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전북 현대가 드디어 다시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최강희 감독이 복귀한 이후 명확하지 않았던 팀 컬러, 적절치 못한 전술 운용, 너무나도 극심한 수비 불안 등의 문제를 해결하며 주말에 있었던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는 1위 팀인 '포항 스틸러스'를 원정에서 2:0으로 제압하는 기염을 토했다.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던 전북 현대가 확실히 최강희 감독의 복귀와 함께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듯 보인다. 이흥실 수석코치와 파비오 피지컬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고 있던 시절과는 질적인 면에서 확실히 큰 차이가 느껴졌다.

역시 전북 현대 모터스에게 최강희 감독이란 가히 절대적인 존재라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잠시 전북 현대의 감독직을 내려놓고 국가대표 감독을 맡은 1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전북 현대는 최강희 감독이 쌓아놓은 팀 컬러와 완성도에서 점점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며 혼돈의 시간을 겪었다. 그러나 최강희 감독은 전북 현대로의 복귀와 함께 다시 선수단을 장악하며 전북 현대 본연의 모습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자신이 전북 현대의 중심에 있는 핵심 인물임을 명확하게 증명해보인 셈이다.

2011년 12월, 최강희 감독은 그토록 거부하던 국가대표 감독직을 어쩔 수 없이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부담감과 클럽 팀 감독과는 확연히 다른 어려운 환경이 기다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강희 감독은 자신의 꿈을 잠시 내려놓은 채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감독을 맡아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했다. 그의 이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팬들이라면 최강희 감독이 맡고 있는 국가대표 감독직 자리가 얼마나 어려운 자리인지, 최강희 감독이 얼마나 한국 축구를 위해 큰 헌신을 감수해야 했는지 잘 알 것이다.

평소 K리그를 사랑하는 한 팬으로서 그리고 한국 축구를 지켜보는 축구 팬으로서 전북 현대의 봉동이장님이 지난 1년 6개월 가량의 시간 동안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고, 한국 축구를 위해 얼마나 헌신하였는지를 정리하고자 이 글을 쓴다. 그저 하나의 칼럼일 뿐이지만, 이 글을 통해 그동안 수고해주신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한다.

1년 6개월, 모두를 위해 내려놓은 전북에서의 '꿈'

'최강희 감독' 하면 역시 전북 현대, '전북 현대' 하면 역시 최강희 감독이다. 개인적으로 맨유하면 퍼거슨 감독이 떠오르듯이,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 또한 비슷한 입지를 자랑하고 있다 생각한다. 그만큼 전북 현대에 있어 최강희 감독의 존재는 거의 핵심적이라고 할 수 있고, 최강희 감독 역시 자신의 클럽인 전북 현대에 누구보다 강한 애정을 갖고 있다. 최강희 감독은 2005년 전북 현대의 감독으로 부임하여 무너져 가던 팀을 성공적으로 리빌딩했고, 부임 첫 해부터 FA컵 우승을 이뤄내며 놀라운 신화의 창조를 예고했다.

그 다음해인 2006년에는 통합성적 리그 11위를 거뒀음에도 불구, FA컵 우승 자격으로 출전한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며 전북 현대를 아시아 최고의 클럽으로 성장시켰다. 만년 꼴찌 팀에 그저 그런 팀으로 전략해가고 있던 전북 현대가 최강희 감독과의 만남을 통해 아시아 최고의 클럽으로 거듭나던 순간이었다. 그야말로 2년 만에 얻은 기적과도 같은 결과였다.

이후 전력과 팀 성적을 꾸준히 높여가던 전북 현대는 2008년 갑자기 찾아온 위기를 극복하고 팀 역사상 최초로 2009년, K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10년에는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2011년에는 다시 K리그 우승 트로피를 탈환했고 AFC 챔피언스리그의 결승전 무대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최강희 감독만의 '닥공 축구' 전술이자리 잡으면서 전북 현대의 명확한 팀컬러가 됐다.

최강희 감독은 만년 꼴찌 팀을 금세 신흥 명문 팀으로, 그리고 이제 K리그 클래식 무대를 대표하는 명문 팀으로 성장시켰다. 보통 감독이라면 이루어내기도 힘든, 상상하기도 어려운 업적을 빠른 시간 안에 달성해 낸 것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했으니 클럽과 감독간의 사이는 당연히 돈독해질 수밖에 없었다. 전북 현대의 팬들은 누구보다도 최강희 감독을 자신들의 리더로 인정하며 오랜 시간동안 꾸준히 응원했다. 최강희 감독 역시 자신의 팀과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아낌없는 애정을 줬다.

2011년, 닥공 축구가 거의 완전체에 접어들었고 전북 현대의 전력이 거의 최정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던 시점, 최강희 감독은 오랜 시간 노력해온 과정의 결실을 맺는 것을 포기한 채 갑작스럽게 한국 축구를 위해 대표팀 감독 제의를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팀과 함께 오랜 시간동안 감독 생활을 이어가고자 했던 것이 최강희 감독의 바람이었다. 전북 현대가 이제 막 최정점의 시기에서 나아가려 할 때, 최강희 감독은 자신의 꿈이 거의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꿈을 포기한 채 전북 현대의 감독직을 잠시 동안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최강희 감독이 선택하게 된 것은 모두가 어려워하고, 그만큼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여있던 대한민국 국가대표 팀 자리였다. 최강희 감독에게는 당연히 낯설고, 어려웠을 자리였지만 한국 축구를 위해 새롭게 도전의 자리에 올랐다. 오랜 시간동안 꿈꿔왔던 시간을 포기한 채, 한국 축구의 대표팀 감독 제의를 모두를 위해 수락하게 된 것은 그 선택만으로도 충분히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본다.

당초 약속한 본선 진출...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다

국가대표 팀 자리에 오른 최강희 감독은 자신이 임시 감독에 속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목표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 최강희 감독에게 주어진 임무는 오로지 본선 진출, 그 뿐이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팀의 최강희 감독은 그토록 고사하던 대표팀 감독 자리를 수락하며 한국 축구의 당장 필요한 성과를 위해 열심히 하겠음을 국민들과 약속했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왜 본선까지 가지 않고, 임시 감독임을 분명히 밝혀두었느냐 싶었겠지만, 본래 대표팀 자리에 뜻이 없고 자신이 대표팀의 성향과 맞지 않음을 알고 있던 최강희 감독에게 임시 감독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최강희 감독의 첫 정식 경기는 엄청난 부담을 안고 있던 쿠웨이트 전이었다. 첫 경기였음에도 이 경기에서 패배할 시 대한민국 국가대표 팀의 최종 예선 진출 여부는 불투명했다. 홈에서 열린다는 이점은 있었지만, 선수들에게도 감독에게도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경기였던 건 사실이다. 본래 조광래 감독 말미부터 이미 선수들의 분위기가 좋지 않고 화합이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최강희 감독은 당장 선수들을 한 팀으로 융화하고, 어떻게 해서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능력이 중요했다. 최강희 감독은 쿠웨이트 전, 2:0 승리를 확정지었고 이후 최종 예선 경기에서도 연이어 승리를 거두며 좋은 경기를 펼쳐왔다.

그러나 중동 원정 이후부터 최강희 감독의 대표팀은 연이어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강희 감독도 이후 인터뷰에서 밝힌 점이었지만 아무래도 팀이 잘나가던 상황에서 감독으로서 조금 안일하게 대응했던 것이 대표팀의 좋은 분위기를 잡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확실히 국가대표 감독으로서의 경험 부족, 클럽 팀 감독에 성향이 맞는 어려운 점이 있다 보니 대표팀 감독 자리에서는 미숙한 모습이 연출됐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은 뜻하지 않은 감독 자리에 구원 투수 겸 등판했음에도 본래 약속했던 본선 진출의 약속을 성사시키며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더군다나 최근 불거진 일부 선수들의 SNS 파동에서도 느껴지듯, 임시 감독으로써 선수들을 통제하고 이끌어나가기에는 다소 어려운 점이 많았다. 선수단을 장악하지 못한 건 감독의 책임도 있겠지만, 임시 감독이라는 타이틀 아래에서 최강희 감독은 더 이상 선수들을 이끌 수 있는 어떠한 수단도, 손을 쓸 수 있는 방법도 부족했다. 오히려 이전부터 내분과 갈등이 있던 대표팀을 이끌고 임시 감독이라는 신분에서 본선에 올라간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성과를 이루어낸 것이다.

비록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던 시절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던 건 아니었지만, 이미 위기에 처해있던 대표팀을 이끌어 본선 진출이라는 기존 임무를 달성해낸 것만으로도 최강희 감독의 국가대표에서의 역할은 충실히 행해졌다고 볼 수 있다. 과정이 어땠는지 몰라도 최강희 감독은 지금 남아있는 대표팀의 분위기, 선수단, 흐름 속에서 모두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올려놓았다. 그간 지속된 대표팀 부진도 알고보면 최강희 감독에게 모든 책임을 돌릴 수 없는 것이다.

봉동이장으로의 아름다운 '복귀'

대표팀 감독으로의 약속을 지킨 뒤, 최강희 감독은 다시 전북 현대의 감독 자리로 복귀했다. 조금 휴식기를 갖고 복귀할 수도 있었으나, 팀이 위기에 빠져있는 상황을 보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바로 복귀했다고 한다. 오랜 시간 부담이 컸고, 또 본인이 직접 하루도 행복한 나날이 없었다고 밝힌 대표팀 감독 자리를 드디어 벗어나 본연의 고향인 전북 현대의 감독직으로 복귀했다. 1년 6개월 동안 최강희 감독의 복귀만을 염원하며 언제나 전주성을 지켰던 수많은 팬들, 그리고 갑작스럽게 내려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뒤 다시 이 자리에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최강희 감독의 아름다운 재회의 스토리는 이렇게 쓰여 졌다. 1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뒤, 영화로도 쓰여 질 수 없는 감동적인 스토리였다.

최강희 감독은 다시 전북 현대의 감독을 맡아 팀의 재건을 위해 충실히 노력하고 있다. 본래 국가대표 감독직을 맡기 직전인 2011년, 이미 팀의 전력은 최정점에 올라 있는 상태였지만 최강희 감독은 끝내 1년 6개월 동안 대표팀에 매달려 있으면서 고향 팀이 내려앉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은 본인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음에도, 다시 묵묵히 감독으로서의 꿈을 전북 현대에서 이루기 위해 다시 한 번 새로운 출발을 팬들에게 약속했다.

한국 축구를 위해, 우리를 위해 본인의 꿈을 포기하고, 본인을 희생하며 약속한 바를 이루어줬으니, 그간 과정이 어찌했건 간에 우리의 입장에서는 최강희 감독님께 감사의 인사를 표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최강희 감독은 본래 국가대표 감독직을 끝까지 고사했다. 그러나 당장 필요하다는 부름과 대표팀이 힘들다는 메시지에 결국 감독직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 시간동안 최강희 감독의 전북 현대에서의 꿈은 다시 멀어졌고, 본인이 생각지도 못했던 수많은 고난과 시련을 겪고 넘어서야 했다. 오로지 한국 축구를 위해, 그리고 축구를 좋아하는 국내의 축구팬들을 위해 최강희 감독은 충실히 헌신했다. 한 K리그의 팬이자, 한국 축구 팬으로서 최강희 감독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픈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2011년 11월,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전북 현대는 논란의 팀 알 사드와 2011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만났다. 당시 알 사드는 수원 삼성과의 4강전에서 비매너 플레이로 인해 전 국민에게 비난을 받던 상황이었고, 그러한 감정이 집결되어 전북 현대와 치르는 결승전에 모든 관심과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승부차기 끝에 우승은 실패했지만, 이 경기를 통해 전북 현대의 닥공 축구는 온 국민들에게 알려졌고, 전북 현대라는 팀 전체의 매력도 모두에게 전파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사람들에게 최강희 감독의 존재를 느끼게 했다.

팀이 이렇게 절정에 올라있던 상황에서 우리가 전북 현대의 감독으로 처음 만나게 된 최강희 감독은 이후 국가대표의 감독으로 부임하며 여러 가지의 기쁨과 슬픔, 고난의 과정을 우리와 함께했다. 그 과정이 어찌됐든 그는 힘든 상황 속에서 우리와 약속한 목표를 이뤄냈고, 다시 전북 현대의 감독 자리로 복귀했다. 1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모두에게 빼앗기며, 수많은 고통을 받았을 최강희 감독. 한국 축구의 팬이자 K리그의 팬으로써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 이제 전북 현대에서의 또 다른 황금기를 모두와 함께 열렬히 응원한다.

"2011년 K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정말 행복했습니다. 행복의 근본은 우승이란 희열이었겠으나, 2012년에도 또 그 다음에도 내 손으로 팀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겠다는 희망이 절 미소 짓게 만들었죠. 그런데 2011년 12월 이후 모든 게 바뀌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됐죠. 그 후로 행복은 제 곁에 없었습니다.

눈앞에 주어진 한 경기에 연연해야 했고,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숨 막히는 일상과 싸워야 했어요. 다음 경기에 대한 준비는 선수들 없이 저 혼자 상상으로만 해야 했고, 어쩌다 만난 내 팀과는 짧은 3~4일이 지난 후 이별해야 했죠. 얼마나 허탈하고 쓸쓸한 일이던지….

꿈을 좇는 걸 좋아했어요. 전북 현대란 클럽 팀에서는 그게 가능했죠. 그래서 힘들어도 참고 견딜 수 있었고요. 그런데 여기로 온 이후에는 그 꿈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닌데 그걸 견디는 게 참 힘드네요."  - 2013년 5월 20일. 대표팀 감독 시절 최강희 감독이 밝힌 인터뷰 내용 中(원문 기사 : Injury Time-최강희 감독의 지독한 쓸쓸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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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stron1934.blog.m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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