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학축제는 어느 때보다 화려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만에 축제가 개최되면서, 대학들은 유명 가수들을 앞 다퉈 섭외했고, 학생들은 폭발적인 반응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즐거움이 주는 빛 뒤에는 어두운 문제점도 많았다. 대학축제는 각 캠퍼스에서 총학생회 주최로 통상 봄(5월)과 가을(9월)에 연2회 열리는데, 섭외 비용 관련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여기에 암표 거래부터 참가자 차별까지 문제들이 상당하다. 

비싼 학비로 가수 부르기?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사이먼 도미닉.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사이먼 도미닉. ⓒ MBC


뉴진스-르세라핌-아이브-위너-지코-10cm(연세대학교)
아이브-볼빨간사춘기-아히이-10cm-사이먼도미닉-쿠기(성균관대학교)
뉴진스-박재범-이하이-로꼬-사이먼도미닉-홀리뱅-우원재(단국대학교)
ITZY-지코-에일리-윤하-박혜원-10cm(동국대학교)
잔나비-다이나믹듀오-폴킴-ITZY-10cm-타이거JK-윤미래(경희대학교)
김범수-지코-거미-다운-콜드-ITZY(중앙대학교)
위너-(여자)아이들-비비-다이나믹 듀오(인천대학교)
헤이즈-청하-빌리-다이나믹듀오(남서울대학교)


2022년 가을 대학축제를 장식한 가수들의 이름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가수들로 구성된 화려한 라인업이다. 축제를 준비하며 대학별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이렇듯 연예인 섭외. 그렇다면 연예인을 섭외하는 데 얼마 정도의 비용이 들고, 그 돈은 어디에서 지출되는 걸까.

<오마이스타>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국립대학교와 사립대학교의 축제 비용은 일반적으로 총학생회가 관리하는 학생회비에서 우선적으로 지출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생회비 납부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학생회마다 예산이 상이하다. 그런 이유로 비용이 부족할 경우 등록금이 포함돼 있는 학교회계에 지원을 요청하기도 하다. 

서울대학교 학생지원과 소속 한 관계자는 "총학생회 중심으로 가수 섭외비 등 축제 예산안을 직접 짜고 있고, 비용마련도 총학생회에서 주도한다"면서 "제휴업체로부터 받은 광고비와 후원금, 총학생회비 등이 포함된 자체회계에서 먼저 축제 비용이 지불된다. 코로나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가수들의 몸값이 올라가서 재정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그러면 학교에 요청해 모자란 만큼만 '지원'을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가수를 부르는 데 드는 비용이 최소 1000만 원이고, 평균적으로 가수 한 팀당 섭외비는 2000~4000만 원이다. 유명 연예인의 경우 한 팀당 5000만 원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무대 설치비용 등이 추가로 든다. 사이먼 도미닉은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대학축제들에서 많은 수익을 얻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축제에 온 가수들을 보며 분위기에 한껏 들뜬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학생회비와 등록금에서 연예인 섭외 비용이 나가는 것에 대해 부정적 시선도 존재한다. 

수도권 사립대에 재학 중인 최아무개씨(23)는 "3년 만에 열린 대면 축제여서 같이 모여서 소리치고 노래도 따라 부르고 하니까 스트레스도 풀리고 좋지만, 한편으로는 등록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라며 "아르바이트 해서 매번 힘들게 내는 학비인데 이렇게 쓰이는 게 최선인 건지 잘 모르겠다. 축제에 꼭 비싼 연예인을 그렇게 많이 불러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축제에 연예인을 고액으로 섭외하는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몇몇 학교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수도권 사립대 관계자는 가수들의 무대 이외에 다른 축제 프로그램도 마련했음을 밝히기도 했다.

"다른 대학교가 축제 비용으로 얼마를 쓰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과도한 건지 아닌 건지 객관적으로 알 수 없다. 단순히 연예인이 무대를 꾸미는 것만이 축제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에, 우리 학교는 단과대별로 참여할 수 있는 체육대회를 열어 학생들과 교수님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축제 프로그램을 준비하기도 했다."

범죄피해 및 안전사고, 암표 거래에 차별논란까지
 
 연세대 축제 모습

연세대 축제 모습 ⓒ 연세대 인스타그램


비단, 연예인 섭외 비용의 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 축제의 과열 양상이 불러오는 사건사고 및 논란들도 끊이지 않는다. 봄 축제가 한창이던 지난 5월 13일,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 축제에서 20대 여성이 공연을 보던 중 성추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일 캠퍼스에는 학생뿐 아니라 외부인들까지 한데 몰려 혼잡한 상황이어서 용의자를 잡는 데는 실패했다.

같은 달 26일 고려대 축제에서는 "인파가 지나치게 몰려 압사 당할 것 같다"라는 신고가 들어와 일부 공연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실제로 대학축제에는 재학생만이 아니라 무대에 서는 가수들의 팬들, 즉 외부인들이 대거 몰리기 때문에 관객수가 포화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다반수다. 

SNS를 통해 학생증 혹은 암표가 거래되기도 한다. 재학생은 아니지만 무대를 보고자 하는 이들이 해당 학교의 학생증과 입장 팔찌 등을 돈을 지불하고 사는 것이다. 
 
 영남대 축제 모습

영남대 축제 모습 ⓒ 영남대 인스타그램


지난 9월에는 충북대 단과대 축제에서는 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단과대 학생회가 공연장을 천막으로 둘러싸서 학생회비 미납자들의 관람을 막았다는 내용이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충북대학교 내에서 운영되는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전하는 게시물이 보이기도 했다.

글쓴이는 "공연장 내부 좌석은 학생회비를 낸 학생만 입장할 수 있었다"라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학생회비로 주최된 행사인 만큼 회비를 안 낸 사람이 못 보는 건 당연한 것"이라는 반응과 "너무 했다, 옳지 않다"라는 반응으로 나뉘었다. 

지난 5월에는 계명대에서 유사한 논란이 있었다. 계명대 총학생회가 공연 좌석을 일반존 2개, 재학생존 1개로 나뉜다고 알리며, 재학생존에 들어갈 수 있는 재학생들을 '학생회비를 납부한 학생들'로만 한정하겠다고 공지한 것. 이에 계명대 재학생들은 차별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반발이 거세지자 계명대 총학생회 측은 관련 공지를 결국 삭제했다.

앞서, 서울시립대도 학생회비를 낸 학생들이 축제 공연을 좋은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시립존'을 마련했다가 학생들의 반발로 철회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해 총학생회 측은 "행사를 학생회비로 준비하고 있지만, 학생회비 납부자가 매우 적다. 학생회비를 납부한 학생들에게 아무런 혜택이 주어지지 않아 (혜택을 주기 위해 시립존을) 운영했던 것"이라고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새로운 대학축제 문화 필요
 
 호남대 축제모습

호남대 축제모습 ⓒ 호남대 인스타그램


대학축제의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학교는 학생들이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눈길을 끈다. 일례로, 중앙대는 학생들이 직접 주최하고 즐길 수 있는 플리마켓과 버스킹 공연, 영화제 등을 선보였고, 한국외대는 외대라는 특색에 걸맞게 세계 여행 부스들을 설치해 학생들이 각국의 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호남대는 부모님과 가족 친지, 유학생, 교직원 등이 다함께 어우러져 즐기는 '호남대 패밀리 축제'를 개최했다. 이 축제에서 선보인 다양한 프로그램 중, 재학생이 부모님이나 형제, 자매, 친지 등과 함께 팀을 이뤄 경연에 참여하는 '패밀리가요제'가 특히 큰 호응을 얻었다.

호남대 총학생회 측은 "학생들이 거리두기와 비대면 수업 등으로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을 뿐 아니라 부모님도 함께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모님과 함께 즐기며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해 감사함을 전하려 했다"라며 행사의 기획의도를 전한 바 있다.

조선대학교는 오는 27일과 28일 '빛고을 보은제'를 개최해, 조선대 설립 주체인 시민과 도민과 함께하는 시간을 마련한다고 알렸고, 광주대 역시 지역민을 초대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나눔의 장을 꾸리기도 했다.
대학축제 아이브 지코 뉴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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