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여름 음식의 대명사

[음식잡담3] 막국수

등록 2012.06.09 14:20수정 2012.06.0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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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그리워지는 음식 중 하나가 막국수다. 최근 SBS '1억퀴즈쇼'에서는 '막국수는 왜 막국수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라는 문제가 나왔는데, '방금 막 만든 국수라서'가 정답으로 매겨졌다. '바로 뽑아서 만든 국수'라는 이 답이 어쩐지 신선함과 건강을 가득 품은 이미지를 주어서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웰빙'이란 화두와도 매우 가깝게 여겨진다. 실제로 메밀을 다량 함유한 막국수는 건강에 관심 두고 있는 이들에게 최근 들어 더 관심 있는 먹을거리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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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국수 . ⓒ 조을영


막국수는 서민의 음식이다. 조선후기 안동 장씨 할머니가 쓴 <음식디미방>에는 밀가루를 '진가루'라고 했는데, 매우 귀한 진가루를 서민들이 먹기는 매우 부담이 되어 대체용으로 메밀가루를 사용했다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런 한편 조선 중·후반기의 문헌에 활발하게 나타나는 냉면은 귀족들의 음식으로 볼 수 있다.

막국수와 평양냉면은 메밀로 만든 면을 이용하는 음식이란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면을 내리는 방식도 똑같다. 메밀가루가 절반 이상 들어가고 그 외에는 밀가루가 들어가며, 이것을 눌러 면을 뽑는다는 것도 똑같다. 그러나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그건 바로 색깔이다. 막국수는 상대적으로 검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냉면이나 막국수나 다 같은 메밀가루를 사용해서 만드는데 막국수는 왜 색깔이 검을까? 그 원인은 메밀껍질을 넣었느냐 아니냐에 있다. 보통 우리가 먹는 막국수 면에는 메밀가루와 메밀껍질이 함께 들어간다. 그래서 막국수는 검은색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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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 ⓒ 조을영


하지만 메밀껍질을 넣는다 해서 면이 더 맛있어지지도 않고 식감도 좋아지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메밀껍질을 넣는 것이 오늘날 제면업계의 정석으로 되어있다. 면의 색깔이 검어야 '아하! 메밀가루가 들어가서 막국수 면이 이렇게 검구나'하고 소비자들이 인식하기 때문에 껍질을 갈아 넣어서 제분을 한다는 것이다.

메밀. 서늘한 기운을 가진 이것은 여름을 건강하게 나도록 해주는 식재료다. 그런 한편으로 그 함축한 의미도 각별하다. 소설가 이효석은 메밀꽃이 핀 밤의 들판을 '굵은 소금을 뿌린 것 같다'고 했는데, 아름다운 이미지 못지않게 메밀은 날이 가물어도 잘 자라고 거친 땅에서도 열매를 넉넉히 맺는, 한마디로 끈기와 인고의 상징인 작물이기도 하다. 서민적이고 투박하지만 한편으론 정한도 품고 있는 그 메밀로 우리 민족은 막국수와 냉면을 만들어 먹은 것이다.


그러한 메밀이 현재 외식업계의 인기 상품이 되었다. 건강에 대한 관심 때문에 꼼꼼히 메밀 함량을 따져가며 먹으려는 깐깐한 고객도 생겨나고 있다. 특히나 국수가 외식업계에서 서서히 고가 식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막국수 #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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