의 작품을 연출하지 못했는데 그동안의 울분을 한꺼번에 이 영화를 통해 태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젊은이들에게 자본의 폭력에 저항하고, 정치적 무관심과 체념을 떨쳐버리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라고 호소하여 전 세계적인 분노 신드롬을 일으킨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의 영화판을 보는 듯했다.

전작인 <시>에서 보여 준 메타포를 사용하여 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긴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보면 영화의 곳곳에서 우리 사회의 갈등과 모순에 분노하는 감독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

<버닝>은 주인공인 세 명의 젊은이를 통해 현재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모순인 불평등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세 명은 모두가 뚜렷한 직장이 없지만 한 사람은 노는 것이 일이라면서 부를 누리는 반면 다른 두 명은 근근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희망조차 잊고 살아야 하는 가난한 청춘이다.

똑같이 욕망을 위해 태우고자 하지만 한 명은 재미로 비닐하우스를 태우고 다른 청춘들은 대신에 자기 속을 태운다. 종수가 마지막에 태우는 것은 분노하면서 쓸어버려야 할 이 모순된 사회라는 생각에 한 편으로는 후련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섬뜩했다.  

칸에서 황금종려상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었고, 최종적으로는 비평가연맹상·벌컨상을 받은 영화지만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다가갈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나는 이 영화가 청년들보다는 우리 어른들이 보아야 할 영화라는 생각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는 이 영화는 그리 유쾌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친절하지는 않지만 주인공으로 나온 배우들은 신선하다. 전종서와 스티븐 연이라는 새로운 얼굴을 만날 수 있고 유아인은 <베테랑>에서 보여 준 이미지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기한다.

사실 처음에는 유아인을 내세운 것이 좀 의아했다. 그러나 유아인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반전시킴으로서 이 영화는 좀 더 극적으로 다가온다. 거기다 흥행까지 고려하면 수긍이 된다.

현실을 리얼하게 반영한 영화라는 것을 숨기지 않으려는 듯 종수의 아버지가 지금  MBC 사장이 된 최승호PD라는 것도 재미있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려면 끈기가 조금 필요하다는 점은 미리 알려드린다. 내 옆자리의 관객 한 명은 지루함을 참지 못한 듯 중간에 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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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정상화와 혁신교육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가끔 영화평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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