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태극기 이벤트가 아쉬운 까닭

삼성, 엘지, 롯데 등 대기업 적극 참여... 롯데타워에 1억 원 초대형 태극기 '눈길'

등록 2015.08.12 21:16수정 2015.08.12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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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년을 맞이해 기업들이 너도나도 태극기 이벤트에 나서고 있다. 특히 서울 도심 건물마다 대기업들이 일제히 대형 태극기를 내걸었다. 일부 금융사는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직접 태극기를 나눠줬다.

하지만 자칫 과도한 애국심을 조장하거나, 최근 롯데 경영권 분쟁 등과 같이 국민의 재벌에 대한 악화된 여론을 희석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주요 대기업과 은행들은 광복절을 앞두고 일제히 대형 태극기를 내걸고 관련 이벤트를 하는 등 애국심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그룹은 서울 중구의 삼성생명 빌딩에 커다란 태극기와 함께 '광복 70주년! 하나 된 우리는 영원한 대한민국입니다'라는 문구가 걸려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서울 중구 계동 사옥에 태극기와 함께 '위대한 여정 새로운 도전'이란 문구를 붙였다.

LG그룹은 여의도 LG트윈타워, 광화문빌딩에 '광복 70년 다시 밝히는 희망의 불꽃 대한민국!'이란 문구와 함께 태극기를 달았다. 정부에서 추진한 '나라 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때문에 기업들은 저마다 사옥에 태극기를 걸었다.

롯데월드 타워 70층에 태극기 "나라 사랑 마음 함께 높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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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5일 오후 광복70주년을 맞아 대형 태극기 게시 작업이 한창이다. 롯데물산은 이번 초대형 태극기의 펼친 넓이는 864㎡(약 262평)로, 국내 최고의 높이에 부착되는 기록을 세우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 연합뉴스


이 중 눈에 띄는 건 롯데다. 지난 6일 서울 송파구의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에는 초대형 태극기가 걸렸다. 롯데물산은 이날 언론사들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광복절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도록 국내에서 가장 높은 롯데월드타워 70층에 태극기를 부착했다"며 "우리의 국력만큼 높이 달린 태극기를 통해 나라 사랑에 대한 마음도 함께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태극기는 롯데월드타워 57~70층 구간에 설치됐다. 가로 36m, 세로 24m에 달하는 크기로 무려 261평(864㎡)에 달한다. 롯데물산은 태극기 부착을 위해 1억 원 이상의 비용을 들였다고 밝혔다.

롯데월드타워 73층에 설치된 43톤 규모의 곤돌라(BMU, Building Maintenance Unit) 2대를 활용해 사람이 직접 건물에 부착했다. 또한, 롯데월드타워 43~58층 구간에는 서울시 광복 70주년 기념 문구인 '나의 광복'이란 문구가 걸려 있다.

이렇듯 롯데가 태극기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태로 롯데가 일본기업이라는 논란이 일면서 불매운동까지 번져가는 상황이라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기 위해 롯데가 애국심 마케팅을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롯데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태극기 이벤트는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기 이전부터 준비해왔다는 것이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지난 6월 29일 실무회의에서 태극기 이벤트 논의를 진행했다"면서 "지난달 8일부터 15일까지 기술검토를 받고 태극기 디자인을 진행했고, 지난 9일 태극기 부착을 완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교롭게 경영권 분쟁과 맞물린 것일 뿐 태극기 이벤트는 두 달에 걸쳐 준비했다"면서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자는 좋은 의미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재일교포 뿌리' 신한은행, 롯데 논란 불똥 튈까 전전긍긍

KB국민은행 윤종규 은행장과 박인비 선수가 고객들에게 태극기를 나눠주는 모습 ⓒ KB국민은행


금융권에서도 태극기 이벤트가 한창이다. KB국민은행은 11일 전국 7대 도시에서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여 시민들에게 무상으로 태극기 7000장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펼쳤다.

특히 이날 윤종규 은행장은 아시아 최초 LPGA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인비 선수와 함께 여의도 거리에서 태극기를 나눠주면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박 선수는 KB금융그룹과 지난 2013년 메인 스폰서 계약을 한 바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장에서 박 선수에 대한 호응이 굉장히 좋았다"면서 "광복 70주년이란 좋은 취지도 잘 전달됐고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오는 13일까지 이벤트를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 울산 등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KB국민은행은 16일까지 1148개 모든 영업점에서 태극기를 달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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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신한은행장은 지난 11일 중구 명동에서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태극기를 나눠주는 ‘나라사랑, 태극기사랑’ 캠페인을 실시했다. ⓒ 신한은행


같은 날 신한은행도 태극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조용병 은행장을 비롯한 임직원과 대학생 홍보대사 등 40여 명은 서울시 중구 명동에서 시민들에게 태극기 2000여 개를 나눠줬다.

신한은행은 최근 롯데 사태로 반일정서가 확산하자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신한의 뿌리가 롯데와 마찬가지로 재일교포이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1982년 재일동포 소액 주주들이 출자한 은행이다. 지금도 재일교포 지분이 15~20%일 뿐 아니라, 상당수 사외이사도 재일교포다.

신한은행은 이번 태극기 이벤트가 이미지 쇄신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은) 외국인 지분이 60%가 되기 때문에 일본 기업으로 본다는 것은 무리"라면서 "태극기 이벤트도 이미 2004년부터 광복절을 앞두고 지속적으로 해왔던 행사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롯데 #태극기 #광복 70주년 #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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