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종(가운데)과 함께하는 그들 ROAD FC에 출전하는 파이터와 함께 (사무엘, 유우성, 방승환, 위승배)

▲ 최효종(가운데)과 함께하는 그들 ROAD FC에 출전하는 파이터와 함께 (사무엘, 유우성, 방승환, 위승배) ⓒ 변광재


"나는 개그맨 최효종이 아닙니다. 재일교포 3세 최효종입니다." (웃음)

사진으로 본 최효종의 첫 이미지는 어떠한가? 마치 일본인으로 착각할 수 있다. 날카로운 눈매와 다소 어눌한 한국어로 본 기자를 만난 CAVE 종합격투기 짐의 최효종 에이전트. 

그는 일본의 메이저 종합 격투기 무대인 'SRC'(Sengoku Raiden Championship)와 '격투 사관학교' 판크라스에서 한국 파이터의 육성과 에이전트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재일교포 3세 에이전트 겸 한 일본의 유명 격투 팀의 트레이너다.

최효종이 있는 CAVE 종합격투기 짐의 소속 파이터로는 지난 2009년 K-1의 축제 '다이너마이트'에서 일본의 격투단체인 '드림'에서 활동하는 '하체관절기 귀신' 아오키 신야와 대결을 펼친 SRC 라이트급 챔프인 히로타 미즈토와 차세대 SRC 웰터급 챔피언이 유력시되는 오쿠노 '코텐' 다이스케를 필두로 활동하는 일본 격투 팀이다.

그의 손에 거친 국내 파이터로는 한국의 명문 격투 팀인 '팀 포스'의 김석모와 '팀 파시' 권배용이 현재 일본의 판크라스와 슈토 무대에서 활약 중이며, 이번 10월 23일 첫 흥행을 펼칠 신생 격투 단체인 'ROAD FC'(Road Fighting Championship)에 참가할 국외 파이터 수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7월 무더웠던 일본의 여름

"나는 일본 사람 아닙니다. 한국 사람입니다.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최효종과의 첫 만남은 7월 일본의 한 격투 무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7월 3일 일본 도쿄 수이도바시 JCB 홀에서 펼쳐진 'M-1 셀렉션 아시아 파이널 2010 에피소드1'(부제: 한-일 전면대항전)에서 한국이 일본을 상대로 8대 4라는 일본 격투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토해낸 바 있다. 한국인 파이터와 세컨드가 모두 하나가 돼 엉켜 기쁨을 누리는 모습을 저 멀리서 환하게 웃고 있는 한 격투 관계자가 있었다.

그는 한국인의 생김새와 달리 일본인과 흡사했다. "일본팀이 패배했는데 왜 좋아할까?"라는 느낌을 받은 나는 그에게 다가가 일본어로 물었다. "죄송하지만, 일본 격투기 관계자신가요?"라고 묻자, 그는 나에게 환한 미소로 말했다. "아닙니다. 나는 한국 사람입니다."

4년 전 선배 기자로부터 재일교포 3세가 일본의 격투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들은 적 있었다. 그를 직접 만날 줄이야…. 서로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눈 후 한국에서 만나자며 기약없는 약속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와 기사에 열중하는 나에게 어느 날 메일 한통이 왔다.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최효종 에이전트였다. 나는 기쁜 마음에 메일을 열어보았다. "안녕하세요. CAVE 종합격투기 짐 최효종입니다. 일본에서 신세 많이 졌습니다. 9월 중순 한국에 갈 예정이오니 만나고 싶습니다."라고.

한국 격투계의 문제점

"한국 격투 관계자 여러분. 한국 격투 팬들의 눈과 귀를 기울여 주세요. 반드시 해답은 있습니다."

최효종은 한국 격투계를 모두 꿰뚫고 있었다. 한국 격투계가 오랫동안 품어왔던 악습과 개선해야 할 점을 천천히 나열하기 시작했다. 최효종은 그 악습 중 가장 큰 문제인 '한국 격투 단체'와 관련되어 따끔한 충고를 했다.

"격투기에 열광하는 국내 격투팬 여러분께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고 계속된 실망감만 전해줘 왔던 여러 한국 격투 단체들이 이제는 사리사욕만 채우지 말고, 국내 격투팬의 눈과 입을 귀 기울여주세요"라고 말했다.

이어 최효종은 "악습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습니다. 한국의 단체 관계자가 많은 회의를 거쳐 한국만의 독특한 색깔의 격투 이벤트를 시도해 격투 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선진국 격투 문화를 이륙해주면 좋겠습니다"라고 당부했다.

"일본에서는 한국 격투팬 여러분처럼 격투기에 죽고 못 사는 열혈팬을 찾아볼 수 없어요. 그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파이터를 꿈꾸던 꼬마 최효종

'어린 시절, 유난히 싸움을 좋아했던 나'

신장 185센치미터, 체중 80킬로그램. 군살 없는 그를 보면 현역 트레이너라 믿어 의심치 않다. 일본에서 태어난 그는 남들과 유난히 달랐다.

최효종은 "어린 시절 친구들은 TV로 '드래곤 볼'과 '닥터 슬럼프'를 즐겨봤지만, 나는 친구들과 달랐어요. 나는 이소룡과 성룡 영화를 즐겨 봤어요. 너무 많이 시청해서였을까요? 비디오 테이프 필름이 늘어날 정도였으니깐요. 두 선배님(?)으로 초-중학교 시절 많은 싸움을 하고 다녔습니다. 부모님께서 나 때문에 많은 고생하셨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중학교 졸업 이후, 그는 고등학교 시절 남보다 큰 신장과 체중으로 럭비부에 가입하게 된다. "신장이 또래 친구 중 가장 컸어요. 운동을 좋아했던 나에게는 '럭비'가 가장 적합한 운동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럭비 대회에 참가, 몇 차례 승리하며 진정한 '스포츠의 묘미'를 몸소 느낀 최효종 에이전트.

'마초' 방승환과 최효종 에이전트 이번 10월 23일 신생 격투 단체 'ROAD FC'에 참가하는 방승환

▲ '마초' 방승환과 최효종 에이전트 이번 10월 23일 신생 격투 단체 'ROAD FC'에 참가하는 방승환 ⓒ 변광재


파이터 VS 트레이너

'어린 나이에 결혼,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과감히 꿈을 저버리다.'

2000년 일본 땅에 종합 격투기 단체인 '프라이드'가 상륙. 이후, 그는 인생 최고의 터닝 포인트를 맞게 된다. 바로 TV로 비친 종합격투기 '프라이드'였다.

"스물 중반, '프라이드'를 시청하며 종합 격투 파이터의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에게는 부양할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이 24살에 결혼에 골인. 사랑하는 와이프를 택하느냐? 아니면 격투기를 택하느냐? 의 갈림길이 있었지만, 나는 내 사랑하는 아내를 택했습니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니깐요." (웃음)

결혼 후, 파이터의 꿈을 좀처럼 지울 수 없었다고 밝힌 최 에이전시는 "파이터의 꿈을 대체하기 위해서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마침내 해답을 찾았고 바로 그 해답은 '트레이너'였다. 어린 시절부터 가라테와 럭비 같은 스포츠 운동을 해왔던 경험을 살려 제2의 삶을 사는 최효종 에이전트.

"내가 관리하고 있는 소속 파이터가 링에 올라가면 나도 모르게 질투를 해요. 10년이 지나도 내 몸속에는 파이터의 꿈이 살아 있나 봅니다." (웃음) 

내 나라 '한국'

"나는 한국사람이자, 재일교포 3세입니다. 초밥보다 뜨거운 흰 밥에 청국장을 쓱쓱 비벼 먹는 걸 좋아한다고요. (웃음)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나에게 한 말이 기억납니다. "우리말과 글을 똑바로 배워야 한다. 일본에서 살아도 너는 한국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우리를 위해 돌아가신 조국 선배님께 감사해라. 너는 한국사람이다. 긍지를 가져라."라고 언제나 말씀 하셨어요."

최효종은 재일교포는 유달리 애국심과 민족애, 그리고 단결심이 강하다고 밝혔다. 애국심과 민족애, 단결심이 있어 현재까지 재일교포들이 일본 땅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 선조님의 고향이 경상북도 예천입니다. 당시 너무 살기 어려운 시절이었습니다. 어느 날 집 앞에서 농사하고 계셨는데, 갑자기 일본 경찰이 다가와 우리 가족을 폭행하고 무작정 차에 태웠습니다. 이유도 없이 배를 타고 부산을 통해 일본의 시모노세키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가족사를 말한 뒤, 잠시 눈을 감고 한숨을 쉬며 화를 삭이고 있었다. 최효종은 2007년 비즈니스 관련 통역을 담당하러 한국 부산에 처음 찾아왔다. 

"비행기 창문으로 보이는 부산바다를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아마도 이 부산바다로 시작해 일본 시모노세키로 끌려갔겠죠. 선조님의 발자취, 나의 후손에게 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선조님." 

조국의 분단, 남한과 북한이 갈리다

'내 몸속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내 사랑하는 아내와 두 자녀 모두 재일교포이며, 한국 국적입니다.'

"언젠가 남과 북은 하나가 될 수 있겠죠? 할아버님 유골이 북한에 있습니다. 일본의 짓이죠. 언젠가 반드시 수습해 할아버님 고향인 '경상북도 예천'에 모실 겁니다. 그날이 다가오겠죠?"

최효종은 부모님의 조언으로 한국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해왔다. 웬만한 한국인보다 한-일 역사 관련되어 다양한 지식을 알고 있었다. 일반 한국인이 초-중-고에서 배운 역사실력보다 한 단계 위였다. 그는 특히 요즘 한류 드라마와 영화에 보여지는 한국과 북한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남과 북의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 그는 "예전 기회가 있어 판문점에 가봤는데, 남과 북이 철창 하나로 갈려 있는 그 모습이 충격이었어요. 하루빨리 통일이 되어 할아버님을 만나고 싶어요"라고 밝힌 최효종.   

CAVE 종합 격투기 짐 소속 파이터와 함께 SRC 웰터급 토너먼트 유력 우승자 오쿠노 다이스케와 SRC 라이트급 챔피언 히로타 미즈토와 함께

▲ CAVE 종합 격투기 짐 소속 파이터와 함께 SRC 웰터급 토너먼트 유력 우승자 오쿠노 다이스케와 SRC 라이트급 챔피언 히로타 미즈토와 함께 ⓒ 변광재


'SRC 챔프' 히로타 미즈토를 만나다

최효종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트레이너의 길로 들어섰다. 'SRC 챔프' 히로타 미즈토를 만나게 해준 장본인은 일본의 격투 단체 'SRC'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명 톱 파이터 오쿠노 '코텐' 다이스케로부터 시작된다.

오쿠노와 최효종은 10년 전부터 격투 운동해 오며 활동한 동갑내기 친구이다. 오쿠노가 한창 주가를 올리며 일본 격투 무대에서 활약할 시점. 갑작스레 자신이 소속한 어느 모 체육관을 탈단하게 된다. 당시 오쿠노는 프리로 활약하며 담당 에이전트 없이 힘든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국내에도 익히 알려진 '세계 격투계의 최악의 사건'이 펼쳐지게 된다. 바로 2009년 12월 31일 일본의 메이저 입식 격투단체인 'K-1'의 축제 '다이너마이트'에 '하체관절기 귀신' 아오키 신야와 히로타 미즈토의 대결이었다.

메이저 단체였던 드림과 SRC의 두 개 단체의 신경전은 대단했다. '드림'의 챔피언 아오키 신야와 'SRC'의 챔피언 히로타 미즈토라는 최고의 매치 메이킹을 통해 일본 현지 공중파 방송까지 될 정도였다. 경기 결과는 정말 다시는 있어서야 안 될 결과였다. 아오키 신야가 히로타 미즈토의 팔을 일부러 부러뜨리며 욕설까지 퍼붓는 장면이 전 세계 방송에 전파를 탔다.

당시 히로타와 아오키 대결에 세컨드로 오쿠노가 자리를 함께했다. 히로타와 오쿠노는 체육관 동문이자 라이벌 관계였다. 아오키와의 대결에 팔이 부러지는 심각한 부상을 입은 히로타가 오쿠노에게 재활과 훈련을 의뢰. 오쿠노는 최 에이전트를 소개하게 되었고 그들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마침내 히로타는 재활과 좀 더 낳은 훈련을 위해 과거 오쿠노와 함께한 모 체육관을 탈단하게 되며, 2010년 3월 CAVE 종합격투기 짐에 소속이 된다.

"히로타의 몸 상태는 현재 70퍼센트이며, 회복하고 있습니다. 내년 중순부터 SRC 무대에서 활약하게 될 것입니다. 먼저 부상으로 반환한 SRC 라이트급 챔피언 벨트를 획득 후, 아오키 신야를 잡으러 갈 것입니다. 기대해주세요." 

목표는 히로타와 오쿠노, 한국인 파이터가 챔피언 등극! 

"히로타가 아오키에게 이를 갈고 있습니다. 반드시 승리합니다. 응원해주세요."

원래 오쿠노는 이미 챔피언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과거 오쿠노가 소속된 모 체육관의 매치 메이킹과 훈련 과정, 그리고 에이전트의 부재가 가장 컸다고 힘주어 말한 그는 히로타 역시 견디지 못해 체육관을 탈단하게 되었고, 그들이 'CAVE'라는 새로운 둥지를 트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힌 최 에이전트.

"오쿠노와 히로타 두 명의 파이터 주목해 주세요. 앞으로 그들이 챔피언이 되기까지 어려운 일이 펼쳐질 것입니다. 그들을 이끌어 줄 의무는 나에게 달렸습니다. 일본 내 많은 훌륭한 일본인 격투 트레이너도 있지만, 그들보다 한국인 격투 트레이너가 더 잘 가르친다는 것을 세계에 증명하겠습니다."

그는 현재 히로타 미즈토와 오쿠노 다이스케, 그리고 일본 격투 단체 '케이지 포스'의 챔피언 호시노 유지와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최 에이전트는 나에게 찾아온 그들을 좋은 조건에 훈련해 승리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 에이전트는 그들에게 최대한 노력해 좋은 매치를 성사시키는 것과 은퇴를 해서 역시 그들을 이끌어줘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한 최 에이전시. 이어 그는 한국인 파이터가 국외 격투 무대 나아가 세계 격투 무대에서 챔피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 에이전시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말을 전했다.

"한국인은 강합니다. 나 역시 강한 한국인입니다. 일본에서 사는 재일교포 출신에게 여러분의 성원이 필요합니다. 그들은 저 멀리 일본 땅에서 한국을 그리워하며 살아가고 있는 교포이자, 한 핏줄 가족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newscani에도 게재됐습니다.
ROAD FC 최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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