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벼락 맞은 다오쿠앙 투, 1년 투병 끝에 숨져

산재보상 받지 못해, 아버지 한국에 감사편지 전달

등록 2009.12.03 14:00수정 2009.12.03 14:11
0
원고료로 응원
a

지난 11월 27일, 다오쿠안투앙 씨는 그날 밤 사망했다. 다오쿠앙 투 씨의 아버지 다오쿠안투앙 씨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투앙 씨는 직접 보고 있어도 아들이 쓰러진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 MWTV


지난해 9월 26일,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 작업 중 베트남 이주노동자 머리 위로 시멘트가 쏟아진 사건이 있었다. 그의 눈과 입에 시멘트가 들어갔고, 병원으로 이송된 후 신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신증후군' 판정을 받았다. 그는 사고 이후 체력 저하로 퇴직과 복직을 반복하다 지난 8월 24일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오랜 투병 끝에 그는 지난달 27일 밤 10시 20분께 병원에서 사망했다.

"한국에 가서 돈 벌면, 집도 지어주고 결혼하고 싶다 했는데..."

이 이야기는 베트남 이주노동자 다오쿠앙 투(Dao Quang Tu·24)씨의 투병 이야기다. 그는 지난해 7월 한국에 건설 비자를 받아 입국했다가 건설현장에서 두 달 만에 사고를 당했다.

그의 집은 베트남 타이빈으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군 제대 후, 농촌에서 일해도 돈이 모자란 가정 형편에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1억 2000만동(한화, 약 800만원)을 대출받아 한국행을 결정했다.

아버지 다오쿠앙 투안(Dao Quang Tuan)씨는 MWTV와의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때까지 축구선수로 뛸 만큼 건강하던 아이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파서 며칠을 울었다"고 했다. 아들이 한국에 가기 전에 "한국에 가서 돈 벌면, 집도 지어주고 베트남에 돌아와 결혼하고 싶다 했는데...아직도 아들이 누워있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1년 투병 끝에 숨 거둔 다우쿠앙 투, 신장 질환으로 산재보상 받지 못해

다오쿠앙 투 씨는 베트남에서 병력이 없었고, 입국 전 건강진단에서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일하던 중 사고를 당했지만, 신장 질환이라는 이유로 산재보상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건강 악화로 지난 2월부터 일을 할 수 없었다. 돈이 없었던 그는 친구 집을 돌아다니며 홀로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데이비드 추 선교사는 설날을 맞아 쌀을 주러 갔다가 다오쿠앙 투씨를 만났다. 그는 "친구 집이 반지하라서 습하고 추웠고, 다오쿠앙 투 씨 몸은 붓고 붉은 반점이 나있었다"며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우울해보였다"고 말했다.

이후, 다오쿠앙 투씨는 몸이 많이 부어 지난 7월 부천성모병원에 다시 입원했다. 그는 혼자서 약값과 치료비 부담을 져야 했다. 이 소식을 들은 부천성모병원과 사랑의 열매, 아시아문화인권연대 등에서 치료비를 모으기 위해 다음 아고라에 청원도 하고 후원을 받았다. 하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그는 지난 8월에는 심장마비와 심증후군, 저산소증으로 중환자실에 다시 입원했고, 결국 한국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아버지 다오쿠앙투안(Dao Quang Tuan)씨가 한국에 보내는 편지
저는 우리 다오쿠앙 투의 위독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한국의 여러 단체들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의사 선생님들을 포함한 병원의 모든 분들이 성심성의껏 도와주신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의사는 엄마와 같다'는 베트남 말처럼, 고향을 떠난 우리 아들에게 한국 사람이 아님에도 인간 대 인간으로 국적을 가리지 않고 진심을 다해 도와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중략 … 저는 한국말을 모르기 때문에, 이 편지를 통해서 우리 다오쿠앙 투를 많이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대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베트남에 있는 저희 가족들과 저의 온 마음을 담아서, 우리 다오쿠앙 투를 따뜻하게 돌보아주신 병원과 교회 그리고 단체들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이주노동자의방송 MWTV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이주노동자의방송 MWTV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다우쿠앙투 #베트남이주노동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금반지 찾아준 사람이 뽑힐 줄이야, 500분의 1 기적
  2. 2 검찰의 돌변... 특수활동비가 아킬레스건인 이유
  3. 3 '조중동 논리' 읊어대던 민주당 의원들, 왜 반성 안 하나
  4. 4 '윤석열 안방' 무너지나... 박근혜보다 안 좋은 징후
  5. 5 "미국·일본에게 '호구' 된 윤 정부... 3년 진짜 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