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디펜딩 챔피언, '무적함대' 스페인이 몰락했다.
스페인은 19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에스타디오 두 마라카낭에서 펼쳐진 B조 조별예선 2차전 칠레와의 경기에서 전반 20분 바르가스(발렌시아)와 전반 39분 샤를레스 아랑기스(SC 인테르나시오날)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0-2로 충격적인 패배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스페인은 2전 2패로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전반부터 칠레의 맹공이 이어졌다. 1차전에서 네덜란드에게 1-5 대패를 당했던 스페인은 아직 충격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경기장 분위기마저 칠레의 팬들이 가득 차 스페인은 왠지 모르게 더욱 주눅 든 느낌이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상황과 조건 속에 스페인 선수들은 불필요한 실수 및 패스 미스를 연발하는 등 심리적으로 쫒기기 시작했다.
첫 실점은 전반 20분 만에 나왔다. '정신적 지주'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의 백패스 미스가 실점에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했다. 칠레의 알렉시스 산체스(FC바르셀로나)가 볼을 가로챈 뒤 곧바로 침투 패스를 연결했다. 이를 아랑기스가 연결 받아 다시 후방으로 내주자 바르가스가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 골키퍼를 가볍게 제친 뒤에 득점을 뽑아냈다.
선제골을 헌납한 스페인은 더욱 흔들리기 시작했다. 반면 한 골을 등에 업은 칠레는 편안하게 자신들이 원하는 축구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전반 39분 칠레의 추가골이 터졌다. 이 때 카시야스 골키퍼의 조치가 아쉬웠다. 골문에서 약 22m 떨어진 지역에서 산체스가 날카로운 프리킥을 날렸고, 이를 카시야스가 골라인 바깥쪽이 아닌 박스 내 정면으로 볼을 쳐냈다.
결과적으로 카시야스의 판단은 옳지 않았다. 카시야스가 쳐낸 볼은 공교롭게도 아랑기스에게 향했고, 아랑기스는 무게 중심을 잃은 카시야스의 허점을 공략하며 침착하게 곧바로 오른발로 슈팅을 시도했다. 공은 그대로 골문 안으로 향했다. 1차전 네덜란드전에서도 평소같지 않은 불안한 모습으로 대량 실점을 내주며 무너졌던 카시야스가 또다시 무너졌다.
선제골에 이어 추가골마저 내주며 예선 탈락이라는 굴욕이 눈앞에 다가오자 스페인은 전반 종료 직전에 다소 이른 선수 교체를 진행했다. 극도로 부진을 보였던 알론소를 빼고 코케(AT 마드리드)를 투입하며 공격적인 전술 변화를 감행했다. 이어진 후반전. 탈락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스페인의 공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칠레의 방어벽은 두터웠다.
스페인은 후반 3분 만에 첫 슈팅을 기록했다. 디에고 코스타(AT 마드리드)가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잡았지만, 칠레의 끈질긴 수비에 막혀 득점에는 실패했다. 이어 후반 4분 호르디 알바(FC바르셀로나)의 슈팅도, 후반 8분 라모스(레알 마드리도)와 부스케츠(FC바르셀로나)의 연이은 슈팅마저도 수비벽에 막히고, 조준에 실패해 끝내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스페인은 후반 19분 페르난도 토레스(첼시)까지 투입하며 사용 가능한 모든 카드를 사용했다. 그러나 특별한 효과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초반에 연겨푸 찾아온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무산되는 사이에 안타까운 시간은 흘렀다. 점점 패배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스페인 선수들은 자연스레 마음이 초조해졌으며 움직임만 급해지지는 모습이었다.
결국 이날 경기는 0-2로 그대로 종료되었다. 스페인은 전반에만 두 골을 내주며 그렇게 힘없이 무너졌다. 조별예선에서 2전 2패를 기록한 스페인은 같은 조의 네덜란드와 칠레가 2전 2승을 기록하며 마지막 남은 3차전 호주와의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조별 예선 탈락이 확정되었다. 이렇게 '디펜딩 챔피언' 무적함대 스페인은 동네북으로 처참하게 전락하고 말았다.
한편, 이번 대회 '죽음의 조'로 꼽힌 B조에서는 네덜란드와 칠레가 일찌감치 조별리그 통과를 확정지었다. 네덜란드는 1차전 스페인전(5-1) 대승에 이어 2차전에서 호주에 3-2 힘겨운 승리를 기록했다. 칠레 역시 1차전서 호주를 꺾은 데 이어 2차전에서 스페인마저 잡으며 두 팀 모두 2전 2승으로 3차전 결과에 관계없이 16강 진출을 확정짓는 기염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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