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을 하차하기로 한 노홍철

방송인 노홍철이 8일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돼 MBC <무한도전>에서 하차하기로 했다. ⓒ MBC


지난 주말 인터넷의 화제는 방송인 노홍철의 음주운전 사건이었다. 8일 새벽 술을 마신 상태였던 노홍철이 차량을 몰고 가다가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고, 이 현장을 연예매체 <디스패치>가 포착했다. 음주 측정을 거부한 노홍철이 채혈 조사를 받고 귀가하는 과정이 찍힌 사진이 <디스패치>에 보도가 되고, 이를 인용한 기사들이 무더기로 쏟아졌던 주말이었다.

노홍철은 결국 사과문을 내고 자신이 출연하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겠다고 밝혔으며, MBC도 노홍철이 출연 중인 <무한도전>을 5인 체계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올해 길의 음주운전에 이어 노홍철마저 음주운전으로 하차하면서 <무한도전>은 일단 위기에 봉착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음주운전을 한 노홍철을 감싸는 누리꾼들의 댓글과 노홍철을 살리자는 청원이 포털사이트에 등장한 것이다. 그간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연예인들의 경우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분명 음주운전을 한 것이 맞음에도 말이다.

이를 놓고 어떤 이들은 그간 노홍철의 반듯한 이미지가 어필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또 어떤 이는 이것이야말로 '어긋난 팬심'이라며 노홍철의 팬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에, <디스패치>의 '함정 취재'라는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급기야 <디스패치>가 취재 과정을 기사로 써내며 '음모는 없다'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의혹은 잦아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들이 음주운전을 한 노홍철을 감싸는 이유

음모론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모델 장윤주와의 열애설을 취재하기 위해 잠복한 <디스패치>가 음주운전 장면을 포착해서 찍었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는 설, <디스패치>가 노홍철에게 차를 빼라는 전화를 했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보도했다는 설 등이다. 즉 매체의 '특종 강박'과 '파파라치식 보도'에 한 연예인이 희생됐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MBC가 그간 사회풍자적인 메시지를 계속 던졌던 <무한도전>을 폐지시키기 위해 노홍철을 하차시키려 음모를 꾸몄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다. 또 어떻게 보면 '과장'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노홍철의 음주운전이 정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노홍철의 행위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음주운전을 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음모론의 사실 여부를 떠나 우리가 주목해야할 점은 '왜 이런 의혹이 제기됐고, 음주운전을 한 연예인을 감싸는 이들이 많은가'라는 점이다. 이것을 단순히 '어긋난 팬심' 으로 돌리기에는 뭔가가 석연찮다. 인기 아이돌 멤버가 똑같이 당해도 이런 '쉴드(방어)'가 가능했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디스패치>는 파파라치식 보도로 연예인들의 열애설 및 사생활을 찍어 기사로 내며 이름을 알린 매체였다. 스스로는 '탐사보도에 강하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만, 연예인의 사생활을 그저 자신들의 먹잇감으로 생각하는 언론의 태도에 사람들은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고, 사회·정치적 이슈와 진실을 캐기보다 연예인의 사생활에나 집중한다며 언론으로 취급하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이번 음모론은 결국 이들의 특종 강박과 보도 태도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이 한 번에 터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데이트 장면을 포착하고 사생활을 캐내는 이들의 보도는 사실 찬사보다는 비판을 더 많이 받아왔다. 그리고 그 비판은 매체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그들에게 '취재 윤리'를 묻게 만들었고, 마침내 음주운전자인 노홍철에 대한 동정으로 이어졌다.

삐뚤어진 취재욕...별 걸 다 '단독' 보도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

실제로 이런 '함정 취재'가 나올 때마다 언론은 '독자의 알 권리'를 주장하곤 했다. 심지어는 '연예인은 어느 정도 사생활 노출을 감수해야한다'는 논리를 펴는 언론도 있다. 그러나 점점 그들의 기사는 '알 권리'를 넘어서 그저 '단독' '특종'만을 노리고 특정 연예인을 겨냥한 보도로 이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는 타 매체들의 '단독 강박'으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말도 안 되는 단독 기사가 난무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출연자가 다른 출연자에게 커피를 돌렸다는 이야기까지 '단독'이라고 보도하는 일이 나올 정도로 삐뚤어진 취재욕은 끝내 '함정 취재' '사생활 캐기'가 아니냐는 부정적인 여론까지 이르렀다.

이번 '노홍철 음모론'은 대중이 연예 매체, 나아가 언론에 대해 신임을 갖고 있지 않으며 취재 태도 및 보도 내용에 대해 불만이 많다는 것을 반증한 것이다. 잘못된 팬심, 자신을 향한 의심을 탓하기보다는 자신들의 보도 태도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현재로서는 더 필요할 듯하다. 이젠 언론을 '정의의 사도'로 보는 이가 없다는 비극적인 상황이 이렇게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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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는 비록 없지만, 끈기있게 글을 쓰는 성격이 아니지만 하찮은 글을 통해서라도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글쟁이 겸 수다쟁이로 아마 평생을 살아야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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