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신의>에서 오대만 역을 맡은 배우 김종문을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마이네임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났다.

SBS 월화드라마 <신의>에서 오대만 역을 맡은 배우 김종문을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마이네임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났다. ⓒ SBS


SBS 드라마 <신의>의 심드렁한 무사 최영(이민호 분)의 곁에는 분위기를 조절하며 균형을 맞추는 밝은 소년이 있다. 삐죽이 뻗친 머리엔 장난기가, 더듬는 말투에는 어눌함이 느껴지지만, '대장' 최영의 일이라면 단번에 진지해지는 오대만이다.

우달치 부대원 오대만은 사람이 드문 산속에서 나고 자라, '늑대소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덕분에(?) 이를 연기하는 배우 김종문(25)은 그냥 뛰어가도 될 장면에서 점프와 덤블링을 불사한다. 그게 더 편한 '액션본능'형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급하면 네 발로 뛰어간다'는 설정 때문에 사족보행 연습도 했단다.

김종문을 지난 24일 만났다. <신의> 액션신을 촬영하다가 눈 밑이 찢어져 병원을 다녀오던 차였다. 상처 부위를 꿰매고 와서 다시 촬영에 임했다는 그는 이날 밤에도 촬영을 앞두고 있었다.

그 얼굴이 낯설 시청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김종학-송지나 콤비의 대작에서 꽤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은 신인으로서 '빡센' 촬영 현장이 처음일까 싶었는데, 김종문은 데뷔작인 MBN 드라마 <왓츠업>을 무려 2년 동안 힘들게 찍었다고 한다. <신의> 캐스팅은 <왓츠업>으로 맺은 송지나 작가와의 인연 덕분이다.

 SBS <신의>에 출연중인 배우 김종문

SBS <신의>에 출연중인 배우 김종문 ⓒ 마이네임엔터테인먼트


아무 것도 없이 상경한 10대, 임윤택을 만나다

<신의>에서 마치 야마카시(도시의 빌딩 사이를 뛰어 건너는 등 고난도의 기술을 요하는 스포츠)를 하듯,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는 감탄에 "7년간 비보이로 활동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강원도 한 읍에서 자라 문화에 목이 말랐던 그는 고등학교를 올라가던 해, 홀로 서울행을 결심했다. 빨래를 개고 있던 엄마는 5초 만에 아들의 폭탄선언을 받아들였다. 연고도 없는 서울로 무작정 올라온 김종문은 지금 울랄라세션의 리더 임윤택이 단장으로 있던 댄스팀 겟백커스 오디션을 통과했다.

김종문은 "형들 집에 얹혀살면서 서울 생활을 했다"며 "춤 추는 게 너무 좋았고, 무슨 일을 하든 내가 행복해야 하니까 힘들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에게서 지금은 유명인이 된 임윤택에 대한 기억도 한 조각 남아 있었다.

 SBS <신의>에 출연중인 배우 김종문

SBS <신의>에 출연중인 배우 김종문 ⓒ 마이네임엔터테인먼트


"윤택이 형은 춤에 대한 프라이드(자존심)가 있는 굉장히 멋있는 사람이었어요. 프로정신이 투철했죠. <슈퍼스타K>에 울랄라세션이 나왔을 때는 임윤택이라고 쓰여 있었는데도 그 형이라는 생각을 못했어요. 옛날에 비해 살이 너무 빠져서 못 알아봤죠. 굉장히 안타까웠어요.

겟백커스로 활동할 때 형은 팀의 단장이었고, 저는 막내여서 좀 어려워했어요. 어른을 어떻게 대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처음 한 게 그때예요. 팀을 관두면서 연락을 못했죠. 형이 유명해졌다고 갑자기 연락하기도 그렇고. <신의>에 나오는 저를 알아볼까요?"

<신의> 촬영장에서 네 발로 뛴 사연

김종문은 비보이 활동을 하며 <비보이 코리아>와 <아가씨와 건달들> 등의 뮤지컬 무대에도 섰지만, 춤 때문에 반 년 동안 침대에서 못 일어날 정도로 몸져눕기도 했다. 당시 그는 "춤을 계속 출 수 없다"고 생각했고, 연기로 대학을 갔다.

 SBS <신의>에 출연중인 배우 김종문

SBS <신의>에 출연중인 배우 김종문 ⓒ 마이네임엔터테인먼트


<왓츠업> 공개 오디션은 한창 방황하던 그에게 기회가 된 작품이다. 본격적인 사회생활도, 연기도 처음이었던 김종문에게 조정석, 임주환 등 <왓츠업> 출연진은 많은 걸 가르쳐주는 소중한 인연이 됐다. <신의>에서 말을 더듬는 다소 어눌한 오대만 캐릭터를 위해 <건축학개론> '납득이' 조정석이 전화로 직접 연기 지도까지 해줬다고.

이번에는 '민호 형'부터 '희선이 누나'까지 새로운 인맥을 쌓는 재미가 쏠쏠한 모양이다. 김종문은 "액션신 찍다가 다쳤을 때 민호 형이 바로 괜찮으냐고 연락이 왔고, 희선이 누나와 유오성 삼촌(유오성은 자신을 어려워하는 김종문에게 '삼촌이라고 부르라'며 먼저 다가왔다고 한다)도 걱정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에 얽힌 촬영장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김종문은 "한여름에도 벨벳 망토와 목도리까지 해야 했던 우달치 부대원 복장 때문에 탈수와 눈이 붓는 증상까지 격었지만, 의상이 예뻐서 화면이 잘 나왔다"고 전했다.

김종문은 "한여름에도 벨벳 망토와 목도리까지 해야 했던 우달치 부대원 복장 때문에 탈수와 눈이 붓는 증상까지 격었지만, 의상이 예뻐서 화면이 잘 나왔다"고 전했다. ⓒ SBS


"<신의> 캐스팅 후에 스태프 분이 말을 탈 줄 아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급한 마음에 다음 날부터 말 타는 걸 배웠죠. 그리고 촬영을 들어갔는데, 오대만은 '말보다 빠른 사람'이라고, 다들 말 타고 가는데 혼자 뛰어가야 했어요.(웃음)

대본에 '네 발로 뛴다'는 설정이 있어서 연습도 했어요. 어느 날 필립 형(장빈 역)이 '네 발로 뛸 수 있냐'고 물었는데, 희선이 누나와 민호 형도 궁금해 해서 스태프들이 모여든 적이 있어요. 네 발로 얼른 뛰었더니, '의외로 느낌이 괜찮다'고들 해서 당황했죠."

"살아온 환경이 있기 때문에 연기에도 잘 맞는 옷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말처럼 배우 김종문은 10대부터 꾸준히 췄던 춤 덕분에 <신의> 오대만이라는 의외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제 막 얼굴을 알린 그는 "갑자기 뜰 수 있는 '대박 성공'보다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마이프렌드
"뭘 하든 믿어주는 가족"


 SBS <신의>에 출연중인 배우 김종문

SBS <신의>에 출연중인 배우 김종문 ⓒ 마이네임엔터테인먼트


김종문은 중학교 1, 2학년 때 반장을 도맡았다. 중학교 3학년, 춤으로 진로를 정할 때까지다. 김종문의 부모님은 갑자기 "춤을 추기 위해 서울로 가겠다"는 그를 막아서지 않았다. 고등학교 올라갈 때부터 시작한 서울 생활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부모님은 뭘 하든 항상 믿어주세요. 무작정 서울에 간다고 했을 때도 흔쾌히 허락해주셨고, 연기를 하겠다고 했을 때도 열심히 해보라고 응원해주셨죠. 항상 믿어주시기 때문에 그 믿음을 져버릴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집에서는 제가 좀 딱딱해요. 밖에서는 애교가 많은데, 집에서는 표현을 잘 못하거든요. 어머님이 서울에서 잘 지내는지 확인하고 싶어도 말을 안 하니까 걱정을 하시죠. '너무 단단하면 부러진다'고 자주 말씀하세요. 표현은 못해도, 제 인생의 오마이프렌드는 가족입니다."


신의 김종문 오대만 늑대소년 이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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