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빅마우스> 김주헌 인터뷰 이미지

ⓒ 솔트엔터테인먼트

 
지난 9월 17일 종영한 MBC 드라마 <빅마우스>는 13.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그만큼 아쉬운 결말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판도 함께 쏟아졌던 작품이었다. 

수십 년간 방사능 폐수를 방류해 많은 사람들을 고통 받게 만들었던 '악당' 최도하가 아무런 법적 처벌도 받지 않고 다시 한 번 시장에 당선됐기 때문. 물론 그는 자신이 방류한 방사능 폐수 수영장에서 죽음을 맞이했지만, 급하고 어설픈 마무리라는 아쉬운 목소리가 많았다.

지난 달 서울 강남구 논현동 모처에서 만난 김주헌은 이에 대해 "악인이 너무 쉽게 죽었다는 반응을 저도 이해한다"면서도 "어떻게 보면 그게 더 현실적이지 않나. 살면서 (나쁜 사람들이) 죄값을 받았으면 하는데, 더 편안하게 가는 걸 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드라마 후반부 최도하의 악행들을 지켜보면서 외로움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방송될 때는 실시간 댓글도 찾아보면서 많이 웃었다. (최도하를 욕하는) 반응도 재미있었고. 촬영하고 꽤 시간이 지나서 잊고 있었는데, 방송 보면서 오히려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15, 16회에서는 좀 외로웠다. 촬영할 땐 몰랐는데 (방송에서 편집으로) 붙여놓으니까 느껴지더라. (최)도하의 악행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장면들도 다 괜찮았는데, 마지막 회를 볼 때는 좀 외롭더라. 다른 배우들이 마지막 방송이라고 SNS에 함께 촬영했던 사진들을 올리는데, 저는 못올리겠더라. 어제(19일) 게시물을 마지막으로 올리면서 조금이나마 여운을 남기고 싶었다. 마음껏 욕하셔도 된다는 의미의 게시물이었지."

<빅마우스>는 우연히 맡게 된 살인사건에 휘말린 승률 10%의 생계형 변호사가 거대한 음모로 얼룩진 특권층의 민낯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렸다. 극 중에서 김주헌은 검사 출신의 구천시장 최도하로 분했다. 

최도하는 드라마 중반부까지 시청자가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었다. 궁지에 몰린 박창호(이종석 분)를 도와주는 선한 사람처럼 보였다가도, 뒤에서 모든 것을 조종하는 '빅마우스'처럼 보이기도 했다. 결국 악인이라는 게 밝혀졌지만 최도하도 과거 진실을 알리려다가 강회장(전국환 분)에게 살해 당한 할아버지를 둔 피해자 유족이었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김주헌은 비밀이 많은 인물이라 연기하기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진짜든, 가짜든 간에 감정을 숨기는 연기는 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어떤 감정인지, 이 장면이 (드라마 후반부에) 어떻게 쓰일지 잘 모를 때 더 어렵다. 내가 눈빛으로 뭔가 연기하려고 하면 감독님이 '조금 없애는 게 어떨까요' 하는 식으로 디렉팅할 때도 있었다. 대본이 마지막 회까지 다 나와있지 않았고, 인물들의 관계성도 촬영하면서 점점 만들어져 나가는 것이라서 그런 게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이미지를 떠올리는 방식으로 많이 해결하려 했다. 물론 이미지가 캐릭터를 완성하는 전부는 아니지만 도움이 된다. 코미디 연기를 할 때는 사슴이 깡총깡총 뛰는 이미지를 연상해서 대사를 내뱉는 속도나 행동에 그런 이미지를 입히는 것이다. 최도하는 최대한 느릿느릿한 이미지로 보여주려고 했다. 여유로워보이고 싶었고 공지훈(양경원 분)과 대비되어야 했다. 초반부에 저는 오히려 (최도하가) 돋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면 위에 낙엽처럼 있다가 튀어오르는 순간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 일단 (표현을) 최대한 참으려고 했다. 저는 손동작도 굉장히 많은 편인데 참느라고 힘들었지(웃음)."


"시청자들 위한 힌트도 있었다"
 
 MBC 드라마 <빅마우스> 김주헌 인터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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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헌은 악인 최도하를 연기하며 몸무게를 10kg 가량 찌웠가 다시 감량하는 노력도 했단다. 그는 "초반부에는 최도하의 몸이 좀 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82kg까지 찌웠다. 전작이었던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촬영 끝나는 때부터 고중량 운동도 하고 많이 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수영장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는 10kg 가량 감량한 상태였다고. 그는 "후반부로 갈수록 최도하가 궁지에 몰린다. 겉으로는 승기를 잡은 것처럼 보이지만 본인에게도 어떻게 스트레스가 없었겠나. 잠을 편안하게 잤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감량했다"고 전했다. 이어 마지막 장면에서는 미처 말하지 못했던 시청자들을 위한 힌트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마지막에 수영장 장면을 찍을 때 일부러 물 속에 들어가서 눈을 뜨고 있었다. 죽을 때 피를 토하면서 방사능에 피폭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긴 하지만, 이미 물 속에 있을 때부터 피폭된 상태이지 않나. 눈에 실핏줄이라도 터져 있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 전조증상처럼. 입술에도 아무것도 바르지 않고 튼 상태 그대로 촬영했다. 시청자분들이 봤을 때 갑작스러운 죽음이더라도, 그런 작은 전조증상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김주헌은 <빅마우스>를 촬영하기 전부터 부담이 컸었다며 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촬영하기 전에) 빌런(악당)이고 큰 역할이라 부담감이 컸다. 스스로에 대한 '퀘스천 마크'도 있었고 (촬영하고 집에 가서) '내가 잘 찍은 게 맞나', '이렇게 연기했으면 어땠을까' 고민도 많이 했다. 꼭 집에 가서야 좋은 생각이 나더라. 그런데 잘못된 연기는 없다고 생각한다. 연기라는 건 늘 선택의 문제이고, 이렇게 연기했을 때 다음 신이랑 어떻게 연결되어 맞아들어가느냐의 문제다. 저는 최대한 다양한 걸 보여드리려고 한다. 

언제까지 배우를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게 연기는 가장 큰 관심사이자 삶의 원동력이다. 항상 낯선 배우가 되고 싶지. 내가 보여주는 연기가 조금이라도 매번 달랐으면 좋겠고, 모든 작품이 훌륭한 배우는 아니더라도 '저 배우, 그 작품에서 최고였지' 그 얘기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 지금 저한테는 그게 제일 큰 것 같다."
김주헌 빅마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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