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웨스트엔드 무대에서 본 <맘마미아>를 다시 본 것은 배경으로 나오는 에게해의 풍경을 회상하기 위함이었고, 또 다시 본 것은 이 영화를 보면서 몇 번이나 울었다는 어느 여성의 이야기 때문이었습니다. 헛? 이렇게 신나고 즐거운 영화를 울면서 봐?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 어머니와 딸의 관계에 대해 특별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더군요. 그래서 또 보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가급적 여성적 시각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면서…. - 기자 주

이 영화는 두 여성의 본원적 결핍에서부터 시작한다. 한 여성은 남편이 없고 다른 여성에게는 아버지가 없다. 영화의 스토리는 이 간절한 결핍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딸이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성대한 결혼식을 고집하면서 시작된다. 누구인지 모르는 아버지를 찾고, 가정을 가짐으로써 어머니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딸은 결혼식을 해결책으로 내놓고, 이 전통적인 결혼식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갈등이 고조되어 간다.

극의 중심이 되는 이 두 여성은 어머니와 딸로 연결되어 있다. 어머니의 두 친구와 딸의 두 친구가 등장하고 어머니 과거의 남자친구 세 사람, 그리고 딸의 약혼자가 있다. 본질적으로 모든 인간관계는 여성을 축으로 하여 형성된다. 남성들은 상호 간에 아무런 관계도 갖지 않는다.

이렇게 여성 중심으로 출발한 이야기는 계속해서 여성의 영화로 발전해 간다. 잘나가던 과거의 친구들을 맞은 어머니, 그러나 현실은 남루하다. 여기에 딸의 결혼까지 겹쳐 더욱 우울한 어머니는 여성친구들의 도움으로 원기를 회복하고, 이들의 결합은 신나는 '댄싱퀸(Dancing Queen)'의 열기와 함께 곧 온 마을의 여성에게 열정이 되어 뻗어나간다. 결국 버려진 남성들을 뒤로 한 채, 마을 여성 전체가 참여하는 축제로 발전하고 이를 이끄는 어머니.

한편 남성의 결핍에서 출발한 영화는 곧 결핍의 본질이 어머니와 딸 사이의 보이지 않는 긴장관계라는 것을 조금씩 보여준다. 그리고 이 긴장은 어머니의 과거와 딸 사이의 문제이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을 중심으로 어머니가 살았던 과거의 배경과 가치관의 차이 등은 드러나는 어머니의 과거를 통해 서서히 해소되어 간다.

결정적으로 결혼식 전날 밤의 파티에서 어머니와 친구들은 과거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멋진 콘서트를 통해 어머니의 과거는 현재의 젊은이들의 열광 속에 승인되고 세대와 세대는, 그리고 과거와 현재는 화해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결핍, 남편의 결핍이라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고 즐거워야 할 결혼 전날 파티에서 딸은 고민 끝에 기절한다.

모든 문제가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동시에 해결책을 찾는 것은 그 다음 날, 결혼식을 앞두고서이다. 신경이 날카로워진 엄마와 딸은 드디어 그 동안의 행복한 모녀의 모습을 벗어나 본심을 보이며 충돌한다. 그러나 잠시 후, 딸이 엄마에게 자신의 결혼식 단장을 도와달라고 하면서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화해국면에 돌입한다.

이 장면, 특히 어머니가 딸을 무릎 위에 앉히고 발톱손질을 해주는 장면은 아마 이 영화 전체를 통해 가장 아름다운 장면일 것이고, 이때 흐르는 '슬리핑 스루 마이 핑걸스(Slipping Through My Fingers)' 역시 가장 아름다운 노래라고 나는 단언한다. 어머니가 일회용 반창고를 딸에게 붙여주면서 시작하는 이 장면을 영화 전체의 클라이맥스라고 보신 분이라면 나와 비슷한 관점을 공유하신 것이 아닌지.

그리고 이 모든 화해는 딸이 어머니에게 자신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입장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대단원을 맺는다. 결국 아버지와 남편, 즉 남성의 부재가 결핍의 핵심이 아니라, 어머니와 딸, 여성들 사이의 진정한 이해와 화해의 필요가 영화 내내 지속된 긴장의 근원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후의 어머니의 결혼식과 딸의 결혼식 포기 및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결말은 두 사람의 화해에 따라온 자연스러운 곁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딸은 생물학적인 아버지를 더 이상 찾지 않으며, 결혼으로 자신의 결핍을 보충하려 하지 않는다. 어머니와의 화해 만으로도 충분히 충만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에….

최종적으로 결혼식 후의 파티에서 열광적으로 사람들이 춤추는 가운데, 아프로디테의 샘이 터져 나오고 모든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 그리고 아프로디테의 샘이 분출하는 가운데서 이루어진 원초적인 축제는 관객으로 하여금 궁극적으로 여성의 힘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메시지까지 상상하게 만든다.

부록: 그 외의 자잘한 장면들

결혼식 날 아침, 여전히 잘 나가는 그녀 타냐는 모든 젊은 남성들을 그녀의 매력만으로 '무찌르고' 딸 뻘의 여성들을 이끌고 떠나간다. 씩씩한 결혼 혐오주의자 로지는 매력을 느낀 남성을 '체포'해 버린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웃음을 잃지 않던 모험가는 이 장면에서만은 얼굴이 경직된다.

여성주의 시각으로 보자니 여성주의를 잘 모르고, 여성의 시각으로 보고 싶지만 여성이 아닌지라 그저 궁색하게 여성적 시각으로 보기로 제목을 달았습니다. 당연히 본격적으로 여성적 시각에서 영화보기를 시도한 것은 아니고, 그럴 능력도 없고, 다만 영화를 보면서 건져 올린 것들을 공감하고 싶어 긁어 모은 것 뿐입니다. 허물을 부디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길...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개인 블로그인 nettie.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MAMMA MIA! 맘마미아 여성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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