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빌 게이츠에게서 배워라

등록 2008.02.06 14:16수정 2008.02.0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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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싫은 꼴, 안 보고 사니 마음은 참으로 편하다.” 이민 온 동포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무슨 말일까.  한국사회에서 “가진 자들의 거들먹거리는 추한 꼴”을 말한다.  무엇이든지 서열을 매기는 사회. 권력, 돈, 명예, 가진 것으로 서열을 매기고, 그리고 남에 비해서 더 가진 것으로 행복하고, 덜 가진 자들 앞에서 가진 것을 과시하며 목에 힘을 주는 것으로 가진 것을 만끽하고, 그래서 덜 가진 자는 가진 자들 앞에서 기가 죽어 사는 사회. 재미동포들은 그 꼴은 안 보고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그런 꼴불견들이 미국에까지 쫓아와 동포들을 괴롭히고 있다. 재력 과시 여행, 자녀들의 호화스런 미국유학, 거기에다가 미국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뇌물공세까지 펼치는 유학생 자녀 어머니들의 치맛자락을 보면, '아 과연 대한민국 부자들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 사회, 자유 경쟁을 통해 능력대로 갖는 사회이니 못 가진 자가 가진 자를 향해 배 아파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요, 못난이들의 콤플렉스일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은 가진 자들만의 것이 아니므로, 가진 자들의 겸양지덕이 필요하며 따라서 조정자로서 정부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질 필요가 있다.

 

지구촌 최고의 부자 빌 게이츠가 지난달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창조적 자본주의”라는 말을 꺼냈다. 현재의 자본주의는 “절반의 완성”밖에 안 되니, 경쟁을 치열하게 하되 낙오된 자들도 구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게임의 규칙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의무적으로 돕도록 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시스템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 아주 이상적인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은행을 만들어 소액 융자를 통해 가난 구제 사업을 펼친 공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던 방글라데시 무함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의 아이디어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는 지금도 미국을 돌며 “자본주의는 남을 도와줌으로써 얻는 만족감이 아니라, 오직 이익을 지향하는 면에만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절반의 미완”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빌게이츠 플랜의 핵심은 기업이 최고경영진으로 하여금 가난 문제에 헌신하게 하자는 것인데, 기부금이나 자원봉사보다 훨씬 더 강력한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예를 들면,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을 증진시키는 기업들에게는 정부가 재정적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 같은 것이다.

 

이명박 새 정부에 대한 모국 국민들의 기대가 큰 것 같다. 모든 국민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니 말이다. “잘 사는 나라”란 어떤 나라일까? 소득수준이 높아도 꼴불견들 때문에 이민 가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면 잘 사는 나라가 아니다. 형편이 좀 어려워도 평화로운 가정이 좋은 것처럼, 나라도 사회 구성원간 갈등이 적은 사회가 먼저다. 새 정부가 재벌들에게 기업하기 좋은 나라, 부자들이 더 돈을 잘 벌 수 있도록 정부의 온갖 규제를 풀겠다면, 반대로 이들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의무화하는 정책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실상 이명박 정부의 탄생은 노무현 정부에서 실정한 덕분이다. 노무현 정부에 걸었던 국민의 기대는 아직도 살아 있다. 못 가진 자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바로 그것이다. 그것은 가진 자들의 겸양과 나눔의 미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새 정부가 가야 할 명확한 길은 이미 주어져 있다. 그렇지 못하다면 노무현 정부가 그래도 나았다는 소리를 들게 될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이계송 기자는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거주하는 자유기고가입니다.

2008.02.06 14:16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계송 기자는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거주하는 자유기고가입니다.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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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거주, Beauty Times 발행인, <밖에서보는코리아>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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