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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사법부의 반정부 시위자 첫 사형 집행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이란 사법부의 반정부 시위자 첫 사형 집행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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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사법부가 사형 선고를 받은 반정부 시위대에 대해 처음으로 형을 집행했다. 

이란 국영 방송은 8일(현지시각) 반정부 시위에 참여해 사형 선고를 받은 23세 남성 모센 셰카리의 사형이 집행됐다고 보도했다.

셰카리는 지난 9월 25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보안군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죄로 기소됐고, 이란 법원은 지난달 13일 셰카리를 비롯한 반정부 시위 관련자들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다.

이란 사법부 "반정부 시위대에 동정 필요 없어"

이란 사법부가 운영하는 이슬람혁명 법원은 셰카리가 이슬람 율법을 어겼다며 '모하레베'(신에 맞서는 적의) 혐의를 적용했다.  

AP통신은 "이란이 반정부 인사를 기소할 때 주로 이 혐의를 적용해왔다"라며 "이슬람혁명 법원은 피고가 변호인을 선택하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열람할 권리를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셰카리에게 사형을 선고한 아불카심 살라바티 재판관은 표현과 집회의 자유를 행사한 정치범, 언론인, 인권 운동가 등 100여 명에게 장기 징역형이나 사형 선고를 내리면서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앞서 이란 사법부는 판사들에게 "반정부 시위대에 불필요한 동정을 보이지 말고 강력한 벌을 선고해야 한다"라고 지시한 바 있다. 

국제사회는 이란 정부를 맹비난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의 메흐무드 아미리 모가담 대표는 "셰카리가 변호인의 도움을 받지 못했고, 불공정한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목숨을 잃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번 사형 집행은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대응을 이끌어내야 한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매일 시위자들이 사형당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IHR에 따르면 반정부 시위 관련자 중 최소 12명이 사형 선고를 받았다.

국제앰네스티도 성명을 내고 "시위자들을 위협하기 위해 조작된 가짜 재판"이라며 "유죄 판결을 받고 한 달도 되지 않아 이뤄진 사형 집행은 이란 사법 체계의 비인간성을 드러낸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 사법부는 즉각 사형 선고를 취소하고, 평화적으로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모든 사람에 대한 기소를 취하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국제사회 "끝 없는 인권 경시" 맹비난... 시위대 더 자극할 수도 

서방 국가들도 이란에 날을 세웠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약식 재판"이라며 "이란 정부의 인권 경시는 끝이 없다"라고 비난했다.

프랑스 외교부 대변인도 "이번 사형 집행은 인간의 기본권과 자유에 대한 중대하고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지적했으며,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장관은 "이란 정부가 자국민에게 휘두른 끔찍한 폭력을 세계가 외면하면 안 된다"라고 밝혔다.

영국 BBC 방송은 "이번 사형 집행은 사람들에게 공포를 심어주며 시위에 나서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반대로 분노를 일으킬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라며 "이란 정부로서는 거대한 도박"이라고 진단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테헤란 도심에서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의문사를 당한 사건을 계기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세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란의 인권운동가통신(HRANA) 집계에 따르면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지난 2일 기준 미성년자 64명을 포함해 469명의 시위 참가자가 사망했고, 1만8천여 명이 체포됐다.

태그:#이란, #히잡, #반정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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