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열린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개막식에서 자원활동가들과 함께 개막선언을 하는 정성우 집행위원장

지난 18일 열린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개막식에서 자원활동가들과 함께 개막선언을 하는 정성우 집행위원장 ⓒ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제공

  
 지난 18일 목포해양대학교 운동장에서 개최된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개막작 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를 마친 후 남은 관객들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지난 18일 목포해양대학교 운동장에서 개최된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개막작 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를 마친 후 남은 관객들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제공

 
"지금까지 영화제 중 가장 많은 관객이 찾아 왔다."
 
지난 18일, 제9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목포해양대학교 운동장. 붉은 노을의 해거름에 시작된 개막식에서 운동장 좌석을 채운 관객들을 보며 정성우 집행위원장은 한껏 설렌 모습이었다.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많은 관객이 찾았기 때문. 개막식에 참여한 관객은 200여명 정도로, 예전 30~40명 정도가 참여했던 것에 비교하면 5~7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바다와 인접한 개막식장의 정취가 관객을 사로잡았다. 국제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이수원 이사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라면서 "야외 개막식이 환상적"이라고 호평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도 "기대 이상의 개막식이었다"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의 시작은 지역의 작은 카페였다. 2014년 영화제를 하고 싶었던 정성우 감독이 카페와 건물 옥상을 전전하며 영화제를 이어간 것이다. 전환점이 된 것은 2018년 극장을 마련한 이후부터였다. 전남 최초의 독립영화관인 목포시네마라운지MM은 지역의 관심을 높였고, 각 지역 독립영화인들이 목포를 찾아야 하는 이유가 됐다. 해마다 장소가 바뀐 영화제도 안정을 찾았다.
 
9회를 맞은 올해 예산은 3천만 원으로 늘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지원이 절반을 차지했다. 상영작 공모에 950편이 응모할 만큼 관심도 커졌다. 개막식을 목포해양대학교에서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노력이 쌓인 결과였다.

개막작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는 카페에서 영화제를 개최할 때 초청됐던 백재호 감독이 진행해 의미를 더했다. 목포에서 제작된 영화가 개막작으로 상영된 것도 특별했다.
 
중소도시 독립영화관의 생존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는 순도 높은 영화제다. 공간의 한계에도 18일~21일까지 4일간의 영화제 기간 내내 목포시네마라운지MM은 관객들로 붐볐다. 40석 정도의 극장은 매회 사람들로 가득했고, 상영 후 이어지는 관객과의 대화 열기도 뜨거웠다. 
 
하지만 불모지에서 씨를 뿌리고 싹을 틔우는 과정이기에 대도시 상영관들과 비교해 어려움은 여전하다.
 
목포시네마라운지MM은 2018년 개관해 2020년 지역의 도움으로 한차례 이전했으나, 계약 기간 만료로 다시 이전해야 할 상황이다. 비상설 상영관의 한계로 인해 영진위 운영 지원도 받을 수 없다. 새로운 장소를 마련하기에는 부담이 상당하다.
 
영화관 운영에 참여하는 스태프가 5~6명에 달할 만큼 적지 않은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 지금까지 공모 사업과 영상물 외주작업, 웹드라마 제작 등을 통해 저변을 확대했다. 영화학교도 개설하는 등 생존을 위해 뭐든 마다하지 않고 있다. 열정 페이는 필수가 됐다.
 
그렇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에 굴해서 영화관이나 영화제를 포기할 마음은 없다. 지난 2019년 영화제 당시 '우리는 계속하겠습니다'라는 슬로건에는 불모의 땅에 독립영화 씨를 뿌리겠다는 이들의 의지이자 다짐이 담겼다. 
 
 지난 19일 목포 '해관 1897'에서 열린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포럼

지난 19일 목포 '해관 1897'에서 열린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포럼 ⓒ 성하훈

  
지난 19일 영화제 부대행사로 개최된 포럼에서는 이들의 고민이 묻어났다. '문화도시와 영화'를 주제로 한 포럼은 궁극적으로 앞으로의 방향성을 고민해 보는 자리였다.
 
발제자들은 미디어센터 등 기반시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남훈 모두를 위한 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 이사장은 '지역에서의 커뮤니티시네마 활동 사례'를 제시했다. 민관 협력 거버넌스 체계 구축을 통해 지자체가 시민들의 영화 활동을 지원하는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아울러 민관이 협력하는 공동체 영화관이나 미디어센터 설립을 통한 문화도시 생태계 조성의 필요를 제언했다.
 
박혜선 시네마MM협동조합 이사장도 영화 영상문화 유지를 위한 미디어센터와 전용관 지정이 가능한 시설을 갖춘 안정적인 공간 마련, 지역 영화 제작지원 등을 요청했다.
 
포럼에 참석한 목포시 공무원과 시의원 등은 공론화 자리가 마련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관심을 나타냈으나, 관건은 지자체장의 의지다. 

이는 지역 영화가 당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지자체가 지원해서 생겨났던 영화제들이 최근 일방적 지원 중단으로 영화제 개최가 불투명해진 것도 결국 원인은 지자체장에게 있다. 
 
미디어센터 개관과 영화제, 중랑구청장의 의지
 
 2021년 12월 개관한 중랑미디어센터

2021년 12월 개관한 중랑미디어센터 ⓒ 중랑구청 제공

 
지난 12월 서울 중랑구에서는 중랑미디어센터가 개관했다. 2018년부터 중랑구를 이끌고 있는 류경기 중랑구청장의 힘이 컸다. 자치구 차원에서 미디어센터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랑구는 "1인 미디어 시대가 오면서 주민들이 단순 소비자나 수용자가 아닌 직접 미디어 생산자와 공급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다양한 미디어 활동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었다"라고 개관 목적을 밝혔다. 극장 시설도 마련해 영화상영도 진행하고 있다.
 
미디어센터 설립 등에 대해 자문한 영화제작사 빈스로드 정윤재 대표는 "류경기 구청장이 2018년부터 의지를 보여 시민단체 등의 자문을 거쳐 2021년 미디어센터 결실을 맺었다"라며 "단편영화 제작과 시민영화 아카데미를 통해서 중랑구민들이 영화교육을 받았고 영화도 제작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를 바탕으로 9월 2일~4일까지 망우역사공간에서 1회 망우별빛영화제가 개최된다. 지역에서 만든 영화들을 선보일 예정인데, 중랑미디어센터가 공간과 장비를 지원한다.
 
정윤재 대표는 "구청장의 노력에 더해 처음 시작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신경 써주신 공무원들의 역할이 컸다"라며 "중랑구청 협치과 과장님을 비롯해 주무관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이어 "영화문화에 대한 작은 관심이 지역 사회 영화 영상문화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서울의 경우 지난 2021년 강서구와 관악구에서도 미디어센터가 문을 열었고, 지역에서는 아산시와 대구 중구에 미디어센터가 생겼다. 유튜브 활용이 늘어나는 등  영상이 삶의 일부가 되면서 미디어센터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민간단체가 미디어센터를 개설하기도 하지만 전국 53개의 미디어센터 중 4개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대부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그리고 지자체 등이 설립 주체가 된다. 지역 영화발전에서 기본적인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는 미디어센터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지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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