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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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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9일 오후 5시 18분]

"긴밀한 소통을 통해 사드 문제가 한중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

"사드 문제는 전적으로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주권 사항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어떠한 타협이 있을 수는 없다."


위는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와 관련해 각각 중국과 미국에 건넨 말이다. 전자는 지난 16일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회 상무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리 위원장에게 한 발언이고, 후자는 지난 18일 보도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서 나온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미국엔 사드와 관련해서 어떠한 타협도 불가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중국엔 사드가 한중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사드와 관련해 한국에 원하는 바를 상기하면, 윤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동시에 이뤄지기 어려운 것들이다. 

윤 대통령 사드 발언에 <환구시보>, 중국 입장 수용했다고 분석
  
16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윤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이 민감한 사안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수용하고 더 잘 이해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한국이 미국을 따르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한 양국은 일부 주요 사안에 대해 지금보다 나은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16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윤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이 민감한 사안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수용하고 더 잘 이해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한국이 미국을 따르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한 양국은 일부 주요 사안에 대해 지금보다 나은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환구시보>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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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윤석열 대통령의 사드 관련 발언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살펴보자. 16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윤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이 민감한 사안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수용하고 더 잘 이해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한국이 미국을 따르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한 양국은 일부 주요 사안에 대해 지금보다 나은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랴오닝사회과학원의 한반도 전문가인 뤼차오는 <환구시보>에 "사드는 중한 사이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며 "중국은 미국이 한국의 영토를 이용해 중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중한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반대한다"면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선 "윤 정부가 중국의 엄숙한 입장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양시위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역시 같은 기사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미국은 공급망 문제에 있어 한국과의 동맹을 이용하고 있지만 한국은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과 맞서는 것이 자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는 듯하다"고 평했다. <환구시보>의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해당 발언을 윤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2017년부터 '3불1한' 고수해 온 중국... 후보 시절부터 반대한 윤 대통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1월 30일 페이스북에 '사드 추가 배치'라고 썼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1월 30일 페이스북에 "사드 추가 배치"라고 썼다.
ⓒ 윤석열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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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사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정확히 무엇일까. 이는 지난 8월 9일, 박진 외교부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회담에서 논란이 된 '3불1한(三不一限)'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중국의 '3불1한'은 지난 2017년 10월 31일 외교부가 발표한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간 협의 결과'에 기초한다. 해당 협의문에서 "중국 측은 MD 구축,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 등과 관련하여 중국 정부의 입장과 우려를 천명했다"는 내용이 3불이고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는 그 본래 배치 목적에 따라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것으로서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내용이 1한이다.

즉, 중국은 사드와 관련해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계(MD) 편입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동맹의 세 가지는 '불가'하고 현재 배치된 사드 기지는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운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러한 '3불1한'에 대해 후보 시절 노골적으로 반대를 표명했다. 사드를 추가 배치하겠다고 '한줄 공약'을 내세웠고 TV 토론에서 "음속, 극초음속 미사일이 개발되면 대응하는 데에 한미간 MD는 필요하지 않겠나 싶다", "그러나 그걸(한미일 군사동맹)을 안 한다고 중국에 약속할 필요는 없지 않나"고 발언했다.

지난 8월에 문제가 된 중국의 '3불1한' 요구에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사드는 북한 핵·미사일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 수단이며 안보 주권 사항"이라며 "결코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 역시 8월 말부터 운영 정상화 작업에 착수했다.

문 정부에 '모호한 태도'라고 비판했지만... 대통령실 "사드에 모호함이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NYT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너무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고 비판하면서 "나는 예측 가능성을 추구할 것이며, 한국은 미중관계에서 더욱 분명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NYT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너무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고 비판하면서 "나는 예측 가능성을 추구할 것이며, 한국은 미중관계에서 더욱 분명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NYT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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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리잔수 위원장과 만나 "사드 문제가 한중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환구시보>의 보도 내용에서 알 수 있듯 윤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이 보기에 '3불1한'이라는 중국의 입장을 윤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처럼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리 위원장과의 만남이 이뤄진 지 이틀 뒤, 윤 대통령은 미국 NYT 인터뷰에서 "(사드는)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주권 사항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어떠한 타협이 있을 수 없다"고 발언했다. 중국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발언을 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NYT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너무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고 비판하면서 "나는 예측 가능성을 추구할 것이며, 한국은 미중관계에서 더욱 분명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드 문제를 둘러싼 윤 대통령의 발언만 보더라도 윤 대통령은 중국에 마치 중국의 입장을 받아들일 것처럼 시그널을 보내놓고는 미국에는 사드와 관련해 타협은 없을 것이라 선을 그었다. 문재인 정부의 미중 외교를 너무 모호하다고 평할 수 있다면 사드와 관련한 이 같은 윤석열 정부의 미중 외교 역시 마찬가지로 모호한 것 아닐까.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19일 "사드는 안보주권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윤석열 정부의 입장은 변한 적이 없다"면서 "중국 측에 설명한 내용도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이러한 정부의 원칙이 한중관계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태그:#윤석열, #리잔수, #사드, #미중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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