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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19가 창궐하고 매일같이 TV에서 확진자 발생 소식을 들었지만 주변에 코로나19가 걸렸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확진자들이 서울경기와 같은 수도권에서 발생했고, 그게 아니라도 부산, 대구와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진자 발생 빈도가 높았다.

올들어 오미크론이 확산되면서 예전과 달리 확진자 수가 엄청나게 폭증했다. 그러다 주변에도 하나둘씩 확진자들이 생겨났다. 오랜만에 안부 연락을 해보면 집에서 격리하면서 재택치료를 받고 있다는 지인들이 종종 있었다. 그럴 때마다 상태는 괜찮은지 물어보곤 했지만 막상 나와 내 가족이 걸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TV에서만 보던 일이 우리 집에도...
 
생각치도 못하게 2줄이 뜬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 자가진단키트 생각치도 못하게 2줄이 뜬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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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 우리 집에도 일어났다. 차라리 젊은 내가 걸리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필 위험도가 높은 80대 어머니가 확진이 됐다. 확진 3일 전, 처음으로 다함께 가족여행을 다녀온 후라 가족들이 모여 있는 단체 톡방에 어머니 확진소식을 전하고 모두 다 검사를 받아보라고 알렸다.

다음날 모든 가족들이 다 검사결과 음성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나도 음성, 딱 어머니만 확진이 되었다. 우리 집에서 바깥활동을 제일 안하는 게 어머니인데 어떻게 딱 어머니만 확진이 되신 건지, 정말 코로나19의 감염 경로는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별다른 증상은 없었다. 그냥 가족여행을 다녀온 후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가진단키트 2개로 어머니와 나, 두 식구 자가검사를 해봤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어머니 자가진단키트에서 선명하게 두 줄이 나왔다. 그걸 보고도 어머니는 본인이 양성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바로 어머니께 마스크를 쓰시라 하고 어머니 방을 나왔다. 막상 2줄 양성반응이 나왔는데 평소 이럴 걸 미리 준비하고 있지 않았던 터라 어떻게 해야 할지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우선 다시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정확한 정보를 몰랐다. 최근에 선별진료소가 아닌 동네병원에서도 검사가 가능하다는 소식을 들어 알고 있지만 아무 병원이나 가면 되는 건지 헷갈렸다.

자가키트 양성...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지?

부랴부랴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다가 헷갈려서 급히 시청으로 전화를 걸었다. 시간이 저녁 6시가 넘은 때라 당직실로 연결이 됐다. 사정을 설명하고 어디에서 검사를 받아야 하냐 물으니 우리 집에서 제일 가까운 선별진료소 중 저녁 8시까지 운영하는 곳을 알려주었다.

전화를 끊고 바로 어머니를 모시고 선별진료소로 갔다. 원래대로라면 의심환자 본인이 직접 자차를 운전해서 가거나 방역택시라는 걸 이용해야 한다는데 80대 고령의 어머니를 그렇게 보내드릴 수 없어 내 차 뒷좌석에 태우고 선별진료소로 이동했다.

저녁시간이라 병원이 한산했다. 그래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PCR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2줄이 나온 자가진단키트를 지퍼팩에 넣어서 의료진분께 가져다 드리니 바로 간단한 신상정보 관련 서류를 작성한 후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의료진분은 본인도 확진이 되었다가 재택치료해서 약 먹고 금세 나았다며, 불안해 하는 나와 어머니를 안심시켜 주셨다.

PCR 검사를 받으면 신속항원과 달리 검사 결과가 다음날이 되어야 나온다. 다음날 점심때쯤 문자가 올 거라고 해서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불안한 마음에 혹시 음성으로 나올 수도 있냐고 물으니 자가진단키트에서도 양성이면 그만큼 바이러스가 많이 활성화된 거라 거의 양성이 나올 거라는 말이 돌아왔다. 미리 기대를 내려놓아야 했다.

다음날 점심시간이 지났는데 문자가 오지 않았다. 그러다 한참 후에 문자가 왔다. 역시나 '양성'이었다. 그렇게 어머니는 꼼짝없이 집 안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방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셨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날부터 평소보다 콧물과 기침 증상이 좀 더 심해지셨다.

양성 판정이 나오면 바로 병원이나 보건소 등에서 재택치료 관련 연락이 빠르게 올 줄 알았다. 하지만 직접 경험한 건 기대와 달랐다. 지난 일주일은 거의 환자를 방치하는 수준이었다. 80대 고령이라 '집중관리군'으로 분류가 되었는데도 이 정도였으니, 일반 확진자들은 어떻게 관리가 되고 있는 건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7일간의 재택치료, 과연 어떻게 진행되나?

재택치료를 할 경우, PCR 검사를 한 당일부터 7일이 되는 날 자정까지 외부와 격리조치를 한다. 둘째날 오후 늦게나 확진 문자를 받았으니 7일 중에 이틀은 그냥 지나버렸다. 그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으니 급한 대로 약국에 가서 기침약을 사다가 어머니 방에 넣어드렸다.

그리고 3일 차가 되었다. 3일 차 오후가 되어서야 드디어 처음으로 상담원분께 전화가 왔다. 보호자를 바꿔달라고 해서 내가 직접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는 고령의 집중관리군이라 비대면 진료차 내일(4일 차)부터 모니터링 연락이 올거라고 했다. 전화로 증상을 이야기하고 비대면으로 진료, 처방전을 내준다고 한다. 그럼 보호자가 해당 병원으로 가 처방전을 받고 대신 약국에서 약을 받아야 한다.

만약 급하게 진료가 필요하면 동네병원에 직접 전화를 걸어 진료를 받으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어머니의 증상이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해, 나라에서 시키는 프로세스대로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렇게 3일 차가 지났다.
 
원격 진료를 통해 처방받은 코로나 확진자 치료약
▲ 처방약 원격 진료를 통해 처방받은 코로나 확진자 치료약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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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차부터 비대면 진료가 시작될 거라고 했는데, 하루종일 기다려도 연락이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서 어떻게 된 거냐 물어보니 본인들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전담부서에서 연락이 빨리 갈 수 있도록 전달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확진자 폭증으로 의료진분들이 엄청 바쁠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이런 상황이 되니 우려가 커졌다. 

결국 아무런 연락도 없이 5일 차가 됐다. 5일 차 점심쯤 되어서 문자가 날아왔다. 문자 내용을 보니 이제 전담병원이 지정된 듯했다. 그리고 잠시 후 전화가 왔는데, 전담병원이었다. 처방약을 배송해주면 밤늦게나 도착할 거고, 보호자가 있으면 병원 앞 약국에 와서 약을 찾아가라고 했다.
 
구호물품이 집으로 도착했다
▲ 구호물품 구호물품이 집으로 도착했다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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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고 해당 병원 건물에 함께 붙어 있는 약국에 가서 환자 정보를 이야기하고 약을 받았다. 아침, 점심, 저녁이 모두 다른 처방약 5일분이었다. 약 복용 안내를 듣고 얼른 집으로 가서 어머니 방에 넣어드렸다.

그리고 조금 뒤, 우리가 사는 지자체에서도 구호물품이 배송됐다. 최근엔 이런 구호물품을 잘 주지 않는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배송이 됐다. 즉석밥, 즉석국과 같은 식품류가 한 박스 들어 있었다.

6일 차는 모니터링 전화도 없었다. 그리고 대망의 7일 차에는 전화가 와서 밤 12시까지 격리하면 된다는 이야기와, 남은 약이 있으면 다 복용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리고 밤 12시가 되어서 어머니의 재택치료가 끝났다.
 
재택치료기간이 끝나는 7일차가 되어서야 집으로 도착한 건강관리세트
▲ 건강관리세트 재택치료기간이 끝나는 7일차가 되어서야 집으로 도착한 건강관리세트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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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중에 약을 받는 데만 5일이 소요됐다. 그리고 마지막 7일 차 오후가 되어서야 체온계와 산소포화도 측정기들이 있는 '건강관리세트'가 집으로 도착했다. 정말 아무런 의미 없는 사후조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을 직접 겪어 보고 나니 정부의 대처에 답답함을 토로하는 환자 가족분들의 심정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됐다.

확진자 폭증에 장기간 감염병 대응으로 의료진분들이 너무도 수고 많으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현재의 이런 시스템으로는 정말 환자 관리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지난 일주일간, 나는 한 집에서 어머니 식사 등을 챙겨드리며 보호자로서 최선을 다했다. 옮아서 감염이 될 것도 각오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나는 감염되지 않고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일주일간 나의 요리 실력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가 됐다.

이렇게 우리 집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던 일이 결국 일어났다. 그렇게 TV에서만 듣던 이야기가 현실이 되었고 마음 졸이던 일주일이 지났다. 어머니 치료기간이 끝나고 오랜만에 아침운동을 나갔더니 어느새 공원에는 봄꽃들이 활짝 피었다. 마음이 놓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봄꽃들을 올해도 어머니와 함께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얼른 이 지긋지긋한 감염병이 사라진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태그:#코로나19, #확진자, #재택치료, #자가격리, #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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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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