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호인>에서 세무변호사 송우석 역의 배우 송강호가 6일 오후 서울 태평로의 한 호텔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변호인>에서 세무변호사 송우석 역의 배우 송강호가 6일 오후 서울 태평로의 한 호텔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배우 송강호가 영화 <변호인>으로 돌아왔다. 올해만 영화 <설국열차>와 <관상>으로 1850만 관객을 동원한 송강호. 그는 영화 <변호인>으로 2000만 관객 돌파의 대기록을 앞두고 있다.

영화 <변호인>은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돈도 '빽'도 없고, '가방끈'까지 짧은 한 세무 변호사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버린 다섯 번의 공판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작품에서 송강호는 부산상고 출신으로 막노동을 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사법고시에 합격한 변호사 송우석 역을 맡았다.

돈 없이 어렵게 살았던 시절 때문에 오직 돈벌이가 되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일을 맡는 세무 변호사로 살던 송우석은 억울한 공안사건에 휘말린 단골 국밥집 아들을 변호하면서 인생의 변화를 맞는다. <오마이스타>와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만난 송강호는 "올해 너무 바빴다"면서도 "하지만 시사회로 인사를 하러 가면 관객 분들이 너무 좋아해주셔서 힘이 들어도 힘이 안 들었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런 점에서 올해는 (바빴지만) 힘들지 않았어요. 2000만 기록을 앞두고 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인 것 같아요. 사실 정말 과분하죠. 올해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해가 아닌가 싶어요. (한 해에) 세 편의 영화를 개봉해서 정말 신기해요."

2013년 송강호의 세 번째 영화 <변호인>은 지난달 30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제작진과 배우들이 '국토대장정 시사회'를 이어가고 있다. 반응도 좋다. '영화 <넘버3> 이후 가장 충격적인 송강호의 열연'이라고 극찬하는 이들이 다수다.

"그런 반응이 포털 사이트 메인에 오래 떠 있으면 좋을 텐데…. (웃음) 과찬이시고요. 제 입장에서는 기억될만한 작품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아요. 다른 영화들에도 다 애정이 있지만 이 영화는 제 개인적으로 특별히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 된 것 같아요. 굉장히 뿌듯합니다."

'변호인' 고사했던 이유..."'그 분'의 삶, 일개 배우인 내가?" 

 영화 <변호인>에서 세무변호사 송우석 역의 배우 송강호가 6일 오후 서울 태평로의 한 호텔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저의 제일 첫 질문은 '이 작품을 언제 생각했나'였어요. 최근에 생각했다고 하면 정치적인 의도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감독님이 1990년대 초라고 답하더라고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와 전혀 상관없었을 때, 이름 없는 변호사 시절이었을 때라고 했습니다." ⓒ 이정민


<변호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로 활동하게 된 계기인 '부림 사건'을 모티프로 삼았다. 송강호가 연기하는 송우석 변호사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뿌리를 뒀다. 이를 두고 "자칫 잘못하면 그 부분을 미화하고 헌정하는 영화처럼 보일 수 있어서 그러면 안 되겠다 싶었다"는 송강호는 "가장 객관적으로 그 시절에 가장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살아왔던 사람의 삶의 단면을 통해서 감흥을 만들어 보자는 게 (영화의) 정확한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까 특별하게 어떤 포장이나 그런 것들을 고민하고 그러지는 않았어요. 진솔하고 정말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하려고 했죠. 거칠고 투박한 면이 생길지라도 진심이 전달된다면 관객들에게 최소한 부끄럽지는 않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당초 송강호는 <변호인>의 시나리오를 받고 출연을 고사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 묻자 그는 "보통 충무로에서는 감독이 사전에 '언제쯤 이 작품을 할 거니까 그때 시나리오가 나오면 보여주겠다'고 하는데, 전혀 정보가 없는 감독의 시나리오를 제작자가 느닷없이 전달해 줬다"며 "제작자가 내 친구여서 편하게 읽어봤는데, 읽다보니 너무 거대한 이야기더라"고 회상했다.

"마음의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는데 감히 이분의 삶을 일개 배우인 내가 제대로, '잘 해낼 수 있을까' 싶었던 거죠. 저는 시나리오를 어떻게든 빨리 읽고 답을 빨리 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다음날 바로 대답을 했어요. '준비가 안 됐다, 버겁다'고. 그랬는데 날이 갈수록 이야기가 더 선명하게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후에 부산국제영화제 때문에 부산에 갔는데, 제작자에게 전화를 했고 마침 감독님이 함께 계셔서 그 자리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출연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변호인>은 양우석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송강호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전혀 정보가 없는 감독' 양우석을 만나 가장 먼저 했던 질문은 무엇이었을까. 어떤 점 때문에 송강호가 다시 출연을 결정하게 했을지 궁금했다.

"저의 제일 첫 질문은 '이 작품을 언제 생각했나'였어요. 최근에 생각했다고 하면 정치적인 의도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감독님이 1990년대 초라고 답하더라고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와 전혀 상관없었을 때, 이름 없는 변호사 시절이었을 때라고 했습니다.

감독님이 1990년대 초에 '노무현 변호사'를 알게 됐고, 그때 본인이 앞으로 감독이 되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거예요. 그 당시 감독님의 나이도 어렸을 텐데, 그 분에게 감동을 받은 것이죠. 저도 그 관점이 놀라웠습니다. 그 사람을 미화하는 일대기를 그리겠다는 게 아니라, 그 젊은 시절의 열정적인 모습을 통해 받은 감정을 전달하겠다는 그 관점이 좋았습니다."

'역사는 집에서 이루어진다'...아내의 한 마디, 출연을 결정하다

 영화 <변호인>에서 세무변호사 송우석 역의 배우 송강호가 6일 오후 서울 태평로의 한 호텔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저의 제일 첫 질문은 '이 작품을 언제 생각했나'였어요. 최근에 생각했다고 하면 정치적인 의도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감독님이 1990년대 초라고 답하더라고요" ⓒ 이정민


감독과 마찬가지로 송강호 또한 이 시나리오에 등장한 한 젊은 변호사의 열정적인 한 때에 감동을 받고 그 감동을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억하고 그를 옹호하는 사람들 혹은 그와 적대적인 사람들이 영화를 둘러싸고 대립하고, 영화에 정치적인 해석을 곁들여 논란을 일으켰다. 이러한 부분은 어떻게 고민했을까. 송강호는 아내와의 일화를 전하며 이를 통해 용기를 낼 수 있었음을 털어놓았다.

"박찬욱·봉준호 감독이 훌륭한 시나리오라고 용기를 주셨어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죠. 그런데 결정적인 것은 아내의 한마디였어요. 아내 입장에서는 제가 정치적으로 부담을 갖고 있는 게 아닌지 오해를 했나 봐요.

아내가 쓱 지나가면서 그러더라고요. '지금 막 시작하는 신인배우도 아니고, 핫한 아이돌 스타도 아니고, 많은 경험을 하고 성공과 실패를 두루 다 거친,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인데 뭐가 부담되냐'고. 남자들은 말은 안 해도 그렇지 모든 역사는 집에서 이루어집니다. (웃음) 아무리 밖에 돌아다녀도."

그럼에도 일간베스트 등 일부 극우 사이트의 누리꾼들은 영화를 보기도 전에 포털 사이트 의 <변호인> 페이지에 낮은 평점을 매기는 등 이른바 '별점 테러'를 자행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변호인>이 개봉한 이후, 흥행에 제동을 거는 '영화 외적인 요인'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개봉하면 오히려 편견이 사라지지 않을까요. 그런 영화가 아니니까요. 물론 처음부터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분들은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보통의 시각, 평범한 관객의 마음으로 이 영화를 본 다면 절대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여지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절대 부담감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볼 필요가 없는 영화에요."

"좋은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는 것만큼 행복한 것은 없다"

  영화 <변호인>에서 세무변호사 송우석 역의 배우 송강호가 6일 오후 서울 태평로의 한 호텔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찬욱·봉준호 감독이 훌륭한 시나리오라고 용기를 주셨어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죠. 그런데 결정적인 것은 아내의 한마디였어요." ⓒ 이정민


영화 <변호인>의 백미는 바로 재판 장면에 있다. 5차 공판까지 이어지는 법정 신에서 송강호는 단골 국밥집 아들 진우(임시완 분)가 받은 고문의 흔적을 찾거나 그에게 끔찍한 상처를 입힌 차동영 경감(곽도원 분)과 대립하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는 모습까지, 서서히 고조되는 감정선을 매 공판마다 밀도 높게 선보였다. 

"5일 전부터 세트장에 들어가서 혼자 대사를 외우는 것은 기본이었어요. 배우들끼리 5차까지 각 공판마다 다른 리듬과 감정과 특징을 살리려고 연습했습니다. 그런데 연습할 때는 100% 감정을 다 표현할 필요는 없잖아요.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실제 촬영을 했는데, 그렇게까지 감정이 나올 줄은 몰랐어요. 카메라가 돌아가고 연기가 끝나고 나서 보니까 '이런 감정이 나오네…' 싶었죠. 특별히 4번째 공판에서는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이와 함께 송강호는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먼저 이윤택 역의 배우 이성민을 두고 "정말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이고, 친한 후배"라고 운을 뗀 송강호는 "좋은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는 것만큼 행복한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곽도원과도 4차 공판 때 턱 하니까 탁 받아주고, 오달수도 마찬가지였다. 내심 '아, 이래서 정말 좋은 배우랑 연기를 해야 하는 구나' 싶었다"는 그는 "시너지가 생긴다는 게 실감이 났다. 작은 배역을 맡은 배우들도 하나하나 참 좋았다"고 평했다. 

"임시완이 고문 받는 장면을 찍을 때는 일부러 현장에 안 갔어요. 모니터 뒤에 앉아 있으면 혹시 부담을 가질까봐…. 사실 때리는 것도 힘들고 고문을 받는 것도 참 어려워요. 고문 받는 장면만 4일인가 내리 찍었거든요. 그 전날 배우들이 다 모였을 때 '테크닉으로만 허투루 연기를 하려고 한다면 고통을 받아도 그 고통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시완이가 아주 열린 마음으로 그 말을 잘 들었던 것 같아요. 정말 잘 했어요."

또 곽도원을 두고 송강호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도원이가 단역으로 출연했다"며 "그때 촬영장 갈 때마다 인사를 한 기억이 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송강호는 "<황해>부터 예사롭지 않았고, <범죄와의 전쟁>으로 절정이었다. '정말 좋은 후배구나, 연기 잘하는구나' 싶었다"며 "이번에 곽도원의 최고의 연기가 나온 것 같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배우들 중에서도 최고의 연기력을 선보이는 송강호. 마지막으로 그에게 작품을 고르는 기준에 대해 물었다.

"새로운 시각, 새로운 관점을 가진 작품들을 늘 선택하려고 애쓰는 것 같아요.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새로운 지점에서 우리들에게 감동을 주고 놀라움을 주는 작품이 좋습니다. <변호인>을 통해서는 '역사 속에 저런 인물이 있었구나' 하는 정도로, 그렇게 먹먹하게 다가오는 느낌을 같이 느끼면 좋을 것 같아요. '느낌 아니까'! (웃음)"


[송강호에게 묻는다...]
연기 잘하는 비법이 뭔가요?


 영화 <변호인>에서 세무변호사 송우석 역의 배우 송강호가 6일 오후 서울 태평로의 한 호텔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00만 기록을 앞두고 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인 것 같아요. 사실 정말 과분하죠. 올해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해가 아닌가 싶어요. (한 해에) 세 편의 영화를 개봉해서 정말 신기해요." ⓒ 이정민


연기자가 되고 싶은 많은 배우 지망생과 신인 배우들이 존경하는 선배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 배우 송강호. 그에게 연기 잘하는 노하우를 알려 달라고 했다.

"너무 치열하게 연기를 다 잘 해요. 임시완 마저 연기를 잘 해 버려서…. (웃음) 연기에는 경험도 필요하고 경륜도 필요한데 새로운 관점도 필요해요. 우리가 늘 알고 있는 모습과 알고 있는 방식이 아니라, 똑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다르게 해 보자는 거죠.

목적지에 갈 때 계속 버스를 타고 가다가 기차를 타고 갈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버스가 다인 줄 알아요. 그런 지점을 가장 경계해야하는 것 같아요. 목적지는 같아도 자전거도 있고 여러 방법이 있겠죠. 후배 배우들에게도 '버스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합니다. 인물이든 연기의 표현이든, 제 자신도 항상 노력하는 지점입니다. 다만, 기차를 타고 목적지가 아닌 다른 곳에 가면 안 됩니다. 중간에 내린다든지 해서도 안 되고요. 똑같은 장소에 와야 해요. (웃음)"



변호인 송강호 곽도원 임시완 이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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