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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가 흥행을 주도한 2013년 극장가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월드워Z> 포스터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월드워Z> 포스터 ⓒ ㈜MCMC,플랜 B 엔터테인먼트


2013년 국내 극장가는 한국영화가 흥행을 지배했던 한 해였다. 1월부터 11월까지 흥행성적 상위 5위 안에는 한국영화가 반드시 2~3편 이상 포함됐기 때문이다. 특히 극장가 최고 성수기가 시작되는 7월 흥행 1위는 김수현 주연의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차지했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월드워 Z>는 아마존 전쟁부문 50주간 1위 작품을 원작으로 "전 세계를 넘나드는 사상 최대의 로케이션과 스케일"을 자랑했으나 2위에 머물러야 했다.

이어지는 8월과 9월에는 한국영화가 흥행순위 1위부터 5위까지를 모두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봉준호 감독이 무려 10년 가까운 시간을 들이며 구상하고 완성해낸 프랑스 만화 원작의 작품 <설국열차>가 무더위 속 극장을 점령한 것이다.

두 달 동안 1위에 오른 <설국열차>는 그동안 한국영화가 시도해보지 못했던 장르적 소재는 물론, 오랜 기간 치밀하게 기획된 글로벌 프로젝트로서 다국적 스태프들의 참여가 눈길을 끌었다. 특히 국내 배우인 송강호와 고아성 뿐만 아니라 크리스 에반스,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등 할리우드 액션 스타는 물론 정상급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도 했다. 최근 호평 속에 개봉됐던 프랑스를 시작으로 중국과 일본 등 해외개봉이 줄줄이 예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브> 포스터

영화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브> 포스터 ⓒ ㈜모호필름,오퍼스 픽쳐스/씨네2000


8월 흥행 2위에 오른 김병우 감독의 <더 테러 라이브>는 생생한 현장감과 긴박한 전개를 통해 영리한 스릴러로 평가받으며 관객들과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이끌어냈다. 정치적인 비판 성격이 강한 직설적인 메시지를 오락영화에 담아낸 시도 역시 성공적이었다. 불평등한 사회 및 경제구조를 배경으로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테러범의 목소리와 맞서며 극을 이끌어간 하정우의 연기 역시 일품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김성수 감독의 <감기> 역시 재난영화 장르에 정치적인 비판을 담아냈으나, 흥행은 최고 5위에 머무르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당시 인기 프로그램인 <진짜 사나이>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장혁이 수애와 호흡을 맞추고 유해진과 마동석 등 충무로 최고의 조연들이 등장했음에도 기대만큼의 흥행이 없었던 것이다. 이를 두고 많은 네티즌들이 원인을 추측해 보기도 했는데 그 가운데에는 다소 산만한 연출이나 시나리오의 무리한 전개를 비판하는 내용들도 있다.

9월 <설국열차>의 뒤를 쫓던 한재림 감독의 <관상>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더니 다음 달 극장흥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정권 초기 여러 가지 문제가 터져 나오며 몹시 뒤숭숭한 시기에 이 영화는 우연처럼 조선시대 수양대군의 쿠데타를 관상가의 이야기와 함께 풀어내고 있다. 송강호와 이정재는 물론 김혜수와 이종석, 백윤식 등 국내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연기력을 뽐낸 작품이다.

 영화 <관상> 포스터

영화 <관상> 포스터 ⓒ 주피터 필름


허정 감독의 <숨바꼭질>은 지난해 SBS 드라마 <추적자>에서 인상 깊은 연기로 호응을 얻었던 손현주를 주연으로 개봉됐으나 흥행은 최고 3위에 오르는 것으로 그쳤다. 온라인에서 퍼진 초인종 낙서 괴담을 모티브 제작되어 실화바탕의 영화라는 것을 내세웠으나, 무리한 전개와 개연성 등이 비판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조의석, 김병서 감독이 공동 연출한 범죄 액션영화 <감시자들>은 7월과 8월 흥행순위가 변동 없이 3위로 동일하게 유지된 점이 눈에 띈다. 설경구, 한효주와 함께 호흡을 맞춘 정우성은 처음으로 진지한 악역에 도전하며 관객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밖에도 <아이언맨3>와 대결을 펼쳤던 엄정화, 김상경 주연의 <몽타주>나 강우석 감독의 신작영화 <전설의 주먹>, 홍콩 느와르의 걸작으로 불리는 <무간도>와 비교되기도 했던 <신세계>, 12년 만에 찾아온 속편영화 <친구2> 등이 관객들의 주목을 받으며 흥행 전선에 이름을 올렸다.

국산 공포영화의 연이은 참패

한국영화가 흥행을 주도하는 흐름 가운데서도 여름철을 노려 개봉됐던 국내 공포영화들은 <더 웹툰: 예고살인>을 제외하면 모두 흥행순위 10위 안에도 들지 못하며 단명했다. 6월부터 개봉한 <무서운 이야기 2>, <닥터>, <꼭두각시> 등은 개봉일로부터 얼마 못가 순위권 20위 밖으로 사라지기 바빴다.

 올해 개봉된 한국 공포영화 가운데 유일하게 좋은 평가를 얻었던  <더 웹툰: 예고살인> 스틸 컷

올해 개봉된 한국 공포영화 가운데 유일하게 좋은 평가를 얻었던 <더 웹툰: 예고살인> 스틸 컷 ⓒ ㈜필마픽쳐스, 라인필름


지난해 두 달 동안 상영을 이어가며 상승세를 보였던 전작의 후광을 등에 업고 개봉한 <무서운 이야기2>는 관객들과 평론가들로부터 기대와는 달리 무섭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으로 스릴러와 공포영화를 주로 연출해온 김성홍 감독의 <닥터>는 김창완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해 몰입되지 않았다는 평이 쏟아져 나왔다.

권영락 감독의 첫 연출작인 <꼭두각시>는 레이싱 모델로 알려진 구지성을 주연으로 내세우며 19금 예고편을 공개하는 등 육감적인 공포 스릴러를 표방했다. 영화는 한 정신과 의사가 매력적인 여자 환자에게 최면을 걸어 성욕을 채우다가 파멸한다는 스토리다. 그러나 개봉 당시 평이 좋지 못했는데, 김종철 평론가는 "올해 최초의 멘붕"이라며 이 영화에 1점을 주기도 했다. 관객들로부터 공포영화인지 에로영화인지 헷갈린다는 반응을 얻었던 이 영화는 서둘러 간판을 내려야 했다.

반면 9월 달 8위로 개봉한 할리우드 공포영화 <컨저링>은 관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10월에는 무려 8계단 상승해 흥행순위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쏘우>를 통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공포영화의 젊은 거장 제임스 완 감독의 <인시디어스: 두번째 집>이 흥행하며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억울한 개인들과 시스템에 대한 저항

한국영화의 특징은 갈수록 장르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에도 코미디, 액션, 드라마를 비롯해 스릴러, SF, 시대극 등 다양한 장르와 그 하위 장르들이 흥행영화로 이름을 올렸다.

그럼에도 올해 최대의 흥행작은 전통적으로 무난한 흥행 장르인 코미디와 드라마를 결합했던 <7번방의 선물>이다. 이환경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살인 누명을 쓰고 사형을 선고받은 바보 아빠의 부성애를 그리며 수많은 관객들을 울렸고, 1280만이 넘는 관객들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 3위에 올랐다.

 영화 <7번방의 선물>, <베를린> 포스터

영화 <7번방의 선물>, <베를린> 포스터 ⓒ CJ 엔터테인먼트/화인윅스,CL엔터테인먼트


이 영화는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해외 로케이션을 감행했던 류승완 감독의 초대형 액션 프로젝트 <베를린>과의 대결에서도 승리하는 어마어마한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하정우, 한석규, 전지현, 류승범 등 막강한 주연들이 포진한 <베를린>에 비해 주연급 배우가 류승룡 1명뿐인 <7번방의 선물>이 흥행한 것은 충분히 놀라운 일이다. 류승룡은 <최종병기 활>과 <광해, 왕이 된 남자>등을 통해 보여줬던 기존의 강한 카리스마를 벗어던지고 휴머니즘 가득한 바보연기를 통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 올 한 해 <7번방의 선물>외에도 흥행했던 한국영화들 대부분은 이야기에서 크게 두 가지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등장인물들이 억울하게 희생당하는 개인이거나, 이를 이유로 시스템에 맞서는 반란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우선 <7번방의 선물>, <감기>, <관상> 등의 영화는 모두 힘없는 소시민들이 국가나 권력에 의해 희생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베를린>,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브> 등의 영화는 부패한 조직이나 시스템에 격렬하게 저항하거나 공격을 감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가 흥행하기 위한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은 이야기가 가진 힘이 관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때문에 흥행영화들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서나 시대상을 고스란히 반영하기도 한다. 일례로 일제 강점기에 개봉된 나운규의 <아리랑>은 식민지를 살아가던 민중의 울분과 한을 풀어주며 흥행몰이를 했던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영화사에 남아 있다. 

때문에 올해 흥행한 한국 영화들 속에 억울하게 희생당하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이 등장했으며 한쪽에서는 저항을 외치기까지 했다는 부분은, 우리 사회의 뒤숭숭한 모습들을 한번쯤은 되돌아보게 만드는 서글픈 구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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