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호인> 포스터

영화 <변호인> 포스터 ⓒ 위더스필름

"제가 밤 11시에 시작하는 걸 봤는데요. 매진이었다니까요. 토요일 밤이었는데. 와, 진짜 인기 장난 아니다 싶었죠. 토요일 심야영화를 즐기는 편인데, 제가 갔던 극장은 어떤 영화였건 늘 그 시간에는 텅텅 비어 있었거든요."

지난 21일 토요일 오후 11시, 김종훈씨는 영화 <변호인>을 보기 위해 경기도 안양의 한 멀티플렉스를 찾았다. 매진이었다. 기자의 경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에 서울 청량리에 있는 한 멀티플렉스를 찾았다. 아무리 인기가 있다고 해도 평일 오전 8시 30분에 시작하는 조조 상영인데, 객석의 80%는 찬 것 같았다. 놀라웠다.

27일 현재 영화 <변호인> 누적 관객수는 339만2302명으로, 지난 24일엔 하루에만 44만여 명이 관람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다룬 영화 <변호인>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서울 합정역 인근의 한 카페에 '2030' 청년 다섯 명이 모였다. 영화 <변호인>에 대한 방담을 나누기 위해서다. 세 시간 동안 나온 이야기 중 몇 가지 키워드를 뽑아 대화를 정리했다.

[키워드①] 사뭇 다른 성공 신화

김종훈(30·영어강사) : "영화는 노무현이라는 인물을 거론하기 전에, 먼저 '성공 신화'를 일궈낸 한 실존 인물에 대한 영화다. 우리 모두 취업 준비생인데, 그런 성공 신화에 대해서 어떻게들 생각하나?"

옥기원(29·언론정보학 석사·백수) :  "영화는 정말 단순하다. 어떤 인물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말 노력해서 성공하고, 우연한 계기로 사회 정의에 눈뜨게 되고, 그래서 맞서 싸운다는, 지구상 어디에나 있는 단순한 인물의 이야기다."

이홍찬(기자·30·취업준비생) : "그런데 이게 다르다. 만약 자수성가의 대표적인 케이스, 정주영 같은 사람의 성공 신화였다면, 극단적인 경우로 가카(이명박 전 대통령) 같은 경우였다면 거리감이 느껴졌을 것이다. 안 그래도 자기계발, 열정, 스펙 이런 걸로 세상이 젊은이들을 피곤하게 하는 상황이다. 영화 속 송우석(송강호 분) 변호사의 '포기하지 마' 구호는 어쩔 수 없이 짜증나는 가르침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 부분을 그렇게 크게 보여주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 거부감이 좀 덜 할지도."

김민화(31·일본어 번역가) : "'맞서 싸운다'가 큰 것 같다. '간디' 같은 사람도 젊을 적에 변호사로 성공했다가, 평생 민족운동을 한 사람인데, 그 사람이 주는 '성공 신화'가 어떤 거부감을 줄 것 같지는 않다. 정의를 위해 맞서 싸우는 사람의 성공이 그 사람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지긴 힘들다. 하지만 분명한 건, 간디 이야기를 영화로 보면서 울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김소진(25·대학생) : "결국 노무현을 떼고 보기는 힘든 영화인가?"

이홍찬 : "맞다. 결코 노무현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 영화였다. 고졸 변호사. 그게 나오는 순간부터 노무현과 거리를 두기가 힘들었다. 이어지는 세법 전문 변호사, 요트 이런 거 나오니깐 뭐 어쩔 수 없었다. '송우석'이라는 이름을 까먹었다. 영화 본 다음 주인공 이름을 인터넷으로 다시 찾아봤다."

김종훈 : "영화의 주인공이 '노무현'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비참한 최후를 맞은 대통령이 떠올랐고, 그래서 사람들이 울기 시작한 것 같다. 내가 있었던 극장을 떠올려보면, 국밥집에서 도망치는 장면에서 사람들이 흐느끼기 시작했던 듯하다. 그게 실화라고 해도 너무 평범한 이야긴데, 사람들이 우는 것은 그 사람이 노무현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키워드②] 노무현과 나

합정역 인근의 한 카페에서 왼쪽부터 옥기원, 김소진, 김민화, 이홍찬.

▲ 합정역 인근의 한 카페에서 왼쪽부터 옥기원, 김소진, 김민화, 이홍찬. ⓒ 이홍찬


실화에 바탕을 둔 허구라고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노무현에 관한 영화였다. 노무현과 방담에 참여한 이들 간의 거리를 '커밍아웃' 해보기로 했다. 커밍아웃의 시간에는 어쩔 수 없이, 노무현에 대한 수위 높은 갑론을박이 오갔다. 조금 정제해서 정리한다.

김종훈 : "나는 '노빠(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극적 지지자)'다. 2002년에 안양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실제로 만난 적이 있다. 내가 군에서 장교 생활을 할 때, 노 대통령이 돌아가셨다. 그날도 울었고, 노제에 가서도 울었고, 영화 <변호인>을 보면서도, <변호인>을 보고 집에 와서도 울었다. 사실 노무현의 인물됨에 대해서는 그다지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훌륭한 사람이다. 대통령인 시절에도 나는 다른 대통령들보다 그가 더 훌륭했다고 생각했다. 여러 부분이 있겠지만, 그가 독단적이었다는 비판은 수긍한다. 그래도 그는 비판을 수용하는 대통령이었다는 점에는 따라올 지도자가 없었다.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옥기원 : "나는 노무현을 그렇게 나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울어본 적은 거의 없다. 영화 보고는 좀 울었지만. 어쨌거나 인간됨은 분명 훌륭하다. 그러나 결코 그의 대통령 시절 업적에 대해서는 긍정할 수 없다. 특히 노동정책에서 그렇다. 비정규직법이 낳은 지금의 현상을 보라. 그게 당시로서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결코 인권 변호사 출신의 대통령이 펼친 정책이라고 믿기엔 힘들었다."

김소진 : "나는 외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다. 노무현이 대통령인 시절에 미국에 있었다. 부모님은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럼에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그다지 좋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부동산 정책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는 대학에 입학한 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알아봤다. 훌륭한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실패한 대통령인 것 같기도 하고. 현대사의 중요한 인물인 만큼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홍찬 : "노무현이란 인물을 존경한다. 물론 대통령 시절, 개혁은 실패하고 보수 세력과 자본 세력의 간섭을 뿌리치지 못한 것은 아쉽다. 노무현은 뭐 그렇다 치고, 나는 사람들이 흔히 '노빠'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이 말이 적당할지 모르겠지만 '노빠'가 노무현을 우상시 함으로써 노무현의 가치를 외려 떨어뜨리는 것은 아닌가 한다."

김민화 : "노무현 좋아한다. 나는 봉하마을에도 여러 번 갔다. 그러나 나를 노빠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 같다. 노빠들을 특별히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는 그냥 훌륭한 사람이었고, 대통령으로서의 업적도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그가 기존의, 그리고 지금의 대통령들과는 달리 어떤 이상을 추구했다고는 생각한다." 

[키워드③] <레미제라블>과 <변호인>

작년 겨울 인기를 끌었던 영화 <레미제라블>. 이 영화는 2012년 12월 18일 대선을 하루 앞두고 개봉됐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13년 12월 18일에는 영화 <변호인>이 개봉됐다.

김민화 : "둘 다 힐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올 초에 <레미제라블> 보면서 많이 힐링이 됐다. 어려운 상황에서 프랑스에서 일어난 민중의 비참과 저항. 그걸 보면서 현실에 대해 많이 위안을 삼은 것 같다. 그리고 <변호인>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도 지금의 불합리한 현실을 생각하게 한다. 송우석이라는 사람이 나와 그것을 타파하는 것을 보면서 누구나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옥기원 : "근데 힐링이라는 말로 둘을 같이 집어넣는 것은 좀 작위적이다. 어쨌거나 자기 위안을 위해 영화를 끌어다 쓰는 것에 나는 좀 부정적이다. 힐링은 어떠한 변화도 주지 못한다."

김민화 : "우선 '힐링'이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시민들이 <변호인>을 통해서 어떤 정치적 돌파구를 찾을 것 같다. 물론 그 앞에는 노빠가 있을 것이다." 

이홍찬 : "솔직히 나는 노빠에 대해서 크게 공감을 하지는 않지만, 그들이 진보의, 물론 진보라는 시민 세력이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한 축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그들이 위안을 받고 움직인다면 시민운동은 힘을 받을 것 같다."

김소진 : "<레미제라블>이 작년 대선에 실망한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영화였다면, <변호인>은 그보다는 좀 더 보편적인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변호인>은 <레미제라블>보다는 훨씬 가깝기 때문이다. 부조리와 저항의 이야기는 늘 있어왔다. 다만 얼마나 가깝게 다가오느냐(가 문제인데), <변호인>은 노무현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 거리를 좁힌 것 같다."

옥기원 : "<레미제라블>은 시기상으로 이미 충분히 실망한 이명박 정권의 끄트머리에서 개봉했다. 그런데 당시 보수가 또 집권했다. <레미제라블>의 인기는 진보의 실망이 표출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가 '실망'이었다면 지금 '정의의 상실'로 이어졌다. <변호인>은 <레미제라블>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것 같다. 노무현과 장발장 사이에서 누가 더 정의로운지는 모르겠지만, 노무현이 한국 국민에 훨씬 더 가깝게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는 '정의'를 찾자는 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다." 

김종훈 : "간단하게 말하면 이런 것 같다. <레미제라블>이 변화구였다면, <변호인>은 돌직구다."

[키워드④] 노무현을 싫어하는 사람이 이 영화를 본다면

[오버권_영화 이야기]변호인, 이 시대에 반드시 봐야할 영화. [오버권_영화 이야기]변호인, 이 시대에 반드시 봐야할 영화.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 위더스필름


우리 모임은 얼마 전에 국정원 시국회의 주최 촛불 집회와 이를 반대하는 맞불 집회를 동시에 다녀왔다. 거기서 우리는 촛불 시민은 물론, 촛불에 반대하는 시민들도 만났다. 

이홍찬 : "그때 우리 같이 촛불 집회와 맞불 집회에 갔다.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면 공감할까?"

김종훈 : "결코 공감 못할 거 같다. '보편적 정의'가 있다면, 그(노무현 전 대통령)가 인권 변호사 하던 시절은 '보편적 정의'에 어느 정도 맞는다. 그래도 지금 '그 사람들(맞불 집회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영화가 공감되지 않을 것 같다. 바로 '노무현'이기 때문이다."

김소진 : "얼마 전에 배우 한은정씨가 출연하려고 했다가 불발된, 육영수 여사 일대기를 그린 영화. 그런 영화가 나온다면 마찬가지로 반 박근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어쨌거나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육영수의 삶에 어떤 보편적인 감동의 요소가 있더라도 말이다." 

김종훈 : "맞다. 만약에 그 영화를 본다면, 어떤 공감도 동정도 못할 것 같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정말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옥기원 : "반대로도 그렇다. 노무현을 악(惡)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여전히 많다. 함부로 예측해보자면 이 영화는 그런 사람들에게는 절대 공감되지 않을 것이다." 

이홍찬 : "참 그러고 보면, 모든 게 정치적이다. 고문당하고 무죄지만 유죄로 엮이는 군사정부 시절의 피해자를 변호하는 게, 나는 절대 정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도 어떤 '정치성'에 의해 판단된다."

김종훈 : "뭐가 맞고 틀린지, 그걸 판단하는 게 진짜 어려운 문제긴 하다. 얼마 전에 자기 할아버지가 친일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친구를 만났는데, 모르겠다. 지금은 그러한 기준이 되는 가치가 부재한 상황이 좀 심각한 것 같다."

김민화 : "가치 부재야 문제지만, 그건 달리 말하면 모든 게 정치 문제임을 증명하는 것 같다. 정치는 이제 일상이 된 것 같다. 물론 '보편적인 가치'까지 정치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 좀 아쉽다. 반대로 정치가 과잉된 것도 분명하다. 며칠 전에 댓글 폭풍에 휩싸인 <변호인>에 대한 이동진 평론가의 글을 읽었다. 거기다 대고 정치적 의견을 요구해야 했는지.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 그게 지금의 상황인 것 같다."

김소진 :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정치성을 떠나 보편적 가치는 있다고 본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게 정치성을 떠나 '정의'라는 보편적 가치라고 보는 사람이라면, 노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는 크게 영향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냥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조차 듣기 싫은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다. 그런 경우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키워드⑤] 마지막 장면 그리고 '안녕들하십니까?'

김종훈 : "이 돌직구 영화가 그 정체를 가장 세게 드러난 장면은 마지막 장면 같다. 요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과 이 마지막 장면이 들어맞았다."

옥기원 : "물론 영화 편집 단계에서 '안녕들 하십니까' 현상을 고려하지는 않았겠지만, '일어나라'는 메시지를 얼마쯤은 던지려 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장면에서 영화가 이래도 되나 할 정도로 거북스러웠다." 

이홍찬 : "영화 속에서 송우석 변호사가 부산 지역에서 인권변호의 물꼬를 확실하게 튼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김소진 : "아마 고려대 주현우씨가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붙이지 않았다면 누구도 대자보를 붙이지 않았을 거다. 근데 <변호인>이 공감을 이리 얻는 걸 보면, 주현우씨가 대자보를 붙이지 않았다 해도 누군가는 붙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만큼 어떤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홍찬 : "나도 공감한다."

김소진 : "근데 다들 대자보는 붙였나?"

옥기원 : "학교 이제 잘 안 가는데, 지금 가서 붙일 수도 없고." 

이홍찬 : "나도.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긴 하는데, 늙은 졸업생이 무슨 대자보."

김종훈 :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실제로 먹히지는 않는 건가? 하하."

[키워드⑥] 2014년과 <변호인>

합정역 인근의 한 중국집 커피에서 소주로. 음식과 영화 <변호인>에 대한 이야기를 안주 삼아 낮술이 시작됐다. 왼쪽부터 옥기원, 이홍찬, 김민화. 김소진씨는 김민화씨에게 가려서 안보이고, 김종훈씨는 사진을 찍고 있었다.

▲ 합정역 인근의 한 중국집 커피에서 소주로. 음식과 영화 <변호인>에 대한 이야기를 안주 삼아 낮술이 시작됐다. 왼쪽부터 옥기원, 이홍찬, 김민화. 김소진씨는 김민화씨에게 가려서 안보이고, 김종훈씨는 사진을 찍고 있었다. ⓒ 이홍찬


대한민국의 현대사와 지금의 정치, 우리 언론의 현재, 예술은 정치적인 도구인가, 우리가 취업은 할 수 있을까, 지금의 연애, 솔로의 외로움 등 대화의 주제는 확장됐다. 방담회의 끝머리, 우리는 대화의 마지막 주제로 '2014년의 정치'과 영화 <변호인>을 정했다.

이홍찬 : "<변호인>이 인기를 끄는 게, 대중이 정의로운 지도자를 갈망한다는 분명한 현상인 것 같다. 물론 그 지도자의 형상이 지금으로서는 노무현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옥기원 : "나는 안철수가 잇는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정의'가 분명 필요하다. 사람들이 분명 원하는 가치다. 그러나 그건 '상식'이란 말로 바뀐 것 같다. '상식'이라고 외치며 지난 해 열풍을 이끌었던 것을 보라."

김종훈 : "그래도 안철수는 약하다. 나는 외려, 작년만큼의 열풍을 못 내는 안철수 현상을 보며, 사람들이 '상식'이라는 부드러움보다는 '정의'라는 좀 더 거친 가치를 원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대선 부정에 대한 규탄 촛불도 그렇고, 지금의 <변호인> 열풍도 그 증거다."

이홍찬 : "안철수에게서도 많은 것을 바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건 노무현만큼의 카리스마가 없기 때문이다. 정치는 어쨌거나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가 주변 사람들을 모아 세력화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김종훈 : "맞다. 지금 안철수 주변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을 보라. 결코 그들이 내세우는 '상식'이라는 한 범주에 묶이지 않는다. '상식'은 일부 정치인들의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옥기원 : "그래도 사회적 여론에 기대해보면, 안철수가 어쩔 수 없는 정치적 대안인 것 같다. 정당 지지율은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이 늘 2위다."

이홍찬 : "노무현의 분신은 문재인이다. 노무현이 지금 박정희만큼 인기 있는 과거의 대통령이라고 치면, 그(문재인)가 민주당에 있음에도 왜 민주당은 안철수 신당에게 밀릴까?"

김종훈 : "민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봐라 지금, 그 안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안철수라는 외부 요소도 있지만,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을 정점으로 똘똘 뭉치는 거랑 비교된다. 민주당은 그저 한 정당일 뿐, 정치의 교섭력을 높이는 집단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옥기원 : "민주당의 무능도 문제지만, 친노가 지금 민주당 안에서 아무런 역할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노무현,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민주당을 지지하지는 못할 것 같다."

김민화 : "아무튼 누가 새로운 가치, 새로운 인물이 될지는 시민들이 결정할 것 같다. 민주노총에 경찰이 들어갔을 때, 조합원 아닌 시민들도 (항의하러) 꽤 갔다더라. 아무튼 사람들의 분위기를 읽어내는 사람이 새 가치이고, 새 인물이 될 것이다."

김소진 : "그런데 지금 상황이 그러한 시민들의 욕망만큼 표출될지는 모르겠다. 시민운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지금 청년들이 과연 얼마나 거기에 적극적인지는 모르겠다. 주변에 정치적인 생각을 가진 친구들, 그리고 시청 광장에 나간다든가 그런 식으로 참여하는 친구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친구들은 절대 소수다."

카페에서 중국집으로. 커피에서 술로. 오랜만의 낮술이었다. <변호인>은 술을 부르는 영화였다. <변호인>을 보고 난 다음 돼지국밥에 소주를 마시러 가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들었다. 술을 마시면서 하는 이야기에는 자신의 속내가 더욱 진하게 묻어 있다. 술은 털어넣는 것이고, 술 마시고 하는 이야기는 털어내고 싶은 이야기다.

<변호인>을 보고 나면 누구나 털어낼 이야기가 많아질 거라 생각한다. <변호인>, 추천할 만한 영화다. 그리고 영화를 본 뒤에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 나눌 것'도 추천할 만하다. 크리스마스 전날 오후 다섯 시, 미리 잡아놓은 각자의 약속을 향해 우리는 헤어졌다.

변호인 방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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