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자에서 진행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퍼플카펫 행사. 박광수 집행위원장과 배우 김지미, 변재란 조직위원장의 모습(좌측부터).

25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자에서 진행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퍼플카펫 행사. 박광수 집행위원장과 배우 김지미, 변재란 조직위원장의 모습(왼쪽부터).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갑작스럽게 수연이가 먼저 저 세상에 가서 제가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순서대로 갔으면 좋았을 텐데 왜 영화계에서 할 일이 많은 우리 후배를..."
 
원로 배우 김지미의 추모에 청중들이 숙연해졌다. 올해로 24회를 맞이한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25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렸다. 이날 개막식은 고 강수연 배우를 향한 특별한 추모 등으로 진정성을 더하며 막이 올랐다.  
 
식전까지 비가 내리며 우중 행사가 예상됐지만, 본식이 시작되며 잦아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 행사를 준비한 서울여성영화제엔 배우 김지미를 비롯해 권해효, 예지원, 문성근, 이장호 감독, 니키 리 감독,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서지현 검사 등 영화계 및 여성운동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개막식 사회는 변영주 감독과 배우 한예리가 맡았다. 애초에 영화제 홍보대사인 배우 방민아가 변영주 감독과 호흡을 맞추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코로나19 확진으로 불참하게 됐던 것. 마찬가지로 개막식 축하 공연을 하기로 했던 가수 김윤아도 코로나19 감염으로 밴드 '새소년'의 황소윤이 무대를 장식했다.
 
"간섭 아닌 관심이 필요할 때"

개막 선언은 변재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조직위원장과 박광수 집행위원장이 함께 했다. 주요 지역 정치인이 무대에 올랐던 타 영화제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변재란 조직위원장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100년이 넘는 한국영화가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데엔 많은 분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음을 잘 알고 있다"라며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박광수 집행위원장은 "여성들은 법과 제도가 지켜주는 게 아닌 우리들의 지지와 연대, 연결, 사랑과 신뢰로 지켜지는 것 같다"며 "간섭이 아닌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2019년 신설된 올해의 보이스 상엔 여성환경연대, 장애인 인권운동에 앞장선 '굴러라구르님' 김지우 작가, 임종린 SPC파리바게뜨 지회장이 선정됐다. 53일째 회사를 상대로 단식투쟁 중인 임종린 지회장은 투쟁 구호를 함께 외치며 단단한 연대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식 풍경.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식 풍경.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식 풍경.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식 풍경. '올해의 보이스'에 선정된 여성환경연대, 김지우 작가, 임종린 SPC파리바게뜨 지회장(왼쪽부터).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특히 행사 중 진행된 고 강수연 추모 의식과 공로패 전달에 배우 김지미와 강수연의 동생 강수경씨가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국내 영화계를 떠나 현재 미국 LA에서 생활 중인 김지미는 "수연이가 어린아이 역할로 등장했을 때 그 데뷔작을 함께 했다"라며 "국제무대에서 상도 받고 제가 한 것 이상을 해낸 그를 고맙게 생각했는데 갑작스럽게 가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능력 있고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고, 자부심을 갖고 긍지를 갖고 영화계를 지켜줘 왔다"라고 말했다.
 
무대에 오른 강수경씨는 "가족들에게는 참 힘든 시간이었지만 또 한편으로 너무 감사한 일들이 굉장히 많았고 강수연이라는 사람에 대해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자릴 마련해 주신 영화제 관계자분들꼐 감사드린다"라며 생전 고인이 자신에게 쓴 육필 편지를 직접 읊었다.

"바라는 것은 어디에 있던 무엇을 하던 너 자신이 행복하고 즐거워야 한다. 지금보다는 내일이 더 행복하고 미래가 즐겁기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 항상 부지런하고 겸손하고 검소하고 너 자신이 주인이 될 수 있게 노력해라' 이 메시지는 늘 제게 하시던 말씀이었다."

강씨는 편지를 읽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개막식에 이어 개막작 <더 제인스>가 상영됐다.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임신 중단 시술을 몰래 진행해 온 비밀조직 제인에 대한 이야기로, 최근 낙태권을 뒤집는 판결을 내린 미국 연방대법원 등 사회적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다.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오는 9월 1일까지 8일간 진행된다. 총 33개국 122편의 영화가 오프라인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김지미 강수연 새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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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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