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0.19 07:10최종 업데이트 23.10.1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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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의 부모로 산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막막하고 힘들지만 이 삶을 사는 기쁨 또한 있기 마련이지요. 장애 진단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특수교육대상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하나씩 짚어가 봅니다.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 조금 덜 힘들고 조금 더 웃을 수 있길 바라면서요.[기자말]

학생이 학교에 가는 당연한 일상이, 발달장애 학생에게도 당연한 일이 될 수 있을까? ⓒ unsplash


특수교육대상자, 그중에서도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들에게 학교 문턱은 높기만 합니다. 통합교육 필요성과 별개로 현장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경직돼 있고 이런 분위기에 위축돼 특수학교에 가려 해도 갈 수 있는 학교가 없는 현실입니다.

어떡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학생이 학교에 가는 당연한 일상이, 발달장애 학생에게도 당연한 일이 될 수 있을까요?

특수학교가 없어요

사람들이 말합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은 특수학교에 가서 전문 교육을 받는 게 더 좋은 것 아니냐고.


그런데 그 특수학교, 가고 싶어도 못갑니다. 학교가 있어야 가지요. 자리가 있어야 가지요. 오죽하면 아파트 청약 당첨보다 어려운 게 특수학교 입학이라는 말도 합니다.

전체 특수교육대상자 중 72.8%가 통합교육을 받지만 이 수치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체를 아우른 수치입니다. 유치원의 경우 대다수가 통합교육 받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실제 학령기 특수교육대상자의 통합교육 비율은 그보다 낮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특수학교 비율이 높아져요. 초등학교 19.3%, 중학교 28.7%에 이어 고등학교는 전체 학생의 31.5%가 특수학교에 다닙니다.

서울엔 25개 자치구가 있는데 특수학교는 17개 구에만 있어요. 8개 구에 갈 수 있는 특수학교가 없습니다. 제 아들이 다니는 특수학교만 해도 스쿨버스가 3개 구를 돕니다. 장애 학생들이 아침마다 한 시간 넘게 스쿨버스를 타고 등교한다는 기사를 본 적 있을 거예요.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교육부에서도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노력은 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랑구에 2025년 동진학교가 개교할 예정이고 성동구에도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부지를 확보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구마다 특수학교가 있어야 하지만 특수학교는 부지를 찾는 것부터 난항에 부딪힙니다. 이유는 잘 아실 거예요. 아무리 남아도는 건물이 있고 땅이 있어도 특수학교가 들어서질 못해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무릎을 꿇어야 구마다 특수학교가 생길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2017년 9월 5일, 당시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주민토론회'에서 장애인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지역 주민들에게 장애인 학교 설립을 호소하고 있는 모습. ⓒ 신지수

 
복합특수학급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것 중 하나가 복합특수학급입니다. 일반학교 안에 아주 작은 특수학교가 들어서 있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생소한 분들이 많을 거예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우리나라에선 현재 경기도에서만 복합특수학급이 운영되고 있거든요.

경기도에서만 복합특수학급이 운영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땅덩어리 문제예요. 경기도는 지역이 넓고 광활합니다. 아무리 특수학교를 곳곳에 지어도 어느 지역에서는 특수학교에 가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주 작은 특수학교를 만들자는 발상을 하게 된 겁니다. 건물을 따로 지을 필요도 없었어요.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기존 학교에 빈 교실이 생기기 시작했거든요. 그곳에 아주 작은 특수학교인 복합특수학급을 만들기 시작한 겁니다.

보통 일반학교 안에 특수학급이 있지요? 그런데 일반적인 특수학급 옆에 복합특수학급 반이 2~3개 더 만들어져 있는 형태라고 보면 됩니다.

일반적인 특수학급에 소속된 학생들은 통합교육 대상자예요. 하루에 몇 시간은 원래 반에서(1학년 3반, 4학년 4반 등) 수업을 듣고 나머지 몇 시간은 특수학급에서 교육을 받지요. 하지만 복합특수학급 학생은 하루 종일 특수학급 안에서 전일제 교육을 받습니다.

공간만 일반학교의 교실을 빌렸을 뿐 실체는 특수학교이기 때문에 특수교사 인원부터 다릅니다. 특수학교 기준으로 특수교사 배치가 되거든요. 보통 한 반에 4명의 학생과 특수교사 2명이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지도사(실무사) 또는 사회복무요원 등 특수교육지원인력이 추가 배치되기에 학생들은 거의 1:1 지도를 받을 수 있는 환경입니다.

얼마 전 경기도 양주에서 복합특수학급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어머니를 만났는데요.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그 어머니 얘길 들으며 특수학교에 아들을 보내고 있는 전, 부러움도 살짝 느꼈어요. 아들 학교는 한 학급 당 학생 6명에 교사 1명인데 복합특수학급은 학생 4명에 교사 2명이었거든요.

아들 학교는 부지가 좁아 운동장도 없지만 복합특수학교는 일반학교와 건물을 공동으로 사용하기에 운동장, 체육관, 음악실, 식당 등 제반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거든요.

분리 조장에 대한 우려

복합특수학급은 2018년부터 운영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당시 교육부에서 각 지자체에 수요조사를 했는데 경기도를 제외하곤 손드는 곳이 없었다고 합니다. 경기도의 지역 특성이 워낙 두드러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마 '분리 조장' 등 장애인식 부분에서의 부담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복합특수학급이 안고 가야 할 문제 중 하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철저한 분리된 생활을 한다는 것이에요. 같은 공간(학교) 안에서 오고 가며 마주치기에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분리와 고립을 더 당연하게 여기는 인식이 확산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고민되는 지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특수학교 환경이 절실한데 갈 수 있는 학교가 없는 중도, 중증 장애 학생에겐 복합특수학급이 필요해 보입니다.

실제로 이런 사례도 있어요. 자녀의 장애 정도가 중증인데 특수학교가 너무 멀어 갈 엄두를 내지 못하다 보니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어도 장애 전담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더라고요(법적으로 만 12세까지 장애 전담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답니다).

그 엄마는 자녀의 12살 이후를 고민하고 있었어요. 만약 이 상황이 이어지면 해당 학생은 6학년까지 어린이집을 다니다 그 이후엔 주간보호센터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했어요. 그 학생은 평생 단 한 번도 학교에 다녀보지 않은 삶을 살게 되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선 일단 학교에 다닐 수 있는 복합특수학급, 병설형 특수학교, 소규모 특수학교 등 그것이 무엇이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수학급도 부족합니다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모습 (자료사진) ⓒ 연합뉴스

 
특수학교만 부족한 게 아닙니다. 통합교육 안에서의 특수학급 수도 부족합니다. 특수학급마다 과밀학급이 되니 각종 문제가 터져 나오고 통합교육까지 흔들립니다.

발달장애인 아들의 경우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가 쌍둥이 딸(비장애인)이 배정받은 초등학교였지만 특수학급이 없었어요. 딸이 다니는 학교에 특수학급을 지어달라는 다른 학부모의 요청이 있었는데 당시 교장은 남는 교실이 없다며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2년 후 딸 학교에선 3개의 남는 교실을 뚫어서 특별실을 짓더라고요.

4~5년 전 일이에요.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사례가 많은 것을 알고 일반학교 내에 특수학급을 신설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당시 장학사와 특수교사들이 많은 정보를 주셨는데요. 특수학급 개설이나 증설 요구는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 및 특수교육 담당 장학사와 상의해서 일을 진행하라고 했습니다.

해당 학교에 특수학급이 정말로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특수학급을 개설할 교실이 있는지 실사에 착수하는 모든 것을 위에서 해결하게 하라고요. 위에서 결정되면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학부모가 교장을 먼저 만날 필요가 없다고 했어요. 교장이 특수학급 신설을 반대할 경우 학부모와 감정의 골만 깊어질 수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요즘 분위기는 또 다른가 봅니다. 그동안 달라진 사안이 있나 싶어 서울시교육청과 지역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차례로 문의했는데요. 두 곳 모두 '학교장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을 보고 솔직히 놀랐습니다.

출산율 저하로 빈 교실이 생기기 시작해도, 아무리 특수교육법 제17조(특수교육대상자의 배치 및 교육) 1항이 버젓이 있어도, 학교장이 강력히 반대하면 특수학급을 개설하거나 증설할 수 없다는 뜻이었거든요.

당연하게 학교에 가는 사회

특수교육대상자 수는 해마다 늘어갑니다. 기술과 의술의 발달로 전체 장애인 수는 줄어가는데 발달장애인 수와 특수교육대상자 수는 꾸준히 늘어간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전체적인 인구수 저하에도 불구하고 발달장애인 수가 갈수록 늘어가는 현실에서 특수교육대상자의 학교 갈 권리, 교육받을 권리는 더 이상 나와 상관없는 '먼 나라 남의 일'이 아니게 되는 어느 순간이 올지도 모릅니다.

내 아이가, 내 손주가, 내 조카가, 내 친구의 아이가 특수교육대상자여도 당연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데 모두가 힘을 보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나와 상관없는 장애 학생 한 명을 위한 일이 아니라 '어떤 아이를 낳아도 괜찮은' 대한민국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놓는 의미 있는 작업이 될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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