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수많은 방구석 랩퍼들이 마이크를 쥐고 믹스테잎(원곡이 있는 비트에 자신의 랩을 얹어 녹음한 테잎)을 만들지만 좁고 보수적인 우리나라 랩신에서는 웬만한 실력자가 아니라면 이목을 끌기 어렵다. 이러한 녹록찮은 현실 속에서도 현재 언더그라운 신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인물이 있다.

그 이름은 사포. 흔히들 생각하는 샌드 페이퍼(Sand Paper)가 맞다고한다. 2013년 디지털 싱글앨범 '사는대로 적힌대로'로 데뷔해 마니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이후 꾸준한 음반활동을 하고 있는 신예다. 최근 사포는 힙합 대부로 불리는 가리온의 레이블 피브로 사운드에 합류했다.

"팔기 위한 음악은 안 한다...랩은 내 삶을 표현하는 도구"

 홍대 인근 인터뷰 현장에 주인공 사포가 방문했다.

홍대 인근 인터뷰 현장에 주인공 사포가 방문했다. ⓒ 라벨엔터테인먼트


- 처음 뵙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태도 크루(큰 길을 간다는 뜻의 힙합 단체)의 22살 사포입니다.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랩을 하고 있습니다. 사포라는 이름이 좀 강한 느낌이죠. 그 강한 느낌을 랩으로 표현합니다. 처음엔 별 의미 없이 지었는데 억지로 의미를 부여해봤어요. 말로 억지쓸 '사'에 두려워할 '포'. 해석하면 '말 지어내는걸 두려워 하다'죠. 랩퍼 가사에는 진실성이 담겨 있어야 해요. 이야기를 억지로 꾸며내는걸 두려워 해야죠. 저만의 다짐이에요. 앞으로도 바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요즘에 한창 앨범 작업 중이에요. 얼마전에 '적자생존'이라는 싱글을 발매했구요. 정규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첫 번째 미니앨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가리온이 소속한 피브로 사운드라는 레이블과 계약했고, 요즘에 클럽공연을 하며 지내고 있어요."

- '적자생존'은 어떤 곡인가요, 뮤직비디오도 굉장히 인상적이던데.
"강렬한 느낌에 거친 가사가 특징이죠.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사실 쉴새없이 쏘아 붙이는 음악이죠. 혈기 넘치는 모습, 패기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뮤직비디오는 찰리초이라는 분이 도와줬어요. 프로듀싱도 하고 랩도 하는 분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찰리초이 같은 스타일이 흔하지 않아서 이번 뮤직비디오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어요."

- 강함을 어필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사랑 노래도 거의 없는 거 같군요. 마니아틱하다는 지적도 있고요.
"사나이 답고, 전투적이고 멋진 것들을 좋아하거든요. 어렸을때부터 본 만화책 영향도 있는 거 같아요. 딱히 감성적인 곡들을 한적은 없는 것 같네요. 힙합을 하게 되면서 스스로를 멋지게 표현하다보니 이렇게 해온 것 같아요. 사랑 노래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물론 힙합 중에는 멋있는 사랑 노래도 많지만 아직까지 그렇게 사랑이 제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았어요.

랩퍼의 삶이 어디에 맞춰져 있느냐에 따라 주제는 달라지는 것 같아요. 자신의 행복한 감정을 노래로 담는 건 나쁘지 않죠. 다만 팔기 위한 음악은 절대 하지 않을 거예요. 랩을 하는건 제 삶을 표현해내는 도구이자 장치에요. 그 작업은 제게 성숙한 인간이 되는 과정이죠. 그런 면에서 마니아틱 할 수 있어요. 어떤 목적을 위해서 음악을 만들다기 보다는 제 생각을 솔직히 곡에 담아내고 싶어요."

- 힙합 신에 발을 들이게 한 계기가 있다면요.
"2007년인가 힙합을 좋아하던 친구가 MP3를 빌려줬어요.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음악에 관심이 없었어요. 아! 그전에 카니예 웨스트를 좋아하긴 했었네요. 그게 힙합인지도 잘 몰랐고 막연하게 좋아했던 것 같아요. 카니예를 알기 전 다트프 펑크의 '스트롱거'라는 곡을 좋아했는데 카니예가 그걸 샘플링했더라고요. TV에서 그 곡을 듣고 자연스럽게 랩을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이후에 학교 힙합 동아리에 들면서 매일 힙합만 들었죠."

- 멋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는데 과연 사포에게 멋은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는데 가슴을 울리는 느낌이라고 표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멋이라는건 어떤 상황이나 음악으로 감동을 줄 수 있는 그 어떤 것이라고 생각해요."

▲ 사포의 최근 발매곡 '적자생존' ⓒ 사포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담아 표현하는 뮤지션 되고파"

- 열정 넘치는 힙합 뮤지션들이 많고 후배들도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도 그렇지만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진입 장벽이 높지는 않거든요. 그래도 혹시나 쉽게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트렌디한 힙합이 나오면서 그만큼 겉모습만 보고 힙합을 시작하는 친구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충동적으로 갑자기 시작하기보다는 꾸준히 힙합을 꿈꾸고, 접해보고 그래도 진심으로 좋게 느껴질 때 시작하는걸 권하고 싶어요.

충분히 고민하지 않아서 그만큼 쉽게 힙합을 손에서 놓게 되는 걸 많이 봤거든요. 끈질기게 힙합신에 남아있는 분들을 보면 시작부터 힙합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은 분들이 다수예요.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모두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 계속 인디신에 남아 있을 건가요? 오버 그라운드로 진출할 수도 있을텐데.
"언더와 오버그라운드를 구분할 특별한 잣대는 없는 거 같아요. 구분해서 좋을 게 있을까요. 제 입장에서는 무조건 언더그라운드예요. 음악방송에 나간다고 가짜 뮤지션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단지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제가 느끼는 걸 가감 없이 랩으로 뱉을 수 있기에 그 안에서 잘하고 싶은 거죠. 이걸 그대로 TV에서 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고 봐요. 누군가의 주문을 받아서 하는 게 아닌 저만의 음악을 한다면 언더와 오버의 구분이 사실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사포가 속한 크루 '태도'

사포가 속한 크루 '태도' ⓒ 태도


- 올해 목표가 있다면? 그리고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나요.
"일단 앨범을 멋지게 만들어내는 게 목표인 것 같아요. 다음 단계로 가는 고비일 수도 있고요. 제 철학을 제대로 멋있게 표현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존경하는 메타 형(힙합 그룹 가리온 멤버)의 목표가 한국 힙합의 완성인데 저도 거기에 일조하고 싶어요. 한국 힙합은 아직 외국의 그걸 따라하곤 하는데 우리들의 정서와 생각을 담은 멋진 힙합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작년에 <쇼미더머니>라는 방송 프로가 힙합신에 큰 영향을 끼쳤어요. 올해도 그 프로그램이 나온다는데 다시 나가볼까 생각 중입니다. 작년에 나가서 도중에 탈락했지만 올해도 작년처럼 제가 멋있게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어요. 힙합의 멋을 꼭 알리겠습니다. 이런 제가 꽉 막힌 놈으로 보일 수도 있고, 고집불통으로 보이기도 하겠지만 제 음악을 꼭 들어주시고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 e뉴스페이퍼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포 가리온 힙합 피브로 사운드 적자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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