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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에 도움 안 돼도 이 동아리 포기 못합니다

밴드부 활동을 통해 평범함 속에 숨은 나의 가치를 찾다

등록 2023.11.25 10:42수정 2023.11.2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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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ㅁ는 공부를 잘하고 ㅇㅇ이는 운동을 잘하고, 승우는 뭐... 열심히 하고 있지?"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께 들었던 말이다. 선생님께서 나를 나무라거나 좋지 않은 얘기를 한 것도 아니지만, 나는 그 어떠한 말을 들었을 때보다 큰 상처를 받았다. 담임선생님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겠지만, 담임선생님의 눈에는 내가 딱히 특별한 점 없는 평범한 학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학생으로 비치고 있다는 얘기 같았다.

나는 언제 어디서나 평범한 사람이었다. '무색무취'를 사람으로 표현하면 딱 내가 나올 것 같았다. 외모, 학업성적, 운동, 오락. 모든 부분에서 나는 평범했다. '평범하다'라는 게, 남들보다 떨어지는 부분은 없으니 좋을 수도 있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남들보다 뛰어난 부분도 없었기에, 나는 어디를 가든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이었다. 나에게는 '평범'이라는 단어가 가장 큰 콤플렉스였다.

사소한 부분이라도, 남들보다 특별한 친구들이 부러웠다. 음악을 잘 아는 친구들, 운동을 잘 하는 친구들, 공부를 잘 하는 친구들. 하나라도 남들보다 잘하는 게 있는 친구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나는 평범한 삶이 더 편한 거라며, 자기합리화를 하며 괜찮은 척을 했다. 그런 나는, 속으로는 언제나 결핍을 가지고 있었다. 평범한 게 싫었다. 내가 평범하지 않았다면, 내 삶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나 스스로를 '평범한 사람' 이라는 틀에 가두고 있었다.

운이 좋아 합격한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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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아리 밴드부에 사로잡혔다. 밴드부 활동은 나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 ⓒ 박승우

 
대학에 입학해도 큰 변화가 없을 거라고 예상한 내 생각과는 다르게, 커다란 전환점이 생겼다. 새내기배움터에 간 나는 각종 동아리들의 찬조공연을 보게 되었다. 3개의 밴드부 동아리가 찬조공연을 하러 찾아왔었지만, 나는 한 동아리 밴드부에 사로잡혔다. 그 동아리 사람들이 관객들과 하나 되어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모습과 무대를 진정으로 즐기는 에너지가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길로, 공연이 끝나자마자 그 밴드부에 지원서를 썼다. 하지만, 악기라고는 배워본적도 없고, 그저 듣는 것만 좋아하던 나로서는 어떤 파트로 지원할지부터가 고민이었다. 고민 끝에 베이스로 지원하게 되었다. 

사실, 음원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드럼, 기타 등 다른 악기에 비해 베이스는 잘 들리지 않는 경향이있다. 하지만 베이스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매우 크다. 있을 때는 몰랐지만, 없으면 존재감이 확 드러나는, 그런 베이스의 매력이 좋았다.

동아리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600자 내외의 자소서를 써서 제출 해야했다. 나는 생각했다.

"이 동아리는 진짜 진심인 사람들만 선발하려 하는구나". 

이런 점 또한 마음에 들었다. 나는 너무나 진심이었기에 솔직한 지원동기를 막힘없이 써내려갔다. 나의 진심을 알아본 걸까. 1차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포함되었다. 하지만, 동아리에서 13명 가량의 인원을 뽑는데, 무려 140여 명이 지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저 운이 좋아 1차 합격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그렇지, 내가 특별한 게 아니라 그냥 운이 좋았던 거야."

1차 합격 후 면접을 보러갔다. 나는 이 동아리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다른 동아리는 할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다른 동아리들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경쟁자들이 너무나 쟁쟁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떨어지더라도 충격을 받진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였을까, 마음을 비우고 면접을 보러간 나는 크게 떨리거나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난 특별한 점 없는 평범한 지원자들 중 한 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내가 지원한 동아리의 합격여부가 문자로 발송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뒤늦게 합격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 기뻤다. 예상하지 못한 합격이었다. 합격 문자를 받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합격을 하고도 나는 나에대한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분명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있었을텐데, 어떻게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인지 궁금했다.

합격 후 동아리방에 처음 들어간 나는, 나를 선발해준 선배님들께 나를 뽑은 이유에 대해 여쭈어 보았다. 나는 한 선배님께서 하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선배, 저 왜 뽑혔어요? 저보다 잘 하는 사람들도 많았을텐데..."
"음... 그냥... 너가 제일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어."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 말 이었다.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일지도 모르겠다. 나에게는, 그 어떠한 칭찬보다도 기분이 좋았다. 단순히 기분이 좋은 수준이 아니라, 그 말 하나로 인해 나의 가치관에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 어쩌면 남들이 보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가 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들보다 특별한 점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여겨져도, 내가 모르는 나의 장점을 남들은 알고 있을 수 있겠구나."

진정한 '나'를 찾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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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연습한 무대를 남들에게 보여주며 호응을 얻어내는 것만큼 짜릿한 경험은 없을 것이다. ⓒ 박승우

 
나는 점차 이 동아리에 녹아들어가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학업과 동아리 생활을 병행하는 것이 가끔 힘에 부칠 때도 있다. 밴드부 특성상, 자주 연습을 해야하기 때문에, 방학 때는 왕복 4시간 거리를 통학하여 연습을 하러 나가야 했다.  

하지만 절대 포기하거나 놓아버리고 싶은 생각이 든 적은 없다. 힘들게 연습한 무대를 남들에게 보여주며 호응을 얻어내는 것만큼 짜릿한 경험은 없을 것이다. 밴드부 활동은 나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이 동아리에 쏟고 싶다. 

가끔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

"그게 취업하는데 도움이 돼?"

물론, 프로 세션이나 전문 밴드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 밴드부 활동이 취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밴드부 활동을 통해, 취업보다 중요한 '나' 자신의 가치를 찾을 수 있었다.

취업은 당연히 앞으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문제가 맞다. 하지만, 나는 '나'의 가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한 채 구직 활동을 하고 싶지는 않다. 나 자신을 믿고 본인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취업하는 데에도 더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밴드부 활동은 '나'의 가치를 찾게 도와준 '조력자' 뿐만 아니라, 어떨 때는 가끔 쉬어가는 '쉼터'가 되어주기도 하고, 사회 생활을 가르쳐 주는 '선생님'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이제는 밴드부 활동이 나의 삶에 있어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글이 여러분들에게 밴드부 활동을 장려하려고 쓴 글은 아니다. 만약 '나' 혼자 자신의 가치를 찾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대외활동이 정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 쓴 글이다.

이제 더이상 나는 '남'들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다. 나는 '나'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평범함 = 장점이 없음'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 모두가 나름대로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당장 주변을 둘러보자. 모두가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생각해보면 저마다의 장점이 하나쯤은 보이지 않는가? 다른 사람들 또한 '나'를 보며 똑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세상 모든 '나'들에게 전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믿고 자랑스러워 하자. '남'들과 '나'를 비교하지 말자. 여러분들은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들이다. 모르겠다면 주변에 도움을 구하자.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된다. 여러분들의 가치를 찾아줄 '조력자'가 여러분들 곁에 나타날 것이다. 진정한 '나'를 찾아 갈 여러분들을 응원한다.
#대학생 #평범 #동아리 #밴드부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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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민기자 박승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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