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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저녁 6시 34분 침묵 시위에 참가한 청년 150여명이 이태원역 인근 도로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섰다 .
 3일 저녁 6시 34분 침묵 시위에 참가한 청년 150여명이 이태원역 인근 도로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섰다 .
ⓒ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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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저녁 6시 34분,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을 묻는 청년들의 침묵시위가 이틀 연속 열린 이태원역 인근에서 한 20대 여성 참가자가 1시간 내내 눈물을 쏟고 있었다. 4년 전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인 A씨(20대)는 "나와 너무나 가까운 일"이라는 자책감에 퇴근 후 시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대중문화 업계에서 일하는 A씨는 오늘 한 업체에 취업했다. 기존 직원의 자리가 갑자기 비어 구직이 이뤄진 자리였다. A씨는 "상사로부터 '한 직원이 이태원 참사에 희생되면서 인원이 비었다'는 얘길 들었다"며 "마음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A씨는 "29일 핼로윈 때도 원래 이태원에 나갈 예정이었는데, 느낌도 안 좋고 그냥 우연히 나가지 않았다"며 "나 또한 죽을 수 있었다. 운 좋게 살아남았다. 희생된 지인은 없으나 참사가 나의 일로 느껴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A씨가 참여한 시위는 지난 2일부터 저녁 6시 34분 이태원역 4번 출구 인근에서 열리고 있는 청년들의 시위다. 6시 34분은 사고 당일 경찰에 압사 관련 신고가 최초로 접수된 시각으로, 참사가 일어나기 4시간 가량 전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10개 청년단체가 "구할 수 있는데 죽었다"며 오는 5일 정부가 정한 애도기간까지 침묵시위를 열고 있다.

A씨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의 나라의 어머니들이 행정절차나 경제적 곤란의 문제로 아직 자기 자식의 시신도 받고 있지 못한 사실이 가장 마음이 아프다"며 "이건 일반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국가의 잘못이고 책임인걸 외국인인 나도 안다"고 말했다.
 
3일 저녁 이태원 압사 참사가 일어난 이태원역 인근에서 청년 150여명이 정부에 책임을 묻는 침묵 시위를 벌였다.
 3일 저녁 이태원 압사 참사가 일어난 이태원역 인근에서 청년 150여명이 정부에 책임을 묻는 침묵 시위를 벌였다.
ⓒ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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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저녁 이태원 압사 참사가 일어난 이태원역 인근에서 청년 150여명이 정부에 책임을 묻는 침묵 시위를 벌인 뒤 녹사평역 합동 분향소를 방문해 합동 묵념 인사를 올렸다.
 3일 저녁 이태원 압사 참사가 일어난 이태원역 인근에서 청년 150여명이 정부에 책임을 묻는 침묵 시위를 벌인 뒤 녹사평역 합동 분향소를 방문해 합동 묵념 인사를 올렸다.
ⓒ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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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여명 청년들 "대통령에 책임 묻겠다"
 

시위 주최 측은 지난 2일엔 100여명의 청년이 모였으나 이날은 150여명의 청년들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저녁 6시 34분부터 7시까지 이태원역 4번 출구 앞 인도 양옆에 피켓을 들고 나란히 섰다.
 
"'탓'하기 바쁜 정부 말고 책임지고 민생 챙기는 정부"
"대한민국 헌법 34조 6항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도대체 무얼 위해 존재하는 국가인가?"
 

참가자들은 저마다 박스나 검은색 도화지에 손 글씨로 정부를 규탄하는 문구를 적었다. 참가자 김아무개(20)씨는 "본질적인 걸 보지 않고 이걸 바꾸지 않으니, 세월호부터 김용균, 이태원 참사까지 같은 일이 반복된다"며 "매번 이후 수습만 하지, 생명과 안전을 진실로 생각해 이전에 이를 방지하려는 모습이 없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주최단체 중 하나인 페미니즘당의 이가현씨는 대통령, 국무총리, 정부 당국이 무책임한 모습을 보인다고 질타하며 "오세훈 시장이 지난 1일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서울시 책임에 대해서 언급하는 건 순서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하지 않았나. 세월호와 판박이"라며 "국무총리, 행정안전부 장관 등의 실언을 보면, 국민을 보호해야 할 자들이 국민을 범죄집단이자 위험분자로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최 측은 4일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침묵시위를 한 차례 더 열고 정부의 애도기간이 끝나는 5일엔 오후 2시 침묵시위를 연 뒤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행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는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와 정치인의 태도에 분노한다"며 "참사의 근본 책임이 국가에 있다는 것을 묻기 위해서 집무실로 향한다"고 말했다.

참가자 150여명은 오후 7시 인근 녹사평역 합동 분향소로 행진해 단체 묵념을 올렸다. 이어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다시 행진했으나, 대통령 집무실 반경 100m 이내는 집회 금지 구역이라는 이유로 경찰병력에 막혀 반경 100m 지점에서 피켓을 들고 잠시 머무른 뒤 해산했다.

태그:#이태원 압사 참사, #청년들 침묵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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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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