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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도 이겨낼 '랍스터 랜드'

필립 콜버트 전 '넥스트 아트', 세종문화회관서 5월 2일까지

등록 2021.03.26 16:39수정 2021.03.2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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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을 싫어하지만 랍스터가 된 남자가 있다. 영국의 팝 아트 작가 필립 콜버트(Philip Colbert)다. 필립 콜버트는 기존의 팝 아트에서 더 진화된 '메가 팝 아트'라는 장르를 개척해 차세대 앤디 워홀이라 평가받는 작가다.

작가는 랍스터의 입을 빌려 관객들에게 자신의 예술세계를 들려준다. 5월 2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랍스터 랜드'가 펼쳐진다. 이번 전시에선 최초 공개 작품을 포함해 80여 점의 회화, 조형작품을 선보인다.


거장을 닮고 싶은 랍스터
 

LOBSTER FOUNTAIN 변기를 뒤집어쓴 랍스터 조형물은 뒤샹의 <샘>에서 영감을 받았다. 뒤샹이 기성품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처럼, 필립 콜버트 역시 그의 뒤를 이어 새로운 예술을 선보이겠다는 자신감을 표출한다. ⓒ 김진수

 
왜 하필 랍스터일까? 필립 콜버트는 살바도르 달리의 <바닷가재 전화기>에서 영감을 받아 랍스터를 주인공으로 설정했다. 딱딱한 갑옷을 입고 있지만 속은 여린 랍스터가 귀여운 캐릭터로 형상화됐다. 랍스터는 작가의 예술적 자아로, '랍스터 랜드'라는 작품세계의 주인공이 되어 활약한다.

전시장 초입에는 2020년에 새롭게 제작한 세 가지 조형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상어 옷을 입은 랍스터, 선인장 옷을 입은 랍스터, 해바라기 옷을 입은 랍스터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영국은 락 다운(국가 봉쇄) 기간을 겪었다. 필립 콜버트 역시 예술 작업에 있어 큰 변화를 맞게 됐다. 침체된 시기에 예술가로서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는 예술을 통해 긍정적인 힘을 전하고자 했다.
 

LOBSTER SHARK 상어는 팝아트의 근간으로 대중문화를 상징한다. 영화 <죠스>로 대표되는 상업적인 아이콘이다. ⓒ 김진수

  

LOBSTER CACTUS 선인장은 랍스터 랜드를 상징한다. 작가가 사막을 여행한 뒤 랍스터 랜드의 배경으로 삼게 됐다. 선인장 모양의 집에서 사는 랍스터가 관객을 랍스터 랜드로 초대해 소통하고자 한다. ⓒ 김진수

 
상어는 팝아트의 근간으로 대중문화를 상징한다. 영화 <죠스>로 대표되는 상업적인 아이콘이다. 선인장은 랍스터 랜드를 상징한다. 작가가 사막을 여행한 뒤 랍스터 랜드의 배경으로 삼게 됐다. 선인장 모양의 집에서 사는 랍스터가 관객을 랍스터 랜드로 초대해 소통하고자 한다. 해바라기는 반 고흐의 <해바라기>에서 따온 것이다.

필립 콜버트는 앤디워홀, 고흐, 살바도르 달리, 뒤샹, 백남준 등 거장들과 현대 대중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연결고리가 된다. 사실 전시장에 들어서면서부터 어딘가 익숙한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한쪽 벽을 가득 메운 꽃은 앤디 워홀의 <꽃> 시리즈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변기를 뒤집어쓴 랍스터 조형물은 뒤샹의 <샘>에서 영감을 받았다. 뒤샹이 기성품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처럼, 필립 콜버트 역시 그의 뒤를 이어 새로운 예술을 선보이겠다는 자신감을 표출한다.


특히 작가는 백남준을 존경한다고 밝혀왔다. 새로운 장르의 개척자 콘셉트로 백남준 특별 컬렉션을 기획했다. 백남준에 대한 헌정 작품으로 <TV로봇 랍스터>라는 신작을 최초로 공개한다.
 

TV ROBOT LOBSTER 특히 작가는 백남준을 존경한다고 밝혀왔다. 새로운 장르의 개척자 컨셉으로 백남준 특별 컬렉션을 기획했다. 백남준에 대한 헌정 작품으로 라는 신작을 최초로 공개한다. ⓒ 김진수

 
예술은 쉽고 즐거운 것

귀여운 랍스터 조형물뿐만 아니라 <헌트Hunt> 시리즈의 대규모 전쟁 장면도 만날 수 있다. 커다란 캔버스 3개에 나눠 그린 작품은 경외심을 느낄 만큼 웅장하다. 많은 도상들이 한데 얽혀 싸우고 있는 모습이다.

작가는 관객들이 세부 요소 하나하나를 해석하려 애쓰지 말고 직관적으로 느끼길 원한다. 정보 과잉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쉽고 재밌는 정보를 제공하고자 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이미지를 택했다.

이런 의도를 가장 잘 담은 이미지가 '에러 메시지'다. 에러 메시지가 뜨면 어떻게 하는가? 컴퓨터가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는 건지 의도를 해석하려 하지 않는다. 작업을 중단해야겠다는 직관적인 생각을 한다. 이처럼 필립 콜버트의 작품은 딱 보고 느껴지는 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코로나 속에서 희망 한 줄기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오마주한 2020년 신작이다. 고흐는 고갱과의 공동 작업을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을 담아 노란 색으로 해바라기를 그렸다. 필립 콜버트는 이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열 두 송이의 해바라기를 그렸다. 고흐처럼 우리도 코로나 이후의 나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길 바라는 의도다. 예술의 긍정적인 힘으로 설레고 즐겁게 기다리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홉 오브 러브Hope of Love>는 코로나에 대응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가장 분명히 나타난 작품이다. 비가 내리고 토네이도가 불어오는 어두운 바다의 모습이다. 작은 배에서 랍스터와 친구들이 서로 의지하며 물고기를 잡아먹고 있다. 이때 초록색 문어다리가 이들을 위협한다.

이 문어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은유한다. 예로부터 서양에서 문어는 전통적인 공포의 대상이었다. 우리가 호랑이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서양에서는 문어를 괴수로 여겼다. 문어가 위협하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열심히 버티는 모습을 통해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지를 응원한다.

이 작품은 작년에 제작했지만 런던 락다운으로 전시가 불가했다. 필립 콜버트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로봇을 활용해 원격으로 관람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놓았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어떻게든 이겨내고 말겠다는 그의 의지가 듬뿍 담긴 퍼포먼스였다.
 

Raft of Robster <래프트 오브 랍스터 Raft of Robster>는 작은 뗏목을 타고 나아가는 랍스터의 모습을 그린다. ⓒ 김진수

 
<래프트 오브 랍스터 Raft of Robster>는 작은 뗏목을 타고 나아가는 랍스터의 모습을 그린다. 위 작품과는 정반대로 하늘이 맑고 바다가 푸르다. 작은 뗏목에 의지해 나아가고 있지만 밝은 모습이다. 어디에 도착하게 될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예술이 가진 긍정적인 힘을 믿는다면 폭풍우, 토네이도, 문어 등 역경을 이겨내고 새로운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필립 콜버트는 우리와 같은 오늘을 살아가는 예술가다. 그는 사람들이 가장 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를 쉽고 재밌게 전하고자 했다. 어디로 나아갈지 모르지만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랍스터처럼 우리도 어려운 시기를 희망으로 이겨낼 수 있길 바란다.
#필립콜버트 #PHILIPCOL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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