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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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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부터 작년까지 8년 연속 이어지던 부동산 대세상승장이 엊그제 같은데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부동산 시장은 순식간에 빙하기로 접어들었다. 대세하락장의 초입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에 메가톤급 악재가 두 개 있으니 고금리 기조의 유지가능성과 역전세난의 심화 가능성이다.

고금리 기조 유지가능성을 강력 시사한 한은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상승률이 5% 이상으로 지속되는 고(高)물가 상황에서는 물가안정을 한국은행의 가장 중요한 임무로 설정하고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했다.

이 총재는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앞으로도 고물가 상황의 고착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향후 기준금리 인상의 폭과 시기는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여건의 변화가 국내 물가와 성장 흐름,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또한 이 총재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5~6%대의 오름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높은 수준의 환율이 추가적인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앞으로도 고물가 상황의 고착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한편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7월 정점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정점이 10월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유럽이 겨울을 맞으면서 국제유가가 변화하면 상황이 변할 수 있으며 전세계적인 강달러로 석유류 가격이 더 오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아직까지는 10월 정도를 정점으로 예측하고 있으나 두고 봐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서 이 총재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물가상승률이 빠르게 내려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부연하며, "한은의 기본적인 입장은 5% 이상 고물가가 유지되는 한 무엇보다도 물가 안정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금리는 인상 기조를 유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물가가 5% 이상이면 다른 문제가 증폭되거나 서민 고통이 커질 수 있다"며 "물가상승률이 5% 이상이면 금리 인상 기조를 가져가서 물가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이하로 떨어지면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최적의 정책 조합을 이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충격'과 '공포'로 다가온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
 
이창용 한국은행총재. 사진은 9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이창용 한국은행총재. 사진은 9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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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은총재가 국감장에서 한 발언을 요약하면, '물가 정점은 아직 오지 않았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5%대 고물가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한은으로선 5%대 고물가가 유지되는 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바꿀 수 없다'가 될 것이다.

근래의 부동산 대세상승이 전 세계적 유동성 홍수 탓임은 긴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비유하자면 밀물이 들어와 뻘밭에 있던 배들을 종류를 가리지 않고 밀어올렸던 것이다. 밀물이 썰물로 바뀌면 떠올랐던 배들이 모두 뻘밭으로 가라앉기 마련이다.

지금 미 연준을 필두로 한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자처하며 돌진적으로 추진 중인 기준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을 비롯한 자산시장에 썰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며, 하여 시장참여자들의 초미의 관심은 지금과 같은 통화긴축 기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다. 그런데 국감에 참여한 이 총재가 '5%대 고물가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확률이 높은데, 물가가 5%대 아래로 떨어지기 전까지 기준금리 인하는 없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이다.

이 총재의 발언은 시장참여자들에겐 '충격'과 '공포'에 다름 아니다. 5%대 고물가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 미 연준의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각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추세, 폭등하는 원-달러 환율 등을 감안할 때 보수적으로 잡아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연말 3.5%, 내년 상반기 3.75~4.00%에 도달할 확률이 매우 높으며, 내년 하반기에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의 향방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통화정책 기조가 꽤 오랜 기간 긴축기조를 유지한다는 건 매도자들에겐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투자 수요건, 실수요건 간에 수요가 소멸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을 강타할 역전세난 쓰나미

부동산 매매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전세시장도 태풍 전야의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격이 빠르게 하락하는 가운데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자 매매물건을 전월세 물건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7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6만264건으로 한달 전(6만2518건)보다 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월세 물건은 7일 현재 총 6만6433건으로, 한달 전(5만8012건)보다 14.2% 증가했다. 이중 전세물건은 4만1945건으로 한달 전(3만6437건)보다 15.1%증가했는데, 이는 불과 2년 전인 2020년 10월 6일(8642건)과 비교하면 거의 400% 증가한 수치다.

가뜩이나 전세수급지수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전세가격도 떨어지는 마당에 전세매물마저 폭증한다면 전세시장의 하락세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문제는 전세시장의 하락세가 전세시장만의 곤란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전세시장의 가파른 하락세와 전세물량의 폭증은 곳곳에서 조짐을 보이고 있는 역전세난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고, 심화된 역전세난은 필연적으로 매매시장에서 급매물의 증가로 이어져 매매시장의 대세하락을 한층 가속화시킬 것이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설상가상에, 첩첩산중의 형국

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매매시장의 하락과 전세시장의 하락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 고금리 기조의 상당기간 유지와 역전세난의 습격이라는 초대형 폭탄 두개가 부동산 시장에 투하되었다.

한 마디로 주택소유자 입장에서는 당분간 설상가상(雪上加霜)에, 첩첩산중(疊疊山中)의 시간들이 전개된다 할 것이다. 반면 무주택자에게는 인내와 준비와 기회의 시간들이 펼쳐질 것이다.

태그:#긴축기조, #역전세난, #이창용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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