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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오늘 갈 길이 멉니다."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말대로 18일 국정감사 대상 기관은 모두 11곳이나 됐다. 서울고검, 수원고검, 서울중앙지검, 서울동부지검, 서울남부지검, 서울북부지검, 서울서부지검, 의정부지검, 인천지검, 춘천지검, 수원지검 등 모두 검찰이었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지난 정부 관련한 수사를 한꺼번에 여러 건 진행중인 곳이고, 수원지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서울동부지검의 경우 역시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수사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웃자고 했더니 죽자고..." vs. "지켜야 할 선이 있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도읍 법사위원장과 정점식 국민의힘 간사,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간사(왼쪽),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오른쪽)가 대화하고 있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도읍 법사위원장과 정점식 국민의힘 간사,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간사(왼쪽),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오른쪽)가 대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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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법사위 국감은 약 18분 늦게 시작됐다. 증인 선서에 이어 노만석 서울고검 검사장 직무대리, 이주형 수원고검장의 업무보고가 진행됐다. "상식을 지키는 검찰이 되겠다"는 말로 끝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업무보고가 끝난 시각은 오전 10시 43분. 김도읍 위원장이 국감을 진행하려고 하자,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성북구을)이 신상 발언을 요청했다. 

기동민 : "이건, 웃자고 했더니 죽자고 달려드는 격입니다. 심각한 명예훼손입니다. 조 의원님의 사과를 요청합니다."

전날 국감에서 기 의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하여 "사람 한 분이 북한군에 의해 무참하게 피해를 당한 것인데, 그래서 최고 존엄인가 하는 사람이 공식적인 사과까지 한 사안"이라고 발언했고, 이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비례대표, 당대표)이 "김정은 위원장을 최고 존엄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었다. 풍자나 비유 차원에서 한 발언을 두고 사실상 동료 의원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으니 사과하란 것이 기 의원의 주장. 이에 조 의원도 신상 발언을 요청했다. 

조정훈 : "최고 존엄이란 단어는 북한 체제를 상징합니다.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선언한 국회의원으로서 농담으로라도 최고 존엄으로 부를 수 없습니다. 사과할 의사 없습니다."

다시 기 의원이 신상 발언을 요청했다. 기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도 아니고 시대전환 의원이 이렇게 얘기한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면서 "풍자나 해학 영역에서도 '최고 존엄'이란 말을 쓰면 안 된다는 그런 사고방식이 '윤석열차' (논란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편협한 세계관"이라고 주장했다. '불똥'이 튄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들이 여기저기 튀어나왔고 장내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조 의원이 신상발언으로 또 맞받았다. "국회의원 발언에도 선이 있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는 말에 기 의원이 '육성'으로 맞받으면서 고성이 오갔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서구을) 등이 '참전'하면서 "정의롭지 못하다", "저보다 정의로운가"라는 발언들이 반말과 함께 오갔다. "오늘 갈 길이 멀다. 상황이 악화되니 다른 의원들은 끼어 들지 말라"고 김 위원장이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도저히 감사를 계속할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을 증인으로 출석한 검사 20명이 앉아 지켜보고 있었다. 결국 오전 11시 1분, 김 위원장은 감사 중지를 선포했다. 

권인숙, 김근식 재구속 과정 추궁... 김남국 "김영일... 검찰에 던진 메시지"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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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40분께 재개된 국감에서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연쇄 아동성범죄자 김근식에 대해 출소 직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과정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권 의원은 "김근식 출소 이후 대책 발표하던 상황에서 갑자기 여죄를 들고 나왔다"면서 "국민이 불안해하고 무서워하는 사건임에도 출소시키려다가 워낙 국민들 반발이 크니까 갑자기 바꾼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성훈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을 상대로 '여죄 사실을 언제 알았는가' '영장 청구 경위' 등을 추궁했지만 돌아온 답은 "수사 경과는 말씀 못 드린다"는 것이었다. 
 
홍승욱 수원지검 검사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홍승욱 수원지검 검사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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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안산시단원구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과 쌍방울그룹 횡령·배임 의혹수사를 지휘하는 총책임자를 최근 갑작스럽게 변경한 것을 두고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법무부는 지난 9월 23일 '원포인트 인사'로 앞서 수사를 지휘하던 김형록 2차장검사를 감사원으로 파견하고 김영일 평택지청장을 수원지검 2차장검사 직무대리로 발령냈다. 이를 두고 김영일 검사가 과거 IDS홀딩스 사건 수사 과정에서 주범을 검사실로 불러 사실상 편의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다시 부각되면서 야당 대표 수사를 총괄하는 지휘자로는 더더욱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시민단체나 피해자 단체들로부터 제기된 바 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등검찰청 등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등검찰청 등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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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김 의원은 "김영일 검사는 윤석열 사단의 핵심이라 할 수 있고 한동훈 장관의 측근이라 할 수 있다"면서 "잘 수사하고 있던 검사를 빼고 그 자리에 자기 라인 검사 꽂아서 뭔가 만들어 오라는 메시지를 검찰 전체에 준 것이다. 매우 부적절한 인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인사 경위를 묻는 질문에 홍승욱 수원지검장은 "내가 인사권자가 아니다"고 하면서도 "공직 사회에서 라인은 있어서도 안 되고, (김영일) 직무대행도 그렇게 평가받을 사람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태그:#김영일, #기동민, #조정훈, #홍승욱, #송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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