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고문' 7년째 신음중인 고문리 주민들

[르포] 한탄강댐 수몰지, 떠나려는 사람들과 떠날 수 없는 사람들

등록 2007.12.07 13:58수정 2007.12.1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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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주최 '제2회 전국 대학생 기자상 공모전' 응모기사입니다. 이재덕 시민기자는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3학년에 재학중입니다. [편집자말]
지난 11월 30일,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고문2리. 한탄강댐 건설예정지로 수몰되어 사라질지도 모를 그곳에 가기 위해 동두천에서 기차를 타고 전곡역에 내렸다. 고문리 가는 버스를 기다렸지만 정작 버스는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옆에서 쉬고 있는 버스기사 분께 물어보니 고문리 가는 버스는 하루에 10대뿐이란다. 결국 1시간 넘게 버스를 기다리다 56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라 하기에는 다소 민망한, 아담한 크기의 마을버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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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터 사격장 ⓒ 이재덕


고문리에 당도하자마자 마주친 것은 포탄으로 인해 하얀 속살을 드러내놓고 있는 '다락터 사격장'이었다. 마을을 취재하는 동안 폭발음이 간간히 들려오기는 했지만, 그 소리만 없다면 이곳은 여느 농촌과 다를 것이 없는 한적한 마을이었다.

떠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탁, 탁, 탁, 탁...'

길가에 위치한 한 집에서 아주머니 한분이 막대기로 콩을 털고 있었다. 문이 반쯤 열려 있길래 문틈 사이로 아주머니께 인터뷰를 청했다. 아는 것이 얼마 없다며 한사코 사양하던 노순희(54)씨는 한탄강댐 건설이 빨리 시작되어 이곳을 떠났으면 좋겠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고향을 버리고 떠나는 사람은 오죽해서 그러겠어요. 환경단체들이 반대하는 것 말이예요. 환경도 중요하지만 일단 사람이 먼저 살아야 되지 않아요? 그 사람들 여기와서 이틀만 살아보라고 해봐요."

그녀도 처음에는 한탄강댐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고 했다. 그런데 수자원공사에서 보상 외에도 여러 지원을 해준다는 약속에 찬성으로 마음을 바꾸었다. 댐에 대한 마을사람의 입장이 나뉘어지면서 마을 분위기가 삭막해졌다.

"댐 된다고 하니깐 같은 2리인데도 저 밑 부북가든(고문리 마을회관 앞 식당)부터는 의견이 달라요. 대책위원회도 따로 생기게 되고…. 예전엔 서로 잘 지냈는데 이젠 얼굴 붉히기도 그렇고 어쩌다 만나면 그냥 인사만 해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도 안 만나고 집에만 틀어 박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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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사람들도 안 만나고 집에만 틀어 박혀 있어요." 고문리에서 사는것이 너무 힘들어 빨리 떠나고 싶다는 노순희씨 ⓒ 이재덕


그녀는 마을에 살면서 생기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끝나갈 즈음에는 눈가에 눈물도 맺혔다.

"여긴 군사지역이에요. 탱크가 아침 저녁으로 길 앞을 지나다니고 그것 때문에 벽이 쩍쩍 갈라져요. 우리집 담, 기둥으로 받쳐놓은 것 봤죠? 그게 탱크 때문에 그래요. 1년마다 보수해야 하는데 어차피 수몰될 테니깐 이번에는 제대로 고치지 않았어요. 우리집 슬레이트 깨진 것도 대충 때우고 말았어요."

하지만 그녀가 가장 고심하고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아이 교육문제였다.

"제 아이가 고3이에요. 여기서 공부해 좋은 대학가는 건 어려워요. 고등학교 가려면 전곡으로 나가야 하는데 차 없으면 버스를 타고 나가야 해요. 그것도 큰 버스도 아니고 조그만 마을버스 말이에요. 학원도 다녀야하는데 전곡에 있는 학원도 학생 얼마 없다고 여기까지 학원 차 안보내고…."

"그렇게 힘드신데 진작 마을 떠나시지 그러셨어요?" 라는 조심스런 물음에 그녀는 "계속 부모님 모시고 여기서 농사짓고 살다보니 떠날 수가 없었어요"라며 이제라도 빨리 떠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녀의 집에서 나와 길을 걷고 있던 중 저 멀리서 한 분이 수레에 콩자루를 가득 싣고 집 앞으로 나르는 것을 보았다. 46년 동안 고문리에서 농사를 지으시며 살아온 올해 83세의 정연하 할머니는 토지보상도 받은 마당에 댐은 당연히 완성되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뭐하러 찬성, 반대를 물어보고 다니냐면서 기자에게 반문했다. 한탄강댐 선고공판이 내년 1월에 있다는 기자의 선문답에 말도 안된다는 듯이 말씀을 시작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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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해도 소용없어요. 보상받고 이사 갈 사람은 이미 갔는데 뭘... " 정연하 할머니는 마을을 떠나면 자제분들과 함께 살 계획이다. ⓒ 이재덕


"재판해도 소용없어요 이미 보상받고 이사 갈 사람은 갔는데 뭘…. 그리고 될려면 얼른 되던가 7년동안 엄청 시달렸어요. 그동안 마을이 발전을 못했잖아? 수몰되면 돈만 들어가는 거니깐 집도 못 고치고 아무렇게나 살자 그러고 있어요."

정 할머니의 말처럼 이미 이 지역의 토지보상은 끝났고 12월에 지점물(건물이나 유실수 등)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7년간에 걸친 공방 끝에 결국 한탄강홍수조절용댐 건설이 추진되는 것을 보면서 수몰지역주민들은 점차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다. 마을회관을 기준으로 위쪽 마을의 사람들은 주변마을 집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인근의 은대리나 연천, 철원지역이 그 대상이다. 정 할머니는 외지에 있는 자식들과 같이 살 예정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몇몇 주민들은 수자원공사에서 지원하게 될 이주정착지로 갈 예정이다.

하지만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을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한탄강댐 제1대책위원회'라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한탄강댐 반대를 외치기 시작했다.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늙은이들이 어디를 가냐고…. 난 여기에 물 들어오면 빠져죽을 거야."

마을회관 지나 만난 한 할머니의 말이다. 이곳의 노인분들은 70대 혹은 80대 이상인 분들이 대부분인데, 이들은 한결같이 보상을 받아도 살아갈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사실, 토지보상을 받아서 외지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이들에게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농사를 천명으로 알고 살아가던 노인분들이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농사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수몰민을 위해 이주정착지가 생활기본시설 설치비용을 제외한 조성원가로 입주비용이 결정된다고 밝혔지만 노인들에게는 이 입주비용마저 큰 부담이다.

문제는 이러한 보상조차 받을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무허가 건축물에 사는 노인이나 세입자들은 이주대책정책에 포함되지 않는다. 토지보상법상 무허가건축물에 살거나 수몰지역의 세입자는 이주 보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주정착지' 역시 이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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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댐 제1대책위원회에서 내건 펼침막. '술취한 수자원공사는 한탄강댐 건설을 중단하고 7년 고통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 ⓒ 이재덕


그래서 제1대책 위원회 지역 주민들 중에는 이미 자포자기한 어르신들도 많이 있었다. 몇몇 분들은 댐건설이 되는 3~5년간 여유가 있으니 그동안 여기서 살다가 그전에 죽으면 다행이고 그때까지 살아있으면 물에 잠겨 죽을 수밖에 없지 않냐며 탄식했다.

하지만 이조차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댐건설을 위해서는 지역 평탄화작업을 해야 할텐데 그렇게 된다면 건설시작과 함께 이 지역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다. 한탄강댐 제1대책 위원회 총무인 이의혁(34)씨는 이러한 상황에 안타까워했다.

"젊은 사람들은 뭘 해도 할 수 있어요. 근데 나이 드신 분들은 다릅니다. 저녁이면 마을 어르신들이 위원장님 댁에 찾아오셔서 우시면서 얘기하세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

제1대책 위원회에서는 댐건설을 반대하며 수자원공사의 토지보상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7년간의 공방과 반대시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댐 건설 진행절차는 더욱 탄력을 받아가기 시작했다. 대다수의 마을 사람들이 댐이 들어선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결국 제1대책 위원회에서도 더 이상 댐건설 반대만 외칠 수가 없었다. 이의혁씨는 "제1대책위 지역의 주민들조차 체념하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수자원공사의 실태조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우리가 건설반대 주장을 해도 만약 댐 건설이 이루어진다면 받게 될 피해는 최소한으로 막아야지요. 그래서 이번에 제1대책위도 '지점물에 대한 실태조사'는 참여하게 되었어요. 12월 중으로 건물과 유실수 등에 대한 보상이 나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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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2리로 들어오는 길. 한탄강댐 제1위원회의 '건설반대 깃발'이 이어지고 있다. 그 뒤로 "죽을수는 있어도 삶의 터전을 빼앗길수 없다"는 펼침막이 보인다. ⓒ 이재덕


마지막으로 대통령 후보 중 한 명이 한탄강댐 반대공약을 내세운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다.

"고맙지요. 대통령 후보들이 공약토론을 하게 되면 한탄강댐 문제가 좀 더 드러나게 될 테니까요. 국민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고 저희들의 반대운동도 더 많은 지지를 받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와의 인터뷰를 마쳤을때는 이미 해는 저문 뒤였다. 동두천역까지 그와 동행하는 동안 예전의 정겨웠던 고문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기자가 만나본 주민들 역시 모두들 순박하고 정이 넘치는 사람들이었다. 지금, 그들은 삶에 대한 고통을 느끼고 고민하고 있다. 댐건설을 둘러싸고 7년을 끄는 동안, 불확실함에서 오는 불안감과 생계에 대한 고민이 이들을 고통속에 몰아넣고 서로 갈등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무려 7년간 고문리는 신음해 온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환경문제나 졸속적인 행정처리 비판 등 한탄강댐에 대해 문제제기 할 수 있는 부분은 많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기사에서는 한탄강댐이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부분을 지적하고 싶었다. 내가 보기에 한탄강댐은 확실히 문제가 많은 사업이다. 하지만 1월25일 선고공판 결과가 어떻든지 간에 주민들의 생계에 대한 확실한 지원책은 마련 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환경문제나 졸속적인 행정처리 비판 등 한탄강댐에 대해 문제제기 할 수 있는 부분은 많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기사에서는 한탄강댐이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부분을 지적하고 싶었다. 내가 보기에 한탄강댐은 확실히 문제가 많은 사업이다. 하지만 1월25일 선고공판 결과가 어떻든지 간에 주민들의 생계에 대한 확실한 지원책은 마련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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