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엔블루 정용화

씨엔블루의 리더 정용화. 그는 밴드의 맨 앞에 서는 사람으로서, 잘해야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가끔, 아니 조금 자주 과한 자신감을 보인다고 우스갯소리로 털어놨다. 어떤 날은 너무 신이 나서 다리 밑으로 기타를 넣어서 쳤는데, 후에 모니터링을 하며 아주 부끄러웠다고 웃어보였다. ⓒ FNC엔터테인먼트


 씨엔블루 강민혁

씨엔블루의 멤버 민혁. 그는 "이번 6집 미니앨범의 수록곡이 다 좋으니 타이틀 곡 외에도 다 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용화 형이 작사 작곡한 '영 포에버'(Young Foever)가 좋다"고 덧붙였다. ⓒ FNC엔터테인먼트


제목 참 좋다. '이렇게 예뻤나'라니. 남자들이라면 "이 무슨 오글거리는 멘트냐"고 주먹을 쥘 법하지만, 여자들이라면 괜히 본인에게 하는 말이라며 우기고 싶어지는 '심쿵멘트'가 아닐까. 제목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는 더 흥미롭다.

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씨엔블루의 인터뷰 현장으로 살짝 따라오시길.

'음원 깡패' 포기하고 자작곡 쓰는 이유

봄기운이 완연한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씨엔블루를 인터뷰했다. 6집 미니앨범 <블루밍(BLUEMING)>을 들고 대중 앞에 설 준비를 마친 정용화, 이종현, 강민혁, 이정신은 차분하게 자리에 앉아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시끌벅적한 인터뷰를 예상했지만, 정반대였다. 20대 남자 넷이 모였을 때의 분위기란 으레 그렇듯 왁자지껄할 것이란 생각, 그건 그저 개인적인 선입견이었다. 겸손하지만 편안한 태도로 질문에 답하는 씨엔블루 멤버들에게서 신사다운 평온함(?)이 배어나왔다.

데뷔 7년째다. 2010년에 데뷔곡 '외톨이야'로 가요계를 장악한 이들은 이후 '러브(Love)', '어느 멋진 날', '캔트 스톱(Can't Stop)', '신데렐라', '직감' 등 많은 음원을 선보이며 2016년인 현재 한국의 대표 밴드로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섰다. 하지만 그들의 대표곡은 여전히 '외톨이야'다. 씨엔블루 멤버들은 이 노래가 자신들에게 묘한 감정을 일으키는 곡이라고 털어놨다.

"씨엔블루의 대표곡은 대중에게 아직 '외톨이야'죠. '저 예전에 외톨이야 좋아했어요!'라고 말해주시는 분을 만나면 기분이 좋기도 하면서, 아직도 우리 대표곡은 7년 전의 노래구나 싶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상반되는 기분인 거죠. '외톨이야'를 뛰어넘는 곡이 나오는 순간, 그게 바로 씨엔블루의 도약일 겁니다." (정용화)

 씨엔블루 이종현

씨엔블루의 멤버 이종현. 그는 낚시가 취미다. 낚시TV에 출연하는 이색 행보를 보이기도 했는데, 낚시는 실력 10%, 운 90%라고 말했다. 낚시TV에 출연했을 때 혼자 다섯 마리를 잡았다고 천진하게 자랑하기도 했다. ⓒ FNC엔터테인먼트

그래서 고민이다. 어떻게 하면 '외톨이야'를 뛰어넘는, 대중에게 새로운 대표곡을 들려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해봐도 절대 답이 나오진 않는다고 리더 정용화(26)는 토로했다.

"노래를 만드는 저도 만족하고, 듣는 팬분들도 만족하고, 회사도 만족하고, 멤버들도 만족하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언제나 그렇죠. 그런데 새로운 대표곡, 히트곡이 탄생하기 위해선 노래만 좋아서 되는 것도 아니거든요. 타이밍과 가요계의 흐름, 이슈도 정말 중요해요. 모든 톱니바퀴가 기가 막히게 딱 들어맞는 순간. 그 순간을 언제나 원하죠. 하지만 원한다고 그런 순간을 맞이하는 건 또 아니에요…. 정말 정답이 없어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저희가 알면 3년에 한 번씩 딱! 대박 쳤죠. 하지만 분명한 한 가지는 음악이 좋아야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이에요. 그러니 무조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용화는 곡을 직접 만든다. 이번 6번째 미니앨범의 타이틀곡 '이렇게 예뻤나' 역시 정용화가 작사 작곡 편곡한 노래다. 하지만 자신이 만든 곡을 주제곡으로 삼는다는 건 뿌듯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의 무게로 부담되는 일이기도 하다.

"자작곡을 타이틀곡으로 삼는 게 음악가로서 인정을 받는다는 생각에 좋긴 하죠. 하지만 사실 부담도 커요. 괜히 성적이 안 나오면 저 때문인 것 같고. 솔직히 음원 순위로만 노래를 판가름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음원 순위가 낮다=노래가 안 좋다'는 식으로 평가받는 것이 슬프죠. 그런 것 때문에 자신감을 많이 잃기도 했어요. 솔직히 저희 음원이 데뷔 초에는 '음원 깡패'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어요. 그런데 후에 그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 괜히 자작곡으로 활동해서 그렇다는 말을 들으면서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정용화는 최대한 솔직한 언어로 자신의 심정을 계속 말했다.

"자작곡을 만들고 부르는 게 보여주기 식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중3 때부터 집에서 혼자 곡을 녹음해보고(제목은 '이지러브'), 꾸준히 곡 작업을 해왔어요. 16살 때부터니까 연차로 따지면 12년째네요. 그래도 아직 잘 못쓰지만... 어쨌든 자작곡을 쓰는 건 좋은 것 같고요. 우리 씨엔블루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을 쓸 수 있는 게 저라고 생각해서 계속 쓰고 있어요."

기자가 본 씨엔블루, 특히 정용화는 무대에서 항상 자신감이 넘쳤다. 그래서 정용화가 '한때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한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물어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최상의 자신감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비결을. 정용화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저는 이 팀의 프론트맨(front man)으로서, 당연히 최선을 다합니다. 저는 무대를 대충하는 사람을 가수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대충하는 건 프로정신이 없는 거잖아요. 앨범이 잘 되든 안 되든, 어떤 상황이든 힘든 티를 내는 건 절대 해선 안되는 행동이에요. 그럴 거면 아예 안 하는 게 낫죠."

한결같이 넘칠 정도의 그의 자신감은 리더이자 메인보컬인 프론트맨으로서의 의무감에서 비롯된 태도였다. 그리고 더 알고 보니, 어느 정도 타고난 것도 있었다.

"제가 흥이 많긴 해요. 무대가 크면 클수록 더 흥이 넘쳐나서 난리가 나죠.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학창 시절 때 반장이 정말 되고 싶어서 공부를 열심히 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중학교 땐 3년 내내 체육부장을 했고, 고등학교 가선 드디어 3학년 때 부반장을 했어요! 성적순이라서 반장은 못했지만요. 반장은 후에 서울대를 간 친구라고요."

힘을 빼고 편안하게

 씨엔블루 이정신

씨엔블루의 멤버 이정신. 그는 "몇 시간 후면 신곡 '이렇게 예뻤나'의 뮤비까지 다 공개되는데 이상하게 실감이 안 난다. 이런 느낌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 FNC엔터테인먼트


씨엔블루 멤버들은 이번 활동에선 "힘 좀 빼고 싶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외국 활동이 많다 보니 한국 대중에 무언가 새로운 걸 들고나올 때면 '우리 이만큼 성장했어요'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 욕심이 나요. 그래서 잔뜩 힘이 들어가죠. 항상 잘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하지만 이번 앨범은 정말로 편안하게, 압박받지 않고 즐겁게 준비했어요. 그만큼 대중도 편하게 들으신다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예뻤나'가 봄 노래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많은데 지금이 봄이니까 봄 노래처럼 들리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노래는 봄을 겨냥해서 만든 건 아니고요, 마침 발표 시기가 봄이라서 그렇게 됐어요. 어느 계절에도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가볍고 밝은 곡입니다." (강민혁)

주로 이별을 노래해 온 씨엔블루는 이렇게 가벼운 곡으로 활동하는 게 어떻게 보면 처음이라고 했다. 가벼운 곡에 걸맞은 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태도로 무대를 선보이고 싶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임재범, 에릭 클랩튼 등의 가수분들을 보면 '그냥' 노래하잖아요. 자연스럽게. 그게 정말 멋있다고 생각해요. 많은 아티스트들이 그렇게 힘 빼고 편안한 무대를 보여주는 걸 원하지 않을까요? 참, 용화 형이랑 저는 자연스러움에 대한 생각은 같지만, 방식이 좀 달랐어요. 용화 형은 제스처나 애드리브 등이 어느 정도 계산된, 그런 종류의 자연스러움을 좋아하고, 저는 완전 릴렉스한 걸 원하죠. 아무튼, 더 편안한 무대를 선보이는 게 저희 팀원 모두가 지향하는 지점입니다." (이종현)

씨엔블루와 이야기를 나누며 든 생각은 하나였다. '참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가는 청년들이구나.' 무대 뒤에서 그들은 음악에 대한 넘치는 열정을 밖으로 분출하는 대신, 차분하게 안으로 쏟아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더 나은 음악, 더 나은 무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들이 얼마나 힘을 빼고 미래의 무대들을 만들어갈지 지켜보고 싶다.

아차, 그럼 이쯤에서 처음 약속했던 것을 지켜야 하겠다. 정용화가 작사 작곡한 타이틀곡 '이렇게 예뻤나'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스마트폰으로 연예기사를 보는데 제목이 'OOO, 이렇게 예뻤나'였어요. 어감이 참 좋았어요. 여자들이 들으면 기분 좋겠다 싶었죠. 원래 썼던 멜로디가 있었는데 이 기사를 보고 나서 '이렇게 예뻤나'란 제목과 가사를 쓰기 위해 멜로디를 완전히 새로 썼어요. 기사를 보고도 영감을 얻냐고요? 네, 자주 그럽니다. 지난 '신데렐라'란 곡을 쓸 때도 어떤 드라마 기사에서 'OOO, 신데렐라가 될까?'란 제목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노래를 만들었어요. 기자님들, 기사 쓰실 때 좋은 제목 많이 써주세요." (정용화)

기사 제목에서 곡이 탄생하기도 하다니…. 이거 참, 당장 이 인터뷰 기사 제목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씨엔블루 이렇게 예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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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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