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 가입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칭, 운동본부)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시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CPTPP 가입 시도를 막아낼 것을 다짐했다. 또 여기에 더해 식량주권과 쌀값 폭락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하며 대정부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CPTPP는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의 약자로, 일본의 주도로 아시아·태평양 11개국이 참여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을 뜻한다. 2018년 12월 30일 발효됐고 한국은 그간 가입 신청을 연기해왔는데, 지난해 12월 홍남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 4월 CPTPP 가입신청서 제출이 목표"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가입 추진을 약속했지만 농수산업계의 거센 반발과 정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며 현재 가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운동본부 박석운 공동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국내산 쌀값이 크게 하락(지난해 10월 80kg에 22만 7000원이었던 쌀값은 올해 9월 16만 4000원으로 28%가량 하락했다)하고, CJ제일제당이 자사 제품 '햇반'에 국내산 쌀이 아닌 미국산 쌀 '칼로스'를 일부 사용하는 등 식량주권이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CPTPP 가입 저지와 함께 식량주권 사수 또한 지켜져야 할 과제"라고 주장했다. 또 "국회 토론회 개최, 서명운동 진행 등 대중투쟁으로 정치권을 압박하겠다"며 "11월 중순 CPTPP의 영향력을 담은 대국민 보고서도 발행해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리겠다"고 말했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CPTPP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고,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많이 미쳐 단순히 농업의 문제로만 볼 수도 없다"고 주장하며 "지금까지 FTA가 진행됐던 과정과 다르게 이번 CPTPP만큼은 우리가 먼저 검증에 나서겠다. 농민들이 직접 나서 그 실상을 국민들께 알림으로써 가입을 저지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엄미경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은 "다른 모든 나라들이 자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며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더 많이 개방하고 수입하는 정책은 나라와 미래를 포기하는 정책이다. 지금은 농어민이 먼저 죽겠지만 나아가서는 우리의 아이들, 더 나아가 우리 민족과 나라가 죽는 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큰사진보기
|
| ▲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햇반컵반" 제품 7종에 사용하는 쌀을 국내산에서 미국산으로 변경했다. |
| ⓒ 차원 | 관련사진보기 |
윤석열 정부 농업정책에 '농민' 없어...식량주권 박탈은 곧 국민 생명 위협
운동본부는 낭독한 기자회견문에서 "정부는 CPTPP의 추진으로 다시 한번 농어업을 개방의 목전에 끌어다 놓았다. 개방 정책이 농민과 어민의 삶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우리는 지난 시간 충분히 지켜봤다"며 "농어업의 붕괴로 인한 심각한 먹거리의 위기가 찾아왔고, 먹거리의 위기는 곧 생존의 위기"라고 주장했다.
또 "윤석열 정부의 농업정책에는 '농민'이 없다"고 지적하며 "폭락하는 쌀 가격에 대한 근본적 대책 없이 생색내기 정책만 있고, 폭등하는 생산비에 대해서는 생색내기 정책조차도 없는 실정"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이대로라면 이 땅의 농어민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고 호소하며 "우리의 식량주권을 지키는데 함께 해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CPTPP 가입 저지, 쌀값 보장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 농산물 가격의 안정, 농민 권리의 보장 등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식량주권은 박탈되고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이 위협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농어업 말살! 국민건강권 침해! CPTPP 가입 저지하자!" "CPTPP 가입 저지하여 식량주권·먹거리안전 지켜내자!" 등의 구호를 외친 뒤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