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이 노래졌네... 구례 '산수유마을'

지리산 산수유마을은 노란꽃 천지다

등록 2010.04.02 10:15수정 2010.04.0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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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꽃이 만개하여 온천지를 노란색으로 덮고 있는 구례 산수유마을(3월 29일)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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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산수유 꽃천지로 눈썹이 노래질 지경이다(3월 29일 구례산수유마을) ⓒ 최오균


산수유는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나무이다. 산수유는 개나리나 벚나무보다 훨씬 일찍 꽃을 피운다. 산수유는 하얀 눈이 쌓인 춘설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노란 꽃잎을 티운다. 눈속에서 굳세게 피어나는 산수유의 노란싹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무한한 생명력을 느낀다. 이번 겨울에는 이상기온으로 눈도 많이 내리고 한파가 겹친지라 계절이 늦어지며 남녘의 꽃들도 다소 늦게 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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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설에도 굳굳하게 꽃을 피워내는 산수유의 강한 생명력(2010년 3월 10일 서울 올림픽공원)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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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머리에 이고 꽃을 피워내는 산수유 꽃은 무한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2010년 3월 10일 서울 올림픽공원) ⓒ 최오균


지리산 구례 '산수유마을'의 산수유축제는 3월 18일부터 21일 사이에 열렸지만, 아직 산수유가 지지않고 만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노란 산수유 꽃을 유난히도 좋아하는 여행자는 산수유 꽃 소식을 듣고 좀이 쑤셔 지난 3월 29일날 부랴부랴 지리산 산수유마을로  향했다.


과연 늦은 계절 탓인지 산동면 상위마을은 아직 산수유 꽃이 만개하여 온 천지를 노란색으로 덮고 있었다. 남원에서 19번 도로를 타고 지리산온천랜드로 접어들자 온천지가 노란 산수유꽃 일색이어서 눈썹이 다 노래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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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만복대 자락 상위마을에 만개한 산수유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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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전에 중국 산둥성 처녀가 시집올 때 가져와 심었다는 전설을 간직한 구례 산수유마을 ⓒ 최오균


지금으로부터 1000년 전 중국 산둥성(山東省)에 사는 한 처녀가 구례군 산동면으로 시집을 올 때 처음으로 가져다 심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구례 산수유는 우리나라 최초의 산수유 시목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구례산수유의 효시는 산동면 부근에 시조 목을 심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산수유가 처음 생산된 시점은 삼국시대로 추정된다.

200년 전에 서술된 <산림경제> 기록을 보면, 산수유는 2월에 꽃을 피는데 붉은 열매도 보고 즐길 만하며, 땅이 얼기 전이나 녹은 후에 아무 때라도 심으면 된다고 적혀 있다. 그 외에도 '동국여지승람', '정원일기' 등에 산수유가 특산품으로 재배되고, 약재로 처방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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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는 우리나라에도 자생하고 있음이 확인 되었다. ⓒ 최오균


산수유나무는 층층나뭇과에 속하는 소교목이다. 높이 4~7m이며 나무껍질이 불규칙하게 벗겨지고 연한 갈색이다. 중국이 원산지로 알려졌으나, 1920년대에 일본인 식물학자 니카이가 경기도 광릉에서 산수유 거목 두세 그루를 발견한 뒤부터 우리나라 학자들은 산수유가 우리나라가 자생에도 자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산수유나무에는 이른 봄에 탁구공보다 작고 둥근 꽃송이들이 피어난다.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산수유는 온통 둥글게 꽃만 모여 달린다. 좁쌀처럼 작은 꽃들이 한데 모여 둥근 꽃봉오리를 이루는 산수유는 온통 황금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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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쌀처럼 작은 꽃이 모여 피는 산수유 꽃은 탁구공처럼 둥글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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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에 탁구공처럼 둥글게 피어난 산수유 ⓒ 최오균


꽃이 지면서 돋기 시작하는 타원형의 잎은 반질반질한 윤기가 흐르고, 잎맥이 양쪽으로 줄지어 나면서 둥글고 길게 이어진다. 산수유나무 열매는 처음에는 녹색으로 맺히지만 가을 햇빛을 받으면서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붉은 루비보다 더 붉은 빛으로 변하며 탐스럽게 익는다. 잘 익은 열매는 파란 가을 하늘 아래 햇살을 받아 유난히 반짝거린다.

산수유는 약간 신맛을 갖고 있으며 간과 신장을 보호하고 몸을 단단하게 한다고 한다. 이 신맛이 정력증강과 관련이 있다는 것. 산수유의 신맛은 몰식자산, 마릭산, 주석산 등으로 구성되어 체내 수렴 작용을 하기 때문에 잠잘 때나 활동할 때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허약 체질인 사람이 복용을 하면 새로운 힘이 생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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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에 붉은 루비처럼 반짝거리며 열리는 산수유의 붉은 열매(2009.11.15 서울 올림픽공원) ⓒ 최오균


산수유 열매로 만든 술은 옛날부터 정력증강제로 소문이 나있다. 산수유를 열매 600g을 소주 5~6리터를 타서 밀봉해 담가놓으면, 3개월 후에 발그레한 볼처럼 약한 홍조를 띠는 반투명의 술 빛이 은은하게 난다. 이 술을 걸러서 하루에 3~5회 정도 조금씩 마시면 몸이 가벼워지고 정력에 좋다는 것.

또한 산수유차는 산수유열매 150g을 맑은 물 10리터에 넣고 강한 불에 1시간, 낮은 불에 2시간 정도 끓여 3리터 정도 남았을 때 건더기를 건져내고 설탕이나 꿀을 입에 맞게 넣어 복용하면 신맛을 줄이고 마시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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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산수유꽃을 만끽하며 산수유마을 산책로를 걷고 있다. ⓒ 최오균


구례 산동면 내에서도 상위마을은 100년이 넘은 산수유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산수유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상위마을은 지리산 만복대(1433m) 아래 위치한 국내 최대 산수유 단지로 산동면일대 48개 마을에서 전국 생산량의 전국 생산량의 73%를 생산하고 있다.

구례 산수유는 지리산과 섬진강의 영향을 받는 곡간선상지 지형으로, 통기성, 보비력, 보수력이 우수하다고 한다. 풍부한 토양과 긴 일조시간으로 고운 빛깔을 내며, 산수유의 질을 결정하는 9월 이후의 강우량이 적어 맛과 향이 좋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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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상위마을의 산수유는 100년을 넘은 고목들이 많다. ⓒ 최오균


산수유에 얽힌 재미나는 이야기 한 토막. 옛날 구례 산동면 처녀들은 입에 산수유열매를 넣고 앞니로 씨와 과육을 분리하였다. 어릴 때부터 나이 들어서까지 이 작업을 반복해서인지 앞니가 많이 닳아있어 다른 지역에서도 산동처녀는 쉽게 알아본다고 한다.

입을 빨리 움직이는 산동처녀는 하루에 한 말까지 발라냈다는데, 이렇게 처녀들의 입으로 모은 것이 더욱 약효가 좋아 정력을 높인다는 것. 또한 몸에 좋은 산수유를 평생 입으로 씨를 분리해온 산동처녀와 입을 맞추는 것은 보약을 먹는 것보다 좋다는 것. 이 소문이 알려지면서 산동처녀를 남원, 순천 등지에서 며느리로 들이려는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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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력에 좋다는 산수유 열매는 술을 담거나 차로 달여먹는다. ⓒ 최오균


계곡을 따라 산수유 꽃에 파묻히다 보니 눈썹이 노랗게 변해 버린 것같다. 산수유나무는 한번 알고 나면 깊이 매료되어 가꾸고 싶은 나무이다. 대개 종자를 뿌려서 번식시키며 삽목은 잘 자라지 않는다. 가을에 채취한 열매를 잘 씻어서 종자를 젖은 모래와 섞어 땅에 묻어 저장한다. 씨를 뿌리고 2년은 지나야 싹이 트므로 느긋하게 기다려야 한다. 웬만한 곳이면 어디나 잘 자라지만 양지바르고 비옥한 토지와 건조하지 않은 곳이 좋다.

산수유마을 아래에는 국내 유일의 게르마늄온천이라는 지리산 온천 단지가 있다. 산수유마을을 산책하고 난후 게르마늄 온천욕을 즐기는 것도 이른 봄의 피로를 푸는 한 방법이리라.
#산수유 #구례 산수유마을 #상위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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