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시청률 살인> 포스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시청률 살인> 포스터. ⓒ ?넷플릭스

 
브라질 북부 아마조나 주의 주도 마나우스 시, 아마존 강 열대우림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아마존 지역에서 가장 큰 대도시이자, 누구나 다 아는 마약 밀매 루트이기도 하다. 마나우스에는 뉴스 고발 프로그램 '카날 리브르'가 있었는데, 1996년부터 전직 경찰 왈라시 소자가 사회를 맡으면서 일약 브라질 전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되었다. 

몇 년 전 마약으로 가족을 잃어본 경험이 있는 소자의 진두지휘로, 누구보다 빨리 범죄현장으로 출동해 경찰조차도 입수하기 힘든 정보를 얻어냈고 어떤 프로그램보다 날 것의 잔인한 장면을 여과없이 보여주었다. 소자의 카리스마와 입담은 오직 마약 범죄 소탕을 향했고, 한편 피해자들에게는 한없는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그의 인기가 하늘 높이 치솟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소자는 1998년 정치권에 입문한다. 

그는 시의회에서 시작해 주의회에서도 활동하며 3선 의원이 되었다. 보안부 장관이 되어 합법적 권력까지 취득해 완전한 마약 범죄 소탕을 꿈꾼 왈라시 소자, 하지만 2008년 전직 경찰 마약상 모아시르 조르지(일명, '모아')의 폭로로 송두리째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 그동안 마약 범죄 소탕에 앞장섰던 왈라시 소자가 다름 아닌 마약 조직 보스라는 것. 마나우스는 발칵 뒤집힌다. 

특이하고도 특별한 다큐멘터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시청률 살인>은 10년이 지나 왈라시 소자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자 한다. 이미 죽고 없는 왈라시 소자의 살아생전 인터뷰와 연설을 비롯해, 그를 지지한 이들과 그를 적대시한 이들 모두를 소환했다. 영웅이자 악마, 악마이자 영웅으로 불리게 된 왈라시 소자의 진짜 모습이 영원히 완벽하게 가려지지 않을 거라는 점을 다큐멘터리 자체에 접목시킨 특이하고도 특별한 시도이다. 

일반적인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어느 정도 진상이 규명되어 한쪽으로 조금이라도 쏠린 시선으로 지나간 사건을 다시 바라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완벽하게 지지와 적대로 갈라진 당사자들 모두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강수를 두며 깊이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지지자들은 여전히 지지하고 적대자들은 여전히 적대한다.  

하여, 이 작품에 결론이란 없다. 굳이 결론 아닌 결론을 말하자면, 왈라시 소자는 명명백백한 정치적 박해라는 강력하고도 나름의 신빙성 있는 주장을 펴지만 법에 의해 유죄판결을 받았고 얼마 안 가 지병으로 사망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고, 소자 못지않게 주목받았던 모아는 몇 번의 위증을 반복하던 와중에 소자가 마약조직 보스가 아니라는 말을 남기고 감옥에서 암살당하고 말았다.  

'극도의 긴장감' 유발하는 다큐멘터리

왈라시 소자가 유죄 판결을 받았으면 깔끔하게 끝난 게 아닌가 생각하기 쉽지만,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시시각각 변하는 나를 느끼게 된다. 부인하기 힘든 새로운 증거와 증인이 계속 나오고, 역시 충분히 납득이 가는 반박 증거와 증인이 계속 나오니,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게 된다. 흥미 요소라고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왈라시 소자 측이든, 경찰과 검찰 측이든 누군가는 말도 안 되게 치밀하고 거대하고 오래가는 계획을 세워서 실행한 게 분명하다. 물론, 반대편에서도 그에 못지 않은 계획을 세우고 실행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진실을, 누군가는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게 문제이고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팽팽하게 평행선을 유지할 수 없다. 그 모습을 제3자 입장에서 다큐멘터리로 보고 있자니, 왠만한 영화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다. 역대 모든 영상물 중에서도 손꼽힌다고 감히 말한다. 

제목을 들여다보자. <시청률 살인>, 무슨 말인고 하니 왈라시 소자가 마약 조직 보스로 있으면서 자신의 세력과 정보를 충분히 이용해 마약 범죄 고발 프로그램 '카날 리브르'의 시청률을 높이려 했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본인을 향한 인기와 얻고자 하는 권력을 최상위로 끌고 가기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왈라시 소자 측에서는,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정치적 박해라고 주장한다. 소자는 마약으로 가족을 잃었거니와, 만약 마약 조직 보스라면 왜 그렇게 풍족하지 못한 생활을 영위하며, 궁극적으로 왜 마약 조직을 소탕하는 데 크게 일조하는 마약 고발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진행해 왔겠는가. 무엇보다, 경찰과 검찰 측에서 내세운 증거와 증인이 왈라시 소자를 가리키지만 정작 왈라시 소자 본인과 맞닿아 있는 결정적 증거는 없다.  

그를 둘러싼 '기기묘묘한' 사건의 진상

합리적으로 유추해 볼 수 있는 건, '진짜' 마약 조직 보스와 유착되어 있는 브라질 핵심 기득 권력층의 정치적 박해이겠다. 그들이 권력을 유지하는 데 왈라시 소자는 방해만 될 뿐이다. 모든 시선이 마약 범죄에 쏠려 있을 때 기득권층은 권력을 유지하기 용이하다. 

여기서 절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범죄나 정치 면에서 브라질은 취약하다. 이런 큰 사건의 옹호와 적대가 50 대 50으로 팽팽히 맞설 수 있다니 말이다. 우리나라라고 다를까 생각할 수 있지만, 어떤 사건의 진상도 결국엔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던가.  

가장 큰 문제는, 범죄의 창궐이다. 정치, 치안, 언론, 대중의 시선이 모조리 소자를 둘러싼 사건에 계속 치우쳐 있기 때문에 범죄가 다시금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브라질에 이 사건만 있던 건 물론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브라질 전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현역 3선 국회의원이 핵심인물로 연류된 이 사건의 파장은 상상 이상이었다. 

하여, 왈라시 소자를 둘러싼 기기묘묘한 사건의 시시비비는 모든 이가 생각했던 것만큼 중요한 게 아닐지 모른다. 아니, 중요해서는 안 되었다. 과정은 물론 결과에서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너무 많고 또 크기에, 사건 당사자들의 옳고 그름보다 사건 자체에 의구심이 가기 때문이다.

피의자 쪽의 주요 인물이 더 이상 세상에 없기에 진상을 알 도리가 없다는 게 아쉬운 한편, 어떤 식으로든 보다 빨리 결론이 나서, 다시금 일상을 영위하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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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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