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민 교사 "혼수상태 학생들, 알고보니..."

[그림] 미국 출신 원어민 교사가 본 한국 교육 현실과 사회

등록 2011.07.12 13:57수정 2011.07.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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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의 제공자는 한국에 온 지 5개월 되었으며 7월 말 떠날 예정인 지방 한 고등학교의 미국 출신 원어민 영어 교사다. 그동안 그가 학교생활을 하면서 느낀, 한국의 교육과 사회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단상을 6장의 그림과 함께 보내왔다. 그가 보낸 그림과 원문을 토대로 대화(인터뷰)를 진행했으며 그 내용을 정리해 인용부호를 쓰지 않고 싣는다... 기자 말

#1 순응하는 교사와 왜냐고 묻지 않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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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of Light ⓒ MAREK HAPON


한국에서의 (학교) 생활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강렬하게 남아있는 인상은 한국의 교육이 아주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학교는 관리자의 요구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상명하달식의 명령으로 이루어지는 사회구조와 흡사하게 닮아 있다.

그러한 시스템의 결과는 순응하는 교사와 학생들을 낳게 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사실은 적극적으로 말(참여)하지 않고, 연관적으로 사고하지 못하거나, 수동적인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너무 쉽게 발견된다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수업시간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 이 아이들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교과서 내용을 그저 반복하는 것인가?'라는 개인적인 의문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또한 그들은 놀거나 휴식을 취할 시간이 너무나 부족해 보였다. 그들에게 흥미라는 것은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는 것이 전부인 듯 보였다.

그러나 학생들은 단편적인 사실에 있어서는 상당 부분 뛰어나다는 생각도 들었다. 단지, 그것을 종합적으로 사고하거나 분석하는 부분에서 약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을 채워주는 변화가 시급해 보인다.

또한 학생들은 단지 지시를 따른 뿐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학생들에게 개인적인 영역에서 생각의 자유를 거의 주지 않고 있다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왜냐고 질문하는 학생들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2 한국 학생들은 밤새워 공부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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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ument to the Korean Student ⓒ MAREK HAPON


미국에서 얻은 사전지식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은 밤을 새워가며 아주 열심히 공부한다고 했다. 심지어 일부 학생들은 단지 서너 시간만을 잠자며 공부한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부임 초기부터 끊임없이 반복되는 학생들의 무기력한 모습들을 보면서 나는 당황했다. 내가 실제로 한국에서 가르치는 학생들이 일부의 문제 학생이거나 성적 수준이 평균 이하의 학생이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물론 몇 시간만 잠자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잠자지 않는 나머지 시간을 모두 공부를 위해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내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밝혀졌다. 그들이 공부하는 데 보낸다고 알려진 학업시간 중에 절반은 학교 교과서에, 그리고 절반은 컴퓨터 게임에 사용되고 있었다. 특히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는 다양하지 못했으며 오로지 컴퓨터 게임으로 제한되었다.

결국 나는 한국 학생들의 희한한 이중성을 알게 됐다. 한편으로는 지식의 정보를 머릿속에 끊임없이 집어넣는 일,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디지털 폭력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결국 디지털 폭력에 밤새 노출된 아이들이 그 다음날 학교에서 너무나도 혼수상태로 보이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때문에 그들에게 생겨나는 무기력과 무감각이라는 심각한 현상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3 귀여워! 아가야 너무 귀여워!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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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tie! ⓒ MAREK HAPON


아내와 내가 처음 한국에 대한 안내 책자에서 배운 것은 '한국은 아이들을 위해 좋은 나라이고, 한국은 아기를 무척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게 무슨 뜻인지 실감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이 나의 한 살짜리 아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의미를 알게 됐다.

그 사람들에게 내 아들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나 인형과 다름없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만지고 쓰다듬고 하는 모습이 파란 눈의 금발 머리 아기에 대한 열망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나의 아들을 좀 더 가까이 보기 위해, 혹은 만져 보기 위해 길을 건너기까지 했다. 서울과 대구의 지하철에서는 몇몇 어른들이 아이의 옷을 잡아당기거나 아이의 관심을 끌기 위해 큰 소리를 하며 접근할 때는 정말로 통제불능 상황이 되기도 했다.

나의 아들은 비교적 사교적인 성격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때때로 예상치 않게 그 아이를 잡으려는 사람들의 손을 뿌리치거나, 신경질적이 되기도 했다. 가끔씩 아내와 나는 단호하게 낯선 사람들이 아들을 만지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나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문화적 차이와 예절에 대해서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내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물건이나 다른 사람을 만지기 전에 허락을 구해야 하는 것은 문화적 차이라기보다는 인간의 보편적인 예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이에 대해 귀여워 하거나 만지고 싶어 하던 사람들도, 정작 지하철에서 아이가 울고 있을 때는 짜증내는 표정이 역력했다. 혹은 아이가 타고 있는 유모차를 엘리베이터 앞에서 밀어내면서 양보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그러했다.

물론 한국사람 중에 친절하고 예의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

#4 유모차 옆으로 쌩쌩 달리는 오토바이, 정말 아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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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Safe As ⓒ MAREK HAPON


한국은 아직도 전통 농촌사회에서 현대적인 도시사회로 가는 전환기에 있는 나라라는 인상이 크다. 즉, 한국사회는 제1세계, 제2세계, 제3세계 사회의 요소가 항상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처에 널려 있는 쓰레기와 거기서 나오는 악취에서는 제3세계국가들인 타이, 캄보디아, 인도 등을 떠오르게 한다. 동시에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이 주저함 없이 인도의 여기저기를 달리고 있는 것 역시 한국이 아직 완전히 성숙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떠오르게 해준다.

인도 한쪽에 놓여 있는 트럭이나 차들은 한국이 법이 시행되지 않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추가 시킨다. 보행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안전하지 못한 것에 대한 느낌은 어떤 사람이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인도를 지나갈 때 쌩쌩 달려드는 오토바이 등에서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다. 아직도 한국이 변화의 과정에서 힘들게 싸우고 있다는 것을 매우 많이 보게 된다.

#5 길거리에서 만난 아줌마들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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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ummas on a Mission ⓒ MAREK HAPON


한국의 한 세대를 표현하는 아줌마들은 한결같은 특징이 있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그들은 한결같이 별 걱정이 없어 보이는, 획일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아줌마'라는 이미지는 중간계층의 넉넉한 부인들을 떠올리게 한다는 뜻이다.

그 복장들은 대부분 햇빛 가리개 챙 달린 모자, 비슷한 모양의 파마 머리, 선글라스, 하얀 장갑,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 그리고 비슷비슷한 모양의 운동복이다. 또한 그 아줌마들이 둘씩 혹은 작은 무리를 지어 박력 있게 거리를 걸어 내려오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언제나 그들의 표정과 행동은 한결같다.

현재 한국의 중간계층에 있는 중년 여성들은 과거 그들의 엄마나 할머니 세대와 비교할 때 모든 걸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그들에게 절실한 것은 그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손자손녀들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한국의 출생률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마도 그들의 완전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그들에게 손자손녀들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똑같은 복장에 비슷한 차림새로 거리를 무리지어 날아다니며 후세들을 찾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6 한국, 미국을 닮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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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World Disorder ⓒ MAREK HAPON


내가 받은 한국에 대한 즉각적인 인상은 한국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미국보다 더 건강한 사회라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한국 사람들은 미국인들과는 달리 극도로 비만한 사람들이 거의 없다.

또한 미국은 전반적으로 몰락하는 모습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들이 역동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거리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더욱 더 대비되는 것은 미국인들이 온갖 종류의 처방약을 복용하고 아주 좋지 않은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한국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더욱 뚜렷하게 알게 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 곳곳에서 미국 사회의 좋지 않은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21세기의 문명과 세계질서가 미국의 힘 덕분에 만들어지고 향유된 것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미국은 그 세계에 대하여 짧은 시간 안에 상당한 수준의 무질서와 혼란, 질병(고통)을 안겨 주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현재 가지고 있는 자신의 건강성을 지켜나가는 것이야말로 미래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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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EK HAPON ⓒ 이정희

1966년생인 마렉 하폰은 폴란드 기니아의 항구도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시절에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으며 그 후에 시카고의 컬럼비아 칼리지에서 그래픽 아트로 학사학위를 받았고, 시카고 대학에서 인문학 석사를 받았으며, 올해 초 원어민 교사로 한국에 입국하여 7월 출국을 앞두고 있다.

미국에서 수차례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한 그는 자신의 그림에 대하여 "펜과 잉크로 그려진 그림들은 인물화나 논평과 풍자, 성적인 것들, 그리고 슬라브의 토착신앙에 의해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부터 사상과 아이디어들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그가 밝힌 전시회 경력은 다음과 같다.

The Palmer House, Chicago(1989), Chicago Cultural Center(1992), Eastwick Gallery, Chicago(1994), D&Z Gallery, Chicago(1995), The Polish Museum of America(2000), The Chicago Athenaeum at Schaumburg, IL(2000), D&Z Gallery, Chicago(2004), The University of Chicago(2008)

또한 그의 그림은 미국의 다음과 같은 여러 매체에도 실렸다고 밝혔다.

Pomerania Cultural Monthly, The Chicago Reader, The Italian Poetry Review, "Z" Magazine, 2B Journal of Ideas, The Palestine Chronicle 등 다수

#한국교육현실 #원어민 #마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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