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열렸던 레이디 가가의 '본 디스 웨이 볼'.

지난 27일 열렸던 레이디 가가의 '본 디스 웨이 볼'. ⓒ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잠실역 입구부터 난리였다.

생각보다 꽤 추웠던 지난 금요일 밤. 잠실에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거기에는 두산과 기아의 경기를 즐기기 위해 모인 야구팬들과 나처럼 '레이디 가가(Lady Gaga)' 2012 '본 디스 웨이 볼(Born This Way Ball)'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리틀 몬스터'들이 뒤엉켜 있었기 때문이다.

'파격적'이기보다는 '예술적'이었던 퍼포먼스

이렇게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린 덕분에 멀쩡하던 휴대전화가 한동안 먹통이 됐던 8시 20분경.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의 'Highway Unicorn'과 함께 어두워진 무대에서 말을 탄 그녀의 근엄한 등장은, 마치 거대한 오페라 공연의 시작처럼 장엄하고 또한 엄숙했다.

특히나 'Government Hooker'의 인트로 부분에서 들리는 가가의 목소리는, 알겠지만 이번 레이디 가가 콘서트의 주제인 '킹덤 오브 페임(Kingdom of Fame)'의 서막을 알리는 노래로 관객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이웨이 유니콘(Highway Unicorn)'과 함께 말을 타고 등장했던 레이디 가가.

'하이웨이 유니콘(Highway Unicorn)'과 함께 말을 타고 등장했던 레이디 가가. ⓒ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또한 '케샤(Ke$ha)'에게 밀려 빌보드 2위라는 조금은 믿지 못할 기록을 남기긴 했지만, 국내 팬들에게는 가장 잘 알려진 싱글 'Bad Romance'의 후렴구에서 그녀가 '코리아'라는 단어를 붙이며 말했던 오프닝 멘트. "18세 이상 관람가 공연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말은 실제로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에 '파격적'이기보다는 '예술적'인 감각으로 발현됐다.

53회 그래미 어워즈 공연에서는 알을 뚫고 등장했던 'Born This Way'의 경우 이번에는 여성의 두 다리 사이에서 태어나는 듯한 퍼포먼스를 보이며 시작됐다. 그리고 공연 내내 그녀의 얼굴을 딴 3D 입체물은 직접 'Paparazzi'를 부르면서 무대 위를 떠다니기도 했으며, 'Poker Face'에서는 사람이 분쇄기에 빨려 들어가 갈려버리는 듯한 퍼포먼스가 이어졌지만 그 어떤 모습도 일부 기독교인들이 우려하는 사탄 숭배, 혹은 카니발리즘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외려 그것은 마치 언젠가 내가 마술사가 손발을 묶고 네모난 상자에 들어가 움직이는 톱날에 갈리고 칼에 찔렸지만, 상자를 열면 멀쩡히 몸이 붙어있었던 마술을 보며 놀라워했던 그것과 비슷했다.

물론 'Electric Chapel'에서의 십자가 모양의 조형물 안에서의 연주라던가, 'Heavy Metal Lover'에서 팬들 사이에서는 '가토바이'라 불리는 오토바이 위에 여성이 올라타는 퍼포먼스들은, 분명 약간은 동성애적인 무대를 연상시키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부감을 느낄만한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과거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가짜 혈흔을 온몸에 흘리면서 흐느끼며 노래하던 가가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싱거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보여준 카리스마, 그리고 성실함

 그녀가 공연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들은, 그녀가 지닌 대중성, 아티스트로서의 능력, 그리고 프로로서의 성실함이었다.

그녀가 공연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들은, 그녀가 지닌 대중성, 아티스트로서의 능력, 그리고 프로로서의 성실함이었다. ⓒ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결국, 퍼포먼스 내용 충격의 여부보다는, 레이디 가가라는 팝 아이콘이 조그마한 체구에서 뿜어내던 카리스마와 무대 장악력. 공연에 임하는 프로다운 성실함과 음악적 대중성. 아울러 그녀가 추구하는 패션과 공연 구성에서 느낄 수 있었던 아티스트로서의 능력이야말로 이번 공연에서 흡수해야 할 진짜 가치였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던 까만 밤하늘의 달빛 아래, 피아노 앞에서 'Hair'를 흔들림 없는 가창력으로 열창하던 가가의 모습. 'Scheibe'에서 특별 스탠딩 석인 '몬스터 핏(Monster Pit)'을 전력 질주하며 뛰어다니며 노래하던 모습. 그리고 'You And I'에서 관객들과 하나 되어 함께 손뼉을 치며 박자를 맞추던 레이디 가가의 노력은, 어떤 점에선 가슴 한편이 아련해 오는 감동이 있는 장면들이었다.

보수단체와 일부 기독교 단체들 때문에 이래저래 어수선했던 공연 전에 소란. 그 와중에도 그녀는 최고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 말 그대로 있는 모든 것을 쏟아냈던 것이다.

그리고 그날 공연을 즐겼던 우리는 알고 있다. 'Americano'에서 그녀가 왜 인육무늬가 있는 옷을 입고 남성 댄서들에게 탄압받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는지. 'Born This Way'의 가사에서 그녀가 왜 동성애자들을 옹호하며 자신을 사랑하라고 했는지 말이다. 

"다른 단체들에서 왜 그렇게 (콘서트를) 반대 했는지 전 잘 모르겠어요."

함께 공연을 즐겼던 정성목, 유형준(현대카드PSC)씨의 말이다.

개인적으로도 레이디 가가라는 아티스트는 분명히 인정하지만, 한편으로는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나 마돈나(Madonna). 혹은 그레이스 존스(Grace Jones)의 장점만 빼내어 혼합시킨 키치적 스타일. 아니면, 무언가 신선한 감각을 찾아 헤매던 미국의 팝 시장의 지원을 받아 태어난, 조금은 부풀려진 아티스트라고 생각했던 나의 편견들도 앙코르 전 마지막 곡이었던 'The Edge of Glory'를 조용히 따라 부르면서 완전히 깨졌다. 

그렇다. 그날 내가 본 건 정말 레이디 가가였고, 들은 것은 레이디 가가의 진짜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것이, 그 날 리틀 몬스터들이 레이디 가가의 공연을 봤던 이유이며, 전부일지도 모르겠다.

==='레이디 가가(Lady Gaga)' 2012 '본 디스 웨이 볼(Born This Way Ball)'  공연리뷰===

[공연리뷰①] 레이디 가가의 '18금 공연?'...그 알맹이는 '예술'이었다
[공연리뷰②]편견의 바다에서도 빛난 레이디가가의 열정
[공연리뷰③]레이디 가가, 사탄이라며? 그 다양함에 '홀리다'

레이디 가가 슈퍼콘서트 현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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