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미 프로농구(NBA)의 전설적인 슈퍼스타 (현 샬럿 밥캐츠 구단주) 마이클 조던은 일찍이 이런 말을 남겼다.

"공격은 관중을 얻지만, 수비는 승리를 얻는다." (Offensive wins the crowd, but defense wins the game.)

줄리어스 어빙, 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 코비 브라이언트, 허재, 이충희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시대를 풍미한 농구계의 슈퍼스타들은 대부분 공격을 전문으로 하는 선수였다. 더블 클러치, 3점 슛, 덩크슛 등 볼거리를 제공하고, 중요한 순간에 결정적인 슛을 성공시키면서 관중들을 흥분시키기 때문이다.

반면, 수비를 주로 하는 선수들 중에는 내로라할 만한 슈퍼스타가 없다. 한국 농구를 뒤돌아보면, 이충희의 전담 마크맨으로 유명했던 신동찬이나 허재를 마크했던 박규현, 그 외 추승균, 황진원, 이지승, 박재일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들 중 수많은 팬들을 몰고 다니는 파괴력을 가진 슈퍼스타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중요하지 않은 선수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수비수들은 슈퍼스타가 되기 힘들지만, 승리를 갈망하는 감독들에게는 두말할 나위 없이 없어서는 안될 존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실은 농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좋은 수비 없이 좋은 공격이 나올 수 있겠는가.

이쯤에서 한국 농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수비수 한 명을 소개할까 한다. 그를 '수비수'라 단정 짓는다면 아마 이의를 제기할 팬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의 공격능력도 출중했다. 그의 별명 역시 그의 공격능력을 지칭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별명 뒤에 가린 그의 주무기는 바로 철벽수비다. 그와 맞붙었던 선수들은 그의 찰거머리 수비에 혀를 내둘렀다. 이는 대부분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바이기도 하다.

한국 농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수비수

▲ LG시절의 김영만
ⓒ 임채우
아마 농구팬이라면 '허동만 트리오'라는 표현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는 농구대잔치 시절 기아자동차 팀의 세 선수를 지칭하는 단어였다. 농구 대통령 허재(허)의 화려한 공격 능력에, 강동희(동)의 예측 불가능한 패스 덕분에 당시 기아자동차는 전성기를 구가했다. 여기에 악착같은 수비능력과 안정적인 야투로 화룡점정을 찍은 선수가 바로 이 선수다.

사마귀 슈터 김영만(35).

그의 존재로 허동만 트리오가 완성됐다.

당시 그의 활약은 대단했다. 허재 등 팀 내의 걸출한 스타들 때문에 가린 면이 있기는 하지만(당시 기아자동차는 김유택, 강동희, 한기범 등 걸출한 선수들이 많았다) 김영만의 플레이는 굉장했다. 전성기 시절 그는 베스트 파이브에 두 시즌 연속 선발되었고(97-98, 98-99시즌) 두 차례나 월간 MVP에 뽑혔다. 98년 올스타전에서는 국내선수 사상 최다 득점을 (44점) 기록하기도 했다.

필자가 사마귀 슈터 김영만(35) 선수의 기사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쓰는 것은(이제 기사가 나와도 그는 더 이상 '선수'는 아니다) 전성기 시절 그렇게 화려했던 그가 이제 11년의 코트 생활을 접고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기 때문이다(현재 KCC 소속인 김영만은 13일 원주 동부와 치르는 홈경기를 끝으로 은퇴하기로 했다).

오랜 부상과 그로 인한 슬럼프를 겪으며, 그는 2002년 SK로 팀을 옮긴 이래, LG와 동부를 거치면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워낙 팬들과 감독의 기대치가 있었기에 본인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러고는 서서히 잊히는 선수가 됐다.

큰 박수로 그를 보낸다

얼마 전 기아자동차 시절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같이 했던 허재 감독(KCC)이 그를 KCC로 불렀다. 그리고 김영만에게 되도록 많은 출장 기회를 줄 것이라고 언론에 말했다. 본인도 위기에 몰린 KCC에 실력파 노익장이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했었던 게 사실이다.

은퇴는 정상에서 하는 것이 팬들에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한다. 그만큼 언론이나 팬들의 주목을 많이 받을 때 떠나면 은퇴식도 성대하고, 여기저기서 그동안의 노력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김영만의 은퇴는 사실 조금 늦은 감이 있다.

단지, 그의 실력이 노쇠했기 때문에 필자가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그것보다 한국 농구의 넘버원 수비수, 정확한 슈팅능력을 자랑하는 사마귀 슈터가 가는 길이 너무 쓸쓸할까봐 걱정이 되서 그렇다.

그가 떠나도 경기장에는 "디펜스, 디펜스(defense defense)"라고 외치는 팬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질 것이다. 이 구호만 들어도 농구에서 수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그렇게 중요한 수비의 스페셜리스트로 한국 농구의 하나의 이정표가 되고 떠나는 사마귀 슈터 김영만. 스포츠를, 농구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큰 박수로 보내주자. 그리고 경기를 관전하며 수없이 "디펜스"를 외칠 때 한 번쯤은 그를 추억하자.

덧붙이는 글 | 김영만 경력 - 마산고등학교, 중앙대학교, 기아자동차(97~), 서울 SK 나이츠 (01~), 창원 KG 세이커스 (02~06), 원주 동부 프로미 (06.5 ~ 07.1), 전주 KCC 이지스 (07. 1 ~ 3.9)

2007-03-09 19:13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김영만 경력 - 마산고등학교, 중앙대학교, 기아자동차(97~), 서울 SK 나이츠 (01~), 창원 KG 세이커스 (02~06), 원주 동부 프로미 (06.5 ~ 07.1), 전주 KCC 이지스 (07. 1 ~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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