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작가 코난 도일은 <주홍색 연구>를 포함해 셜록 홈즈 시리즈의 중심을 이루는 4편의 장편과 56편의 단편 소설들을 집필하며 미스터리 장르 역사에 전설적인 흔적을 남겼다. 소설 속에서 베이커가 221B 번지에 투숙하는 셜록 홈즈는 대담하고 불가사의한 범죄들을 천재적인 추리로 해결하며 경찰에게 도움을 줬고, 이것은 그의 친구 왓슨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당시 소설이 연재되던 잡지의 독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셜록을 실존 인물로 믿기에 이르렀고, 작가가 그의 죽음으로 시리즈를 마무리 짓자 애도와 함께 항의가 빗발쳤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이후 작가는 죽은 셜록을 다시 살려내기 위해 '위장 죽음'이라는 트릭을 선보이게 된다.

거의 2년 정도를 기다린 끝에 세 번째 시즌이 방송된 영국 드라마 <셜록>은 죽은 줄 알았던 셜록 홈즈(베네딕트 컴버배치 분)가 어떻게 살아 돌아왔는지 설명하는 에피소드 '빈 영구차'로 시작됐다. 물론 원작 '빈집의 모험'을 아는 시청자들은 셜록이 정말로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전 시즌 마지막 장면은 셜록이 자신의 묘비를 바라보는 왓슨(마틴 프리먼 분)과 하숙집 아주머니를 숨어서 지켜보는 것으로 마무리되기도 했다.

하지만 드라마에는 셜록이 옥상에서 추락하는 것과 그 시신까지 왓슨에 의해 확인되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았던 원작 소설과 비교하면 다소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셜록의 부활...드라마는 어떤 트릭을 사용했나?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 ⓒ BBC


코난 도일의 단편 '마지막 사건'에서 셜록은 왓슨과 함께 범죄세계의 나폴레옹으로 묘사되는 모리어티를 피해 유럽으로 향하는 열차에 오른다. 하지만 모리어티는 이들을 추적하는데 성공하고, 스위스의 작은 마을에 위치한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셜록과 일생일대의 결투를 벌이게 된다.

급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셜록과 잠시 떨어져 있던 왓슨이 낌새를 느끼고 현장을 찾았을 때는 절벽을 향해 찍혀 있는 두 사람의 발자국과 함께 마지막 편지가 남아있을 뿐이었다. 돌아온 흔적이 없는 '일방통행 발자국'과 '유서'를 통해 등장인물의 죽음을 나타내는 이 트릭은 후대의 수많은 미스터리 작품들에 사용되며 변주되기도 했다.

이후 팬들의 항의와 경제적인 문제에 부딪힌 코난 도일이 명탐정을 되살려 다시 연재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죽음에 대한 간접적인 정황만으로 끝을 맺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드라마처럼 주인공이 죽는 장면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시신까지 당사자로 판명됐다면 어떻게 귀환을 시킨단 말인가? 이 때문에 드라마의 새로운 시즌을 기다려왔던 팬들은 셜록의 죽음을 설명해낼 트릭이 어떤 것인지 무척이나 궁금했을 것이다.

<셜록>을 셜록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실제로 시즌3 첫 회는 위장된 죽음에 대한 트릭을 설명하는 부분에 상당한 시간이 사용됐다. 우선 도입부에서는 셜록의 죽음을 믿지 않는 형사가 그의 죽음이 조작된 것이라고 추리하는 부분이 나온다. 이후 왓슨을 찾아온 셜록이 직접 자초지종을 설명하게 된다. 원작에서 왓슨은 무척이나 놀랍고 반가워하면서 그의 설명을 듣는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달랐다. 왓슨은 셜록이 자신의 앞에 나타나자 반가움이 아닌 분노를 보여준다. 셜록의 멱살을 잡고 뒹굴다가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기까지 한다. 수년 동안 자신을 속이며 절망을 줬다는 사실에 격노한 것이다. 왓슨이 더 이상의 대화를 거부하며 떠나버린 덕분에 셜록은 두 사람이 화해하는 후반부에 도달해서야 겨우 트릭을 설명할 기회를 얻는다. 그 사이에 다른 등장인물들이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정하며 트릭을 밝히려고 애쓰기도 한다.

사실 셜록의 입을 통해 밝혀진 그의 죽음에 관한 트릭은 어느 정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이다. 주변 인물들이 펼쳤던 추리들과의 차이점은 셜록이 계획했던 트릭이 얼마나 치밀하게 전개됐는지 뿐이다. 때문에 시즌3 첫 회가 끝난 후 트위터 등 SNS에는 다소 실망스러웠다는 감상평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런데 '위장 죽음'이라는 트릭 자체가 이제는 다른 장르에서도 사용될 만큼 흔해빠진 장치가 됐다. 때문에 어떤 놀라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는 무리가 아니었을까. 더욱이 드라마 <셜록>에서 중요한 것은 트릭이 아니다. 트릭을 풀고 사건의 해결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대립들이 중요한 것이다. 한마디로 <셜록>을 셜록답게 만드는 것은 주연인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마틴 프리먼의 열연이다.

생각해 보면 드라마 <셜록>은 원작과 다른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이전 시즌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인 '바스커빌의 개'에서 셜록은 원작 소설에 묘사된 것보다 훨씬 더 공포에 떠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천하무적인 것처럼 묘사된 소설 속의 모습과 달리 범죄자의 공격에 가끔 휘청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부분들이 캐릭터와 이야기를 재창조하는 특징이자 장점이 된다. 특히 다시 나타난 셜록에게 분노하는 왓슨의 모습은 원작의 묘사보다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기네스북이 선정한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이 다루어진 캐릭터'인 셜록 홈즈에 대한 이야기가 현대적인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오며 히트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노력들 덕분이다.

한편 KBS에서 시즌3 첫 방송이 나간 직후 SNS에서는 때 아닌 더빙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재 이 드라마는 더빙으로 방송되지만 TV와 수신기기의 종류에 따라 자막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 시청자들 가운데 일부가 더빙이 드라마의 분위기를 망친다면서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물론 <셜록>의 주연인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목소리가 멋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드라마 속 그의 대사는 속사포처럼 빠르게 구사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더빙으로 감상하는 것이 훨씬 더 편하지 않을까. 더빙도 캐릭터의 재창조인 셈이니 추후 자막판과 비교해서 본다면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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