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까칠한 윤명주를 생각하고 인터뷰 장소로 향했다. 하지만 카페에서 만난 김지원은 기자를 보자마자 "먼 길 오시게 해서 죄송하다"며 겸손하고 따뜻한 인사를 건넸다. 말도 조근조근 상냥하게 했다. 윤명주와 김지원은 많이 달랐다. ⓒ 킹콩엔터테인먼트


김지원은 신중했다. 사소한 질문에도 오래 생각한 뒤 대답을 돌려줬다. 스스로도 자신이 조심스러운 성격이라고 했다. <태양의 후예>가 현재 방영되고 있는데 괜히 자신이 "인터뷰하다 말을 잘못해서 누를 끼치진 않을까, 인터뷰 내내 긴장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28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지원(23)은 <태양의 후예> 윤명주 중위와는 많이 달랐다.

"실제의 저는 조심스러운 성격이지만 윤명주는 저돌적인 성격이에요. 한 사람 안에는 모든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 안에 작게나마 저돌적인 면이 있을 수 있고, 그것을 극대화해서 윤명주를 연기했어요."

조심스런 김지원의 저돌적인 윤명주 연기하기

 <태양의 후예> 한 장면

<태양의 후예>의 윤명주 중위와 서대영 상사(진구 분)의 포옹 장면. 김지원은 "진구 선배님이 정말 많이 도와주셔서 많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

김지원은 연기를 통해 자신도 처음 만나는 내면의 새로운 모습을 끌어내며 성장을 향해 걷고 있었다. 이번 <태양의 후예>에선 그간 제대로 꺼내본 적 없던 자신 안의 멜로 감성을 꺼냈단다.

"이 드라마가 제게 남긴 것이요? 아무래도 멜로에 대한 부분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고등학생 연기를 많이 했는데, 이번 작품에선 상대와 같이 호흡하는 멜로였기 때문에 연기자로서 한 발짝 나아가는 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김지원의 멜로에는 어떤 특색이 있는지 물었다. 역시나 신중하게 생각하더니... "눈빛"이라고 답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한장면

드라마 <태양의 후예> 한 장면. 군복을 벗은 윤명주 중위는 애교 넘치는 '천상 여자'다. 진구와의 애정신은 메인 커플인 '송송 커플'(송중기-송혜교) 못지 않은 케미스트리를 보여주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눈빛에 많이 신경 썼어요. 서대영(진구 분)은 내 눈을 피하고, 나는 서대영의 눈을 계속 보고. 그런 엇갈림에서 드러나는 감정들이 있었으니까요. 연기할 때 말은 부수적인 것이고 표정이 큰 부분을 차지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김지원이 멜로 연기를 한 번도 안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만큼 '본격적이고 애잔한' 멜로는 없었다. 김지원은 2010년 가수 빅뱅과 휴대폰 CF에 출연하면서 공식 데뷔했고, 이후 청량음료 CF를 통해 상큼한 매력을 발산하여 오란씨걸로 불렸다. 2011년에 장진 감독의 영화 <로맨틱 헤븐>의 여주인공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2011)을 시작으로 MBN <왓츠업>(2011),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2012), SBS <상속자들>(2013), tvN<갑동이>(2014) 등의 드라마를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해왔다. 차곡차곡. 그리고 2016년,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육사출신 군의장교 중위 윤명주 역할을 맡아 이전 어떤 작품보다 큰 인기를 받고 있다.

20대 중반 김지원은 현장에서 무언가를 계속 배워가며 자신의 것을 만들어가고 있는 듯했다. 그는 "연기에 대해 고민할수록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가 추구하는 연기요? 그런 게 정해져 있지 않아요. 사실 항상 바뀌고 있어요. 어제는 리얼한 것을 추구하다가도, 다음날이 되면 드라마적 테크닉을 먼저 배우고 싶단 생각이 들고요. 연기가 좀 늘었나 싶으면 퇴보한 것 같고, 스스로는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선 잘했다 하시고. 아직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요. 연기란 게 언제나 배우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생활인 김지원은 집순이

화제를 바꿔 '연기자 김지원'이 아닌 '생활인 김지원'에 관해 물었다. 소박한 대답이 돌아왔다.

"취미요? 글쎄요... 제 취미가 뭐가 있을까요... 제가 집순이라서요. 집에서 굴러다니면서 텔레비전 드라마도 보고요. 요즘은 <태양의 후예> 본방을 보고 재방송도 많이 나와서 저도 모르게 또 보게 되더라고요."

'텔레비전에 내가 나오는' 느낌을 물었다.

"TV로 저를 보면... 오그라들어요. 집에 있는 저는 별거 아니거든요. 연기자 김지원과 20대 여자 사람 김지원은 다른 것 같아요. 이런 게 아직도 신기해요. 제가 특별하다는 느낌은 못 받고요. 직업인 연기자로서 밖으로 드러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내게 <태양의 후예>란?' 김지원은 끝까지 신중한 말투로, 자신에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다. 20초 후, "두 계단이요"라고 답했다.

"제게 작품이란 한 계단씩 올라가는 과정이었는데, <태양의 후예>는 여러모로 운이 좋았던 터라 두 계단을 올라가게 해준 것 같아요. 이 작품이 끝나고 나면 연기자로서 성장할 좋은 기회가 많이 생길 것 같아서 기대돼요."

그 계단의 끝, 정상에는 무엇이 있을까?

"정상은 없는 것 같아요.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로 단지 '잘' 하고 싶은 거죠. 잘해야 행복하게 연기할 수 있을 테니까요. 발전이 없으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요."

조심스러움과 열정. - 다소 모순되는 이 두 단어가 김지원을 설명할 수 있는 두 키워드다.

 김지원

인터뷰에 응하는 김지원은 차분했고,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했다. 겸손함이 몸에 밴 듯한 그녀의 태도는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연기의 지향점을 묻는 질문에 "아직 배우는 단계라..."며 잠시 머뭇거린 것은, 지향점이 없어서가 아니라 연기에 대한 고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었다. ⓒ 킹콩엔터테인먼트



김지원 태양의 후예 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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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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