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미국 '노예제' 옹호했던 장군 동상, 마침내 철거되다

미 버지니아주, 백인 우월주의자들 반발 뚫고 철거 강행... 시민들 '환호'

등록 2021.07.11 15:08수정 2021.07.11 15:09
0
원고료로 응원

미국 샬러츠빌에 있는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철거를 중계하는 CNN 갈무리. ⓒ CNN

 
과거 미국의 노예제를 옹호했던 장군의 동상이 우여곡절 끝에 철거됐다.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은 10일(현지시각) 미국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을 이끌던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을 철거했다고 AP, CNN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1920년대에 건립되어 10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켰던 리 장군의 기마상이 철거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시민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전쟁 공적 세웠지만, 노예제 옹호... 리 장군의 두 얼굴 

미국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고 군인이 되어 여러 전쟁에서 공을 세운 리 장군은 남북전쟁이 발발하자 노예제 옹호, 흑인 참정권 반대 등을 인종차별 정책을 주장하던 버지니아주 총사령관을 맡아 전쟁에 참전했다. 

리 장군은 비록 전쟁에서 패했으나 군인으로서의 인품과 용기가 뛰어났다며 미국 전역에서 큰 존경을 받아 동상까지 세워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가 미국의 인종차별을 주장했던 사실이 부각되면서 논란이 됐다.

2016년 한 고교생의 청원을 받아들여 샬러츠빌 시의회가 동상을 철거하기로 의결했으나,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급기야 2017년 8월 미국 전역의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리 장군 동상이 있는 샬러츠빌로 몰려와 '우파 단결'(Unite the Right) 시위를 벌였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맞불 시위를 벌이면서 사상자가 속출하는 유혈 사태로 이어졌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양측 시위대를 모두 비판하는 '양비론'을 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인종차별 '흑역사' 지우기 나선 미국 

리 장군 동상 철거 문제는 수년간 법적 공방에 휘말렸으나, 지난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폭력에 숨진 사건으로 대대적인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번진 것에 탄력을 받은 뒤 샬러츠빌 시의회는 지난 7일 철거를 다시 의결했다.

니쿠야 워커 샬럿츠빌 시장은 이날 연설에서 "리 장군 동상 철거는 샬러츠빌과 미국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흑인들을 파괴하려 한 범죄와 맞서 싸우는 목표를 향해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5년 전 처음으로 리 장군 동상 철거 청원을 냈던 고등학생 쟈나 브라이언트도 "동상 철거가 너무 늦었다"라며 "앞으로도 많은 젊은이가 지역사회를 위해 책임감 있게 행동하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워싱턴D.C.의 연방 국회의사당도 지난해 12월 리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흑백 교육 평등 운동을 펼쳤던 여성 교육자 바바라 존스의 동상을 세운 바 있다.
#로버트 리 #미국 노예제 #백인우월주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타이어 교체하다, 대한민국의 장래가 걱정됐다
  2. 2 "김건희 여사 접견 대기자들, 명품백 들고 서 있었다"
  3. 3 유시춘 탈탈 턴 고양지청의 경악할 특활비 오남용 실체
  4. 4 제대로 수사하면 대통령직 위험... 채 상병 사건 10가지 의문
  5. 5 미국 보고서에 담긴 한국... 이 중요한 내용 왜 외면했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