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위원회 홈페이지에 유명우 전 총장 사임과 관련해서 올라온 글들.

권투위원회 홈페이지에 유명우 전 총장 사임과 관련해서 올라온 글들. ⓒ 홈페이지 캡처


유명우 사무총장이 12월 초 한국권투위원회 사무총장직을 떠났다. 표면적으로는 사표가 제출되는 형식이었으나 사실상 유 전 총장이 떠밀려 나갔다는 설과 함께 '팽' 당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유 전 총장은 지난 7월, 세계챔피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세계타이틀 최다 방어기록을 세울 정도로 철저한 자기 관리와 은퇴 후 사업에도 성공하며 롤 모델로 평가받았기에 권투계 안팎에서 거는 기대가 컸다. 유명우 사무총장 만장일치 선출은 이런 기대를 반영한 결과였다.

당시 한국권투위원회는 WBC 회장을 초청한 동양타이틀전 가짜 선수 사건, 코리아콘텐더 제주도대회 선수 대전료 횡령 등 추문이 끊이지 않던 상황이었다.

유 전 총장 취임 후 권투인들은 한국권투위원회 불투명 회계, 무자격 프로모터에 의한 시합, 선수 대전료 횡령, 2008년 회계장부 부정 등 각종 사건에 대해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

이런 와중에 모든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친박연대 사무총장 출신 김철기 회장이 지난 10월 돌연 사퇴했고, 후임으로 전임 회장 집행부 부회장이었던 김주환씨가 추대됐다.

추대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당시 참가한 관장 일부는 "정식 등록 후 선거를 하자고 했음에도 박수 추대로 끝냈다"면서 "만장일치가 아니다"라고 문제 제기를 했다.

이후 신임회장과 유 전 총장 사이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논란이 된 것은 지난 11월 23일(월) 낮 12시에 열린 현역 선수들과 만남의 자리. 참석 대상자는 40명이었지만 제주도에서 와야 하는 선수도 있는데다 주유소, 가스배달, 주차장 등 생계를 위해 일하는 선수들이 많아 참가자는 10명 남짓이었다. 게다가 대부분 제 시각에 오질 못했다.

당시 자리에 참가했던 선수 두 명에 따르면, 신임회장은 참석이 저조하고 대부분 지각하자 사무처 직원과 선수들을 야단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유명우 사무총장은 선수들은 협회 직원이 아니고 오라 가라 윽박지를 대상이 아니라면서 참가한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일이라며 선수들을 두둔했다.

만장일치 추대된 유명우 전 사무총장, 왜 떠났나

유 전 총장은 이날 이후 신임회장이 전 직원들에게 일괄사표를 요구했다고 말한다. 그에 따라 유 전 통장 등이 일괄 사표를 냈는데 수리가 된 것은 자신과 자신이 데려온 직원 두 명뿐이었다고. 겉으로 보기엔 '사직'이지만 실상은 '해고'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 이때문이다. 

 유명우 전 사무총장이 사실상 사퇴를 종용받았다면서 보여준 문자메시지.

유명우 전 사무총장이 사실상 사퇴를 종용받았다면서 보여준 문자메시지. ⓒ 이충섭


일부에선 유 전 총장이 각종 비리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전임 집행부 부회장이었던 현 신임회장이 부담을 느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유 전 총장은 '조사 금지' 등 직접 압력을 받은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권투위원회 홈페이지는 유명우 총장 사임 건으로 아주 뜨겁다. 신임 집행부에게 유 전 총장 사임 이유를 밝혀달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현 집행부 사퇴와 유명우 전 총장 재추대를 말하는 이들도 있다.

유명우 전 총장은 지난 14일 한국권투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신임 김주환 회장님께서 구상하시는 방향과 저의 이상이 서로 맞지 않았나 봅니다"라며 갈등설을 일부 시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의혹에 대해 한국권투위원회는 철저히 침묵만 지키고 있다. 지난 12월 2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전부다.

"관장님들 안녕하십니까. 현재까지 내려진 모든 결정 사항은 본회의 규정과 회장의 권한 범위 내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것입니다. 관장님들이 궁금해 하시는 정황에 대해서는 조만간 간담회나 공청회 등 공개적인 자리를 마련해 충분히 설명하겠습니다. 그 전까지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 허위사실의 유포 및 게시물 작성은 삼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국권투위원회 김주환 회장 측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위원회 측에선 통화를 거절했다. 11월 23일, 겨우 연락이 닿은 한국권투위원회 강관모 차장에게 현역 선수 모임, 유 전 총장 사임 이유 등에 대해 질문했으나 "모른다"는 답변만 들었다. 

유 전 총장이 사임한 지 보름여가 지나고 있고, 한국권투위원회가 사임 이유를 밝히겠다고 밝힌 지도 14일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이에 대한 해명은 이뤄지지 않았고, 권투계 사람들은 온갖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유명우 선수는 14일 올린 글에서 "모든 게 내 책임"이라며 "분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불만은 잦아들 줄 모른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책임하게 떠난 것에 대한 모든 책임과 비난은 제가 받아야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저로 인하여 누구를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로 인하여 권투계가 분열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인터뷰] "매스컴이 나를 주목하는 것을 회장이 못마땅해 했다"

"복싱팬 여러분 죄송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 이충섭


- 사표를 낸 이유가 무엇인가.
"회장이 내게 직원들에게 일괄사표를 받아낼 것을 요청했다. 나도 포함되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사무총장 선임, 해임은 대의원 총회를 통해 정해지는 것인데도 회장은 나에게도 사직원을 같이 내라고 했다. 휴대전화 메시지로도 재촉하기에 나를 포함한 5명이 사직원을 냈는데, 나랑 내가 데려온 직원 2명 사직원 사표만 수리했다."

- 신임회장과 불화설은 사실인가.
"처음부터 (나를) 못 마땅해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유명우하고 잘 안 맞는다'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 내게 계속 들려왔다. 그동안 사무총장은 사실상 회장을 시중드는 비서 역할이었는데, 세계복싱기구(WBC) 총회 등에서 매스컴이 나한테 더 쏠리는 것을 영 못마땅해했다. 선수간담회에서도 어린 선수들 앞에서 그렇게까지 소리지르고 '문 잠가라'라며 오버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본다."

- 과거 비리 문제를 조사하는 것을 신임회장이 부담스러워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전임회장 비리 조사는 현역 관장, 프로모터들이 강력히 요청한 사항이었다. 전임회장 김철기씨와 부회장이었던 김주환씨가 각별한 사이지만 조사하지 말라고 나한테 공식적으로 얘기한 적은 없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랬다."

- 권투인들 사이에선 유 전 총장이 다시 복귀할 것을 요구하는 여론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복귀할 뜻이 있는가.
"권투인들이 원한다면 복귀할 의사가 있다. 대의원 총회를 통해 선배들이 만장일치로 추대해주셔서 봉사하는 맘으로 수락했었다. 날 키워준 권투 부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맘이었다. 살림이 어려운 걸 모르는 바 아니어서 무보수로 일했다. 그런데, 권한도 없는 회장이 사표를 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만들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선수 출신이 하도록 되어있는 사무총장 위치가 바로 세워진다면 그것도 후임자를 위한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유명우 한국권투위원회 김주환회장 김철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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