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고, 현재도 그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반대하는 서대문 주민들이 모여 <여성가족부 폐지에 반대하는 서대문구 사람들>을 꾸리고 서명운동을 진행했습니다. 서명운동에 참여한 이유, 대통령 선거 당시 쏟아진 발언들에 대한 의견 등을 자세히 듣고자 10여 명의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를 기사로 소개합니다. - 기자 말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1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메시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1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메시지.
ⓒ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추은지입니다. 서울 서대문에 살고 학교도 나오고 직장도 여기에서 다니고 있어요. 천연동에 살고 있고요."

-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 서명에 참여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는 총여학생회 활동을 했었어요. 매년 총여학생회를 없애냐 마냐 의논하는 총회가 열리는 걸 지켜봐왔고, 그에 반대하는 활동을 해왔거든요. 서울에 총여학생회가 있는 학교가 몇 개 없다고 알고 있어서, 총여학생회가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자부심이었거든요.

저에게 이런 배경이 있어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 등) '여성가족부 폐지하자'는 주장은 총여학생회 없애야 한다고 했던 주장들과 너무 닮아 있어서 반대 서명에 참여했어요. 반대 서명하는 게 저에게는 너무 당연한 일이었어요. 오히려 제가 사는 지역에 이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저에게는 더 신기한 일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거리에 포스터 붙여져 있는 거 보고 바로 참여했거든요." 

"근거 없이 '여가부 폐지' 올렸던 대선 후보... 처음엔 장난인가 생각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를 올렸던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저는 처음에 무슨 장난치는 건가 그렇게 생각했어요. 공약을 내세우려면 타당한 근거나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데, 그냥 무조건 폐지하겠다 이러는 게 (말이 안 돼서). '대통령 선거가 장난인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근거가 궁금했는데, 그 일곱글자는 그냥 '무조건 폐지하겠다' 그런 뜻이잖아요.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구조적인 성차별은 이제 없고 차별은 개인적인 문제다'라는 발언도 있었는데요. 구조적인 차별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유가 뭘까 싶었어요. 노동 현장이랄지 곳곳에서 여성들이 차별받고 있는 건 명백하잖아요. 윤석열 대통령이 장관이나 임원 임명한 것만 봐도 여성이 한두 명 수준인데. 그 자체가 구조적 성차별이잖아요."

- '무고죄 강화' 공약도 내세웠어요.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무고죄 강화를 말하길래, (이러면) '여성들이 더 이상 자신의 경험을 신고 할 수 없겠구나, 더 무서운 세상이 오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가해자들은 여전히 무고죄를 이용을 많이 하잖아요. 가해자인 어떤 연예인은 엄청 당당해하면서 무고죄 적용하겠다고 협박식으로 말하기도 하고. 무고죄 강화라는 게 불러올 효과가 되게 공포스러워요. 

가령 성폭력 피해를 겪은 사람은 그 피해 사실이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어려움을 겪는데, 이제는 그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것조차도 두려워하게 되는 거잖아요. 이 사회가 정말 공포스러운 사회로 가는구나, 더 이상 우리는 누군가에게 피해 사실을 솔직히 이야기할 수도 없는 사회가 될 수도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무섭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이번 대선 전후로 사회적으로 바뀌었다고 느낀 게 있으신가요? 

"사실 좀 지치고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너무 저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계속 해대니까... 저 스스로도 이걸 무시하는 거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의식적으로 피하는 거라고 해야 할지 그런 게 있었거든요. 저는 (이런 의제가) 반박할 것도 안된다고 생각해서, 관심을 오히려 가지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을 지치고 힘들게 만드는 게 저쪽의 전략이었던 걸까 싶기도 하고요." 

"성차별 시정하려면, 예산 증액 등 오히려 지금보다 여가부에 힘 실어줘야"
 
지난 9월19일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앞에서 진보당, 녹색당, 불꽃페미액션, 전국여성연대 회원들이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을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고 발언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올해 사법처리된 20대 스토킹 피해자 1,285명 중 1,113명이 여성이다. 스토킹 피해자와 성폭력 피해자의 절대다수가 여성인 한국사회에서, 이번 사건을 여성과 남성의 문제로, 젠더폭력으로 보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으로 볼 수 있냐’며 ‘신당역 살인사건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차별과 성폭력이 중첩되고 집약된 명백한 여성혐오 범죄’라고 주장했다.
 지난 9월19일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앞에서 진보당, 녹색당, 불꽃페미액션, 전국여성연대 회원들이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을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고 발언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올해 사법처리된 20대 스토킹 피해자 1,285명 중 1,113명이 여성이다. 스토킹 피해자와 성폭력 피해자의 절대다수가 여성인 한국사회에서, 이번 사건을 여성과 남성의 문제로, 젠더폭력으로 보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으로 볼 수 있냐’며 ‘신당역 살인사건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차별과 성폭력이 중첩되고 집약된 명백한 여성혐오 범죄’라고 주장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여성가족부가 폐지되지 않고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를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구조적인 차별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그 구조적인 차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히나 성차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해를 겪고 있는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행정 기관이 필요하니까요. 그런 행정기관은 현재 여성가족부밖에 없고 당연히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봐요. 노동 이슈는 노동부에서, 건강 이슈는 복지부에서 하는 것도 있잖아요. 그런 이유 때문에 예산이 빠져서 여성가족부 예산이 적은 걸로는 알고 있지만. 성차별을 시정하는 것까지 각 부처가 자체로 해내지 못하는 부분들도 있거든요. 여성가족부가 다른 부서들이 차별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그를 시정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감시·감사할 수도 있는 거죠.

성차별을 시정하는 정책이 모든 부처에서 이루어지려면, 오히려 지금보다 여성가족부에 더 힘을 실어줘야 하는 거 아닐까요?" 

- 여성가족부에서 더 추진해야 할 정책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을 연구하고 또 그들을 보호하는 입법 활동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계속 이슈가 되고 있는 성소수자 부부들이나 생활동반자법이라든지 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해요. 저도 혼자 사는데 집을 구하려고 해도 신혼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들이 있거든요. 가족의 형태나 구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만한 곳이 여성가족부밖에는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생활동반자법은 가장 필요하고 시급한 것 같기도 해요. 저는 혼자 산 지 6년 정도 됐거든요. 어느 순간 내가 잠을 자다가 갑자기 심장마비가 오면 누가 찾아와서 알 수 있을까, 며칠이나 걸릴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님은 속초에 계시는데 제가 당장 시급한 무언가가 필요할 때 떨어져 있는 부모님보다 가까운 지인들이 보호자가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게 지금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니까요. 이런 고민들을 하다 보니 청년고독사 이슈에도 관심을 많이 갖게 되기도 했어요."

- 서대문구에서 성평등을 위해 주목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저는 안전인 것 같아요. 제가 살고 있는 곳 골목으로 조금만 들어가도 노후한 건물들이 많아요. 골목이나 오래된 건물들 곳곳에 여성 안전을 위한 고민들이 필요해 보여요. 밖에서 창문이 열리지 않게 장치를 설치해 준다든지 하는 사업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게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특히 서대문구는 대학도 많고 하다보니 여성 청년들이 많이 사는 동네인데 오래되고 낡은 건물이 많거든요. 그런 걸 신경을 많이 썼으면 좋겠어요."

태그:#여성가족부폐지반대, #성평등, #서대문구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서울 서대문구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