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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 대표.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 대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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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오래 전부터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해 왔다. 일본은 정부가 나서서 역사를 부정하고 있다. 우리는 역사부정 세력이 많고, 온라인에서 더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공교육 체계에서 '위안부' 역사를 교육할 의무가 없다 보니, 그냥 의식 있는 교사들이 가르치는 정도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요즘 일본과 한국의 대응이 너무 다르다."


이경희(74)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 대표가 6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대표는 7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열리는 '창립 15주년 기념 초청강연-축하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속에, 지난 15년 활동을 더듬었다.

이 대표는 경남여성단체연합(여연) 대표를 맡고 있을 때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2005년 전후해 몇몇 자원봉사자들과 할머니들을 돕기 위한 활동을 벌이다가 2006년 준비위를 거쳐 이듬해 마창진시민모임을 창립했다.

그는 "여성인권 운동의 연장선에서 시작됐다. 서울 '정대협'에서 할머니들을 돌봐야 한다고 제안을 해서 같이 하게 됐다"며 "피해 할머니들이 지역에도 살고 계셨는데, 제안을 받고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창원지역에는 피해할머니 7명이 살고 있었다. 이 대표와 자원봉사자 4명이 1주일 단위로 할머니를 찾아뵙고 돌봐드렸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지역에 할머니 일곱 분이 살아계셨다. 그 뒤에 다른 지역에 사시다가 이쪽으로 오시는 분도 계셨다"며 "자원봉사자들이 노력을 많이 했다. 임의로 만든 모임이다 보니 활동에 한계도 있었고, 시민사회와 논의를 해서 단체를 만들었다. 창립하기 몇 해 전부터 활동을 했는데, 청립한 지 벌써 15년이나 됐다"고 회고했다.
 
창원에 남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 1명


창원지역에 생존해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현재 1명뿐이다. 마창진시민모임은 그동안 할머니들이 별세하실 때마다 대부분 시민사회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그는 "기억에 남는 할머니들이 많다"고 했다. 그중 유독 김아무개 할머니가 생각난다고 했다. 창원마산 양덕동에 사시던 그 할머니는 말년에 폐질환을 앓았다. 병이 악화돼서야 병원으로 모실 수 있었다고.

"편찮으시다는 말을 듣고 병원에 가자고 해서 막무가내셨다. 병이 악화되고 나서야 병원으로 모셨다. 그런데 병원에서 환자복으로 갈아입지 않으려고 하셨다. 처음에는 왜 그러시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정부에서 생활지원금이 나올 때마다 은행에 가서 현금으로 바꾸었고, 그 돈을 배게며 방바닥 밑에 보관해 두었고, 심지어 몸에 지녀야 한다며 옷에 넣어 갖고 계셨던 것이다."

이 대표는 "병원에서는 환자복으로 갈아입으려고 했지만 끝내 하지 않으려고 하셨던 할머니의 뜻을 왜 몰랐는지에 대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마창진시민모임 자원봉사자들은 이처럼 할머니들의 삶과 처지를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는 또 "할머니들한테서 생전에 많은 증언을 들었다. 그 중에 이아무개 할머니가 생각이 난다. 그 분은 너무나 담담하게 증언을 하셨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기억력이 좋으셨던 것 같다. 일본군에 끌려가서 다녔던 대만, 스리랑카 등 예닐곱 군데 지역을 다 기억했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의 배경에 대해 이 대표는 "오랜 가부장적 문화와 제도의 인류역사에서 누적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의 양태가 제국주의, 식민주의, 인종주의와 결합된 역사적 사건"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여성을 천시하고 성적 유린이 만연했던 성문화가 전시에 그래도 동원된 것"이라며 "오랜 남성 중심 가부장제 역사 속에서 여성의 몸과 성을 착취하고 억압해 온 형태가 제국주의, 식민주의와 결합해 자행한 역사적 사건이다"라고 덧붙였다.

'역사부정세력의 확장'을 우려한 이 대표는 "지금 정부 들어서서 2015 한일합의를 부활하려는 조짐이 보인다"며 "지난 8월 박진 외교부 장관은 한일합의가 공식합의로 존중돼야 한다고 했고, 합의 정신에 따라 이 문제가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같은 역사 문제는 단기적으로 외교 협상이나 정치적 타협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장기적으로 가치와 인식의 확산, 미래세대 역사교육을 병행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돕는 활동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끼는 게 있다. 한반도 자주, 평화운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제국주의와 결부돼 있다. 그것을 끊어내야 하고, 그래서 평화와 통일운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마창진시민모임은 이날 저녁 미국에서 활동가는 정영진 대표(Action for One Korea)를 초청해 /일제 강제동원 역사의 청산과 통일 코리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회를 연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 창립 15주년 행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 창립 15주년 행사.
ⓒ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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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일본군 위안부, #이경희 대표, #정연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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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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