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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성, '선거법 무죄'라면서 왜 '징역 1년 실형' 받았나

[해설] 형식적으로는 무죄가 나왔지만 내용적으로는 '유죄'... 양형에 반영

등록 2024.01.31 20:27수정 2024.01.31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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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년 선고받고 나오는 손준성 검사 ‘고발사주'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손준성 대구고등검찰청 차장검사(전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가 3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후 법정을 나오고 있다. 법정구속 되지는 않았다. ⓒ 공동취재사진

 
"고발사주 사건은 검찰권을 남용한 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 하는 사건이다."

이 사건 공판에 지난해 10월 두 차례 증인으로 출석했던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이 최근 출간한 책 <검찰의 심장부에서> 179쪽에 적은 내용이다. 사건이 떠오른 초기 조성은씨를 공익신고자로 첫 조사했던 한 전 부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선거의 공정성 등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해쳤다"면서 손준성 검사장(대구고등검찰청 차장검사,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등 관련자들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31일 손 검사장에게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옥곤) 역시 재판정에서 한 전 부장이 강조한 말과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범행들은 검사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하여 '검찰권을 남용'하는 과정에 수반된 것"이라며 "사안이 엄중하고 그 죄책 또한 무겁다"고 질책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 세가지

이번 판결에는 세가지 핵심 사항이 있다.

첫째, 핵심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모두 확정하고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손 검사장 측이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제3자 전달 가능성'이나 '해킹 가능성' 등을 모두 배척하고 '손준성 보냄' 꼬리표가 붙은 텔레그램 메시지에 대해 손 검사장이 보낸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김웅 의원에게 전달한 사람도 손 검사장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약 한시간 가량 진행된 선고 초반부터 "피고인이 이 메시지들을 최초 생성한 후 다른 사람에게 직접 전송했다고 봐야 한다"라고 단정했다. 또한 "(피고인과 김웅 사이에) 제3자가 존재했다면 두 사람 모두 그 정체를 기억하고 밝혀야 함에도 현재까지 존재에 대한 가능성만 언급할 뿐 구체적인 것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면서 "제3자가 있다 해도 김웅이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18개는 모두 '손준성 보냄'이 표기돼 있다. 텔레그램 메시지 출처가 모두 피고인임을 알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판단했다.

더 나아가 재판부는 "(손 검사장이) 당시 여권 정치인들, 언론인들을 고발하는 데에 활용하고 정치인들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거나 그 시도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질렀다"라고 말했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공무원의 선거관여)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유는 '고발장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치인에 대한 고발장 초안의 작성 및 전달 자체만으로는 선거과정 또는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유형적이고 객관적인 상황 또는 표지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각 고발장은 선거일 전까지 수사기관에 접수되지 않았고, 고발장과 관련하여 언론 보도가 되었다는 등 선거에 직접 영향을 미칠만한 상황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재판부는 "조성은에게 고발장이 전달된 사실만으로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의 선거과정 또는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우려 또는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선거법 위반 혐의, 무죄 나왔지만 양형에 영향... "일반적인 상황보다 사안 엄중"

셋째, 가장 핵심 혐의인 선거법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징역 1년을 선고한 것이다. 선거법 위반을 제외한 나머지, 즉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위반 혐의를 가지고 집행유예 없는 실형을 선고한 것은 꽤 중한 처분이다. 게다가 손 검사장은 전과도 없고 현직 검사장 신분이다. 공수처는 당초 이 혐의점들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런 형량이 나온 까닭은,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이 형식적으로는 무죄였지만 내용적으로는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재판부는 이렇게 밝혔다.

"피고인(손준성)은 위 제보자 및 그 당시 여권 정치인들, 언론인들을 고발하는 데에 활용하고 위 정치인들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거나 그 시도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질렀는바, 비록 결과적으로 피고인에 대해 공직선거법위반의 죄책을 물을 수는 없지만, 이 사건 각 범행들은 검사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하여 '검찰권을 남용'하는 과정에서 수반된 것이라는 측면에서 일반적인 공무상비밀누설죄, 개인정보보호법위반죄,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위반죄에 비해 사안이 엄중하고 그 죄책 또한 무겁다."

이번 판결에 대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것에 대해 검찰권 남용을 본질로 봤다면 공직선거법까지도 유죄로 보고 추상과 같은 선고를 내렸을 텐데 그러지 않은 부분이 아쉽다"며 "마지막 양형 단계에서 (재판부가) 약간의 타협을 본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이 사건의 불씨를 댕긴 조성은씨는 "사실관계가 인정된 만큼 그것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할 것인가 아닌가는 법리적 문제"라며 "항소심에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사유를 추가로 분석한 뒤 항소를 검토할 방침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판결문을 받는 대로 내용을 검토하겠다"라고 했다.

선고 후 굳은 표정으로 법정을 빠져나간 손 검사장도 기자들에게 "사실관계, 법률관계 모두 수긍할 수 없다"며 "항소해서 다투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의혹으로 기소된 상황에서도 지난해 9월 검사장으로 승진했으나, 지난달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돼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손준성 #무죄 #1년 #한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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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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